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논현역 강남 교보문고 일대나 역삼동 테헤란로, 명동, 신촌 일대 번화가를 가 보면 상가의 1층 건물이 은행에서 스타벅스 등의 커피전문점으로 변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커피전문점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등 외식 점포들이 빌딩 1층에서 은행을 밀어내는 막강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것. 은행보다 커피전문점이 건물의 가치를 높이고 주변 상권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타벅스 명동점은 입점 5년 만에 평당 가격이 6678만 원이나 뛰어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이 됐고, 여의도 서울증권의 경우 스타벅스 입점 후 건물 지하에 토니로마스, 스파게띠아, 매드포갈릭 등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을 줄줄이 유치, 꽤 높은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유명 커피전문점이 입주하면 빌딩의 가치가 높아질 정도로 유명 커피브랜드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졌다.

빌딩 가치도 좌우하는 ‘황금알’

지난해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는 모두 11만7000t, 4억2000만 달러의 커피를 들여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17억 잔 분량에 이르는 것으로 성인 한 사람당 연간 312잔의 커피를 마신 꼴이다. 올해는 l인당 400잔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국의 커피시장규모는 총 2조 3000억 원. 그 중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전문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조원에 이른다.

커피 수입은 지난 2006년 1억 8800만 달러에서 4년 동안 약 3배 가량이 급증했는데 그 중 상대적으로 저가인 베트남산 생두 수입액은 2009년 대비 8.6% 감소한 반면, 콜롬비아산 등 고가 생두는 약 47% 증가했다.

이는 사람들이 원두커피뿐만 아니라 커피믹스도 고급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커피 역시 미국식 커피에서 벗어나 유럽식 커피 브랜드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2009년부터 베트남산 생두 수입이 줄어들며 인스턴트커피에서 원두커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아직도 인스턴트커피 비중이 높고, 원두커피 소비량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적다.

카페베네 김동한 과장은 “선진국화 될 수록 원두 소비량이 늘어나 앞으로 원두커피 대 인스턴트커피 소비량이 7 대 3으로 역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점차 커지고 있는 국내 커피시장의 성장을 반증하듯 지난 4월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한국을 방문해 국내 점포를 현재 341개에서 5년 안에 2배인 7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 했다.

한국 커피시장이 매년 10%씩 고공성장을 하고 있고, 커피전문점 시장 또한 앞으로 20%이상 신장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570개 매장을 돌파할 정도로 급성장세를 타고 있는 카페베네 역시 올해 말까지 800호점을 넘기겠다고 선언했다. 게다가 올 8월 중 뉴욕 맨하튼 타임스퀘어에 해외1호점도 개설 예정이다.

CJ그룹의 외식계열사 CJ푸드빌 역시 기존 커피브랜드인 ‘투썸플레이스’ 외에 20대 초반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젊은 감각의 제2 브랜드를 올 하반기 론칭할 예정이다.

호텔신라도 지난해 외식계열사 ‘보나비’를 세우고 커피 브랜드 ‘아티제(artisee)’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2004년 문을 연 아티제는 그 동안 타워팰리스·도산로점 등 강남권에서 입소문을 통해 알려졌으며 매장수는 약 20개로 적은 편이지만 무리한 외형 확장보단 내실 있는 확장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CJ 관계자는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일 것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실제 다양한 조사를 보면 2014년까지는 연평균 12% 이상의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성숙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미래성장 산업으로 보고 내실 있게 매장 확대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피스족 급증… 新인류 부상

커피전문점에서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코피스족’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코피스족의 시초는 1999년 스타벅스가 생기면서부터다. 친구나 연인이 수다를 떨기 위한 공간으로 자리했던 기존의 커피숍과는 달리 스타벅스는 좌식 문화에 익숙한 한국적 특성을 반영해 편안한 좌석 공간을 배치, 회의형 원목 테이블과, 소파형 의자 비중 확대, 노트북 이용을 위한 콘센트 확대(테이블 2개당 콘센트 1개) 등을 통해 집과 사무실을 떠난 제3의 공간으로서 환경을 제공했다.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은 기존 인스턴트 위주의 커피 문화가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 집과 사무실을 떠나 편안한 제3의 공간으로서 환경을 추구하고 있는 것.

한국의 전통적인 다방 문화에 스타벅스의 ‘제3의 공간’이 만나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스타벅스의 매출도 늘어났다. 1999년 6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06년 1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이어 2009년에 2040억 원으로 2000억 원대에 접어든 뒤 지난해엔 24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장 수 역시 5월 4일 기준으로 전국 35개 도시에 총 매장수는 341개에 달한다.

문화마케팅의 성공사례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제 3의 공간’으로서의 커피숍 문화 바통을 가장 성공리에 이어받은 곳은 최근 무서운 속도로 매장수가 늘어나는 토종브랜드 까페베네이다.

유럽의 커피문화 스타일을 강조하던 광고는 이후 차별화 메뉴인 젤라또와 와플을 강조했다. 또한 싸이더스와 제휴를 맺고 톱모델인 한예슬을 내세워 스타마케팅에 돌입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 까페베네는 인테리어의 변신을 단행하는데 기존 스타벅스나 타 커피전문점의 뉴요커 스타일의 도회적인 분위기와는 차별화된, 원목의 느낌을 살려 빈티지하면서도 모던한 느낌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했다.

코피스족을 위해 노트북 이용을 위한 콘센트 확대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마케팅의 결과는 놀라웠다.

2008년 4월 천호점을 첫 오픈할 때만해도 매장이 12개에 불과했으나 스타마케팅과 PPL, 인테리어 변경 등 경영혁신을 단행한 2009년 상반기부터 가맹점이 급격히 늘었다.

2009년 직영과 가맹점을 통틀어 총 116개로 늘어나더니 2010년 12월에는 451개로 껑충 뛰었고 2011년 5월 현재 57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액 역시 2009년 약 224억 원에서 지난해는 10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짧은 시간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서울 숙명여대 앞 커피전문점에는 커피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커피문화에도 스마트열풍 불었다

커피 회사의 다양한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커피문화를 바꿔놓기에 이르렀다. 커피매장 안에서 사무업무를 보고 회의를 하며 인터넷 서핑을 즐기는 코피스 족을 넘어서 새로운 변화도 감지된다.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닌 와플이나 샌드위를 즐기며 간단한 식사 정도는 커피전문점에서 해결하는 브런치 문화도 만들었다.

일례로 1998년 오픈한 국내 브랜드인 할리스는 커피 이외에도 다양한 사이드 메뉴를 개발, 지난 4월에는 ‘애니타임 브런치 메뉴’를 출시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저녁때 조차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의 ‘Anytime Brunch’는 각종 샌드위치와 바케트, 와플 등으로 구성돼 있어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발달하며 커피 브랜드사들은 새롭게 창출한 제 3의 공간인 오프라인 매장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제 4의 공간인 ‘디지털 공간’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들이 디지털 공간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 지는 실시간 트위터로 그 반응을 보고 소통하는 각 브랜드 커피전문점들의 홈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까페베네가 인지도가 낮았을 때 소비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까페베네의 정보를 수시로 보게 됐고 이는 커피전문점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조차 카페베네를 인지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스마트폰이 발달하며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트위터는 이제 커피업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집과 회사가 아닌 제 3의 공간으로 새로운 커피문화를 창조했던 스타벅스는 디지털 공간확보를 위해 지난 4월 홈페이지를 글로벌 웹사이트와 포맷을 같이해 디자인 컨셉과 기능에 맞추어 개편했다.

마치 잘 정리된 블로그 같은 형식을 띤 홈페이지는 소셜 스타벅스&앱 코너를 마련해 스타벅스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마련했다. PC, 모바일폰 등 다양한 기기와 운영 체제에 관계없이 방문할 수 있으며, SNS서비스와 연계되는 다양한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모바일 사이트의 경우, GPS위치 기반 서비스를 통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 매장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감성마케팅으로 승부하고 있는 국내 브랜드 엔제리너스 역시 이런 디지털 문화를 간파해 전 매장에 무료 와이파이존을 설치,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해 제공 중이다. 이 밖에 TV광고, 엔제리너스 어플 개발, QR코드를 활용한 이벤트 진행으로 젊은 세대들과의 소통을 넓히고 있다.

스타벅스 한 잔에 된장녀 운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더 이상 사람들은 원두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보며 ‘된장녀’라고 부르지 않는다. 포화된 듯 보이지만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는 커피시장은 ‘고급원두커피 시장은 이제부터’ 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미래 성장 산업이라 볼 수 있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 지는 커피시장에서 새로운 마케팅은 지속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고 스타벅스가 집과 회사가 아닌 제 3의 공간으로 코피스족을 탄생시켰듯 앞으로 새로운 문화는 지속적으로 형성될 것이다. 커피전쟁은 끝났다. 이젠 커피의 문화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