신세계와 분사, 해외시장 공격적 확장 예고

지난 18년간 국내 유통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온 이마트가 새 출발을 선언했다. ㈜신세계 이마트 부문에서 독립, 새 법인으로 태어난 이마트가 ‘이마트 Way’라는 경영 핵심가치를 내세우며 글로벌 종합유통기업 도약을 선언한 것.

1993년 11월 1호점인 창동점을 오픈한 이후 18년 만에 모기업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이는 국내 대형마트 1위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유통사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겸 이마트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독립·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각자 영역에서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분사했다"며 "지난 18년은 국내에서 1등 할인점이 되려는 도전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세계적인 '톱' 글로벌 종합유통사로 성공하기 위한 도전이다"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유통사로의 새로운 도약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2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에서 ‘이마트 법인 설립 선포식’을 개최하고 향후 비전을 제시했다.

이마트는 새로운 회사의 비전을 한국 유통의 선두 브랜드의 범위를 뛰어 넘는 ‘글로벌 종합유통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해외시장으로의 영토 확대 등 신시장 개척’, ‘ 상품?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통한 전략적 차별화’, ‘ 채널간 시너지를 통한 유통 네트워크 구축’ 등 3가지를 핵심역량으로 선정했다.

먼저, 할인점 선두 기업이라는 한정된 사업을 탈피해 새로운 시각을 통해 업태 다변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기존 할인점 이마트를 중심으로, 카테고리별 전문성을 강화한 ‘카테고리 킬러’ (상품 분야별로 전문매장을 특화해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트레이더스 매장’과 같은 새로운 컨셉트의 매장은 물론, 무점포 사업, 웹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이마트몰 등 다양한 분야로 핵심 역량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둘째, 비즈니스 공간을 전 세계로 확장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위상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마트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의 유통환경과 미래 성장성을 분석해 적극적인 진출을 검토하고 특히 아직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마무리 하는 등 제 2의 도약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해외소싱 기지를 확대해 양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소비자 이익을 높이는 한편, 국내의 좋은 상품을 해외에 소개하는 양방향 소싱을 활성화 하는 부분도 검토 중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고객에게 생활 전반에 이르는 상품과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들에도 자사의 브랜드를 전통적인 홍보를 넘어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제품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마케팅 과제가 됐다. 경쟁자와 시장점유율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소비자의 일상을 얼마나 공유하고 지배하는가가 관건인 '일상점유율(life shar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마트는 “현재 소비시장은 마켓쉐어(시장점유율) 확대의 시대를 벗어나 고객의 라이프 쉐어의(일상 점유율) 시대로 전환되었으며, 고객의 삶에서 얼마만큼을 차지하는가가 새로운 경쟁 포인트가 되었다” 며 생필품 중심의 상품 판매에서 벗어나 교육, 레저, 여행 등 고객의 다양한 니즈(needs)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기업정신, ‘이마트 Way’

해외시장 진출, 상품·서비스 경쟁력 강화, 유통 네트워크 구축 등 3가지를 핵심역량으로 선정한 정 부회장은 이마트 임직원들의 핵심가치로 ‘고객마인드’ ‘브랜드 차별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 등의 이마트Way'를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기존에 해오던 생각과 업무방식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다" 며 새로운 시각으로의 접근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마트의 인재상으로 ‘고객을 위한 주인의식’, ‘브랜드를 향한 열정’, ‘디자인을 위한 창의성’등 3가지 요건을 갖춘 이마트 피플이 되어달라고 제시했다.

이마트 웨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가 고객임을 강조하며 모든 사고를 고객중심으로 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브랜드를 통한 차별화를 거론했는데 ‘이마트’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통해 경쟁사와 근본적인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마지막 눈에 띄는 대목은 정 부회장의 유연한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이다.

트위터를 통해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그가 디자인적 사고를 강조하며 ‘디자인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이자 브랜드를 알리는 도구’ 임을 강조한 것은 경직된 사고가 아닌 젊은 사람 위주의 감성마케팅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앞으로 이마트는 매장뿐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 등 모든 부분에 디자인적인 요소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은 새로 발표한 CI (기업이미지, Corporate Identity) 에 잘 나타난다.

이마트는 이날 행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형상화한 기업이미지(CI?Corporate Identity)를 선 보였는데 1993년 창립 때부터 써오던 CI를 전면적으로 교체한 것은 18년 만이다. 이전까지 사용한 CI는 노란 바탕에 이마트의 가격 정책인 ‘Everyday Low Price’의 첫 글자인 E자를 검은 글씨로 강조해 다소 경직된 느낌이 있는 반면 이번에 새롭게 바뀐 CI는 이마트 Way를 바탕으로 한 ‘소프트(Soft)’와 ‘프레시(Fresh)’한 느낌을 형상화해 훨씬 부드럽고 젊은 분위기가 풍긴다.

새로운 CI에는 ‘보다 유연해지고 보다 부드러워지며, 보다 여성에게 다가가고, 보다 섬기고, 보다 젊어져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정 부회장은 "소비자는 점점 스마트해지고, 국내 유통시장은 성숙기에 돌입했으며, 글로벌시장은 급속도로 다이내믹해지고 있다" 며 "이마트는 새로운 비전, 전략, CI를 바탕으로 글로벌 종합유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 새로운 의지를 다졌다.

이마트의 독립은 유통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쇼핑도 현행 신세계와 마찬 가지로 백화점과 마트를 통합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세계의 이번 기업분할은 다른 유통업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