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의 기준은 물가, 고용 등의 지표가 아닐 수도 있다. 이는 과거의 기록으로써 참고 대상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 통화당국 주요 인사들이 ‘금리인상’을 언급하기에 앞서 제시하는 것은 ‘향후’라는 전제조건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보는 ‘향후’는 어떤 것을 기준으로 하는지 의문이 따른다. 경제는 전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움직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이 기대하는 ‘향후’는 ‘수요 증가’, 즉 ‘소비 확대 가능성’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는 크게 실물 시장과 금융 시장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이 두 시장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시기에 따라 수차례 엇갈리기도 한다. 만약 이 두 시장이 모든 기간에 완벽한 동조화 현상을 보인다면 자본 시장 가격이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효율적 시장가설’을 절대 반박할 수 없다. 쉽게 이야기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 ‘고평가’ 등은 사라지고 오로지 ‘적정 가치 반영’이라는 단어만 남게 된다는 말이다. 또한 ‘버블’, ‘괴리’ 등의 단어도 쓸모없어짐을 뜻한다. 그러나 이들 단어는 오늘날 시장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버블’에 대한 이야기는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장의 입에서도 나왔다. 지난 5월 옐런 의장은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당시 크리스틴 리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옐런 의장에게 “제로(0)금리가 금융 시장에 자산버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옐런 의장은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은 일반적으로 꽤 높은 편”이라면서도 “광범위한 범위에서 레버리지 비율이 오르지 않고 신용증가세도 가파르지 않으며 만기를 앞둔 채권 상환 수요도 크지는 않아 버블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직접적인 ‘버블’ 표현은 피했지만 미 증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셈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양적완화 정책과 초저금리 정책을 통해 금융 시장을 회복시켰다. 미 증시만 본다면 이는 회복 수준이 아닌 오히려 활황에 가깝다. 이에 반해,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간접적으로도 분명 현재 실물 시장과 증권 시장은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실물 시장 대비 증권 시장의 가치가 높게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 시장의 ‘고평가’ 혹은 ‘버블’이라는 ‘괴리’의 표현이 나온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괴리’는 한 접점에서 맞닥뜨리는 결과로 도출된다. 결국 증시의 하락 혹은 실물 시장 개선의 싸움이 진행돼야 한다.

 

중국발 악재, 글로벌 증시 하락 부추겨… ‘버블’ 우려는 해소

지난달 11일 중국 인민은행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위안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는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여타 국가들의 통화 가치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 이와 함께 중국 경기둔화 우려도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시작된 이후 지난달 24일(현지시각)까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최저점인 1만5370.33을 기록하기까지 무려 12.7% 폭락하기도 했다. 최근 1만6000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증시 변동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물론 유럽, 일본 및 신흥국들의 증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공포’라는 표현이 서슴없이 등장하지만 긍정적 관점에서 보면 ‘버블’ 우려가 해소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버블 해소가 증시 밸류에이션의 적정 가치를 반영하는가’에 대해 누구도 선뜻 대답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경기 부진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 글로벌 경제에 비춰볼 때, 증시는 더 추락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편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미 금리인상의 선제적 대응이라는 시각으로 보면 미 금리인상이 현실화 될 경우 이러한 요인이 달러화 가치를 상승시키거나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해 증시하락을 유도하기엔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버블 해결의 또 다른 방법 ‘소비 확대’

현재 미국 기준금리인상의 기준 지표로 지목되는 물가와 고용 지표 중 논쟁이 되는 부분은 물가 부분이다. 미국의 고용 시장은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물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수요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에도 금리인상 기준인 ‘물가상승률 2%’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미 통화당국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은 금리인상 시기를 예측하는 데 더욱 혼돈을 준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9월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물가상승률이 연간 2%에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물가상승률이 2%를 기록할 때까지 금리인상을 기다릴 수 없다”고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대조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향후 물가상승률이라는 과거가 아닌 미래 지표를 기준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물가상승률을 예상하기 위한 다른 지표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민들이 저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가계 저축률이 1%대로 떨어지며 과잉소비를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이후 저축률이 올라가며 미국 가계의 소비성향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금리가 1~2%대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에 대해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체감하는 고용여건이 금융위기 이전만은 못하다는 점과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진행되면서 주택 구매 유인이 과거 대비 낮아졌다는 점도 저축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 금리인상 시 저축률이 추가적으로 올라가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생산인구 감소와 베이비부머의 은퇴 등에 직면했던 미국 부동산 시장이 이들 문제의 부담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며 “막대한 재정적자와 상상을 초월하는 연준의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추가로 재정적자를 확대할 수 있는 오바마케어를 강행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시장 하락의 가장 큰 복병이 베이비부머 은퇴와 이에 따른 막대한 의료비 지출 확대였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연구원의 주장은 전적으로 일리가 있지만 이를 소비 측면에서 보면 상반되는 의견이다. 미 금리인상 이후 소 연구원은 소비확대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주장이며 김 연구원은 미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근본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전과는 다르게 소비확대가 일어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미국 금리인상 시기는 글로벌 주식 시장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금리인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을 때, 신흥국들은 위기를 맞이했다. 아쉽게도 그 원인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금리인상 시기에 주식 시장이 상승한 것은 조달비용 증가로 기업들의 투자는 점차 줄어든 반면, 사람들의 이자수익은 점차 높아져 점진적인 소비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위기발발 직전에 저축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소비에 이은 투자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 열기에 이은 위기가 발생하면서, 이후 금리는 내려가고 낮은 저축률로 인한 이자수익의 급감은 소비 또한 급격히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결국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오히려 소비확대에 따른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기 직전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연준도 이를 고려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현 글로벌 경제상황으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연준의 행동은 ‘소비 가능성’을 더욱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