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국지엠

임팔라는 1958년생이다. 차명은 남서부 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영양(羚羊)의 이름에서 따왔다. 10세대에 걸쳐 진화했다. 쉐보레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누적 판매량은 1600만대가 넘는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혁신의 상징’으로 통한다.

임팔라는 ‘뜨거운 감자’다. 10세대 모델은 작년 한 해 동안 미국 시장에서 14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대형세단 부문 부동의 1위다. 국내 도입이 결정됐다. 8월 11일 출사표를 던지면서부터다. 사전계약은 6일 만에 1000대를 돌파했다. 판매 가격은 미국 현지보다 낮게 책정됐다.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7 등 ‘거물급’ 모델들이 경쟁자로 거론됐다.

임팔라는 2개의 심장을 지녔다. 3.6리터 6기통과 2.5리터 4기통 엔진이다. 전륜구동 준대형 세단이다. 동급 최대 수준의 전장을 지녔다. 기본기를 탄탄히 다졌다. 10개의 에어백을 적용하는 등 안전 사양 확대에 공을 들였다.

 

준대형 세단 ‘품격’

임팔라를 시승해봤다. 전남 여수공항에서 남해에 있는 사우스케이프 리조트까지 약 100㎞ 구간을 달렸다. 최상위 트림인 3.6 LTZ 모델이다. 우선 당찬 외관이 시선을 잡는다. 대담하고 세련된 이미지가 풍긴다. 쉐보레 특유의 패밀리룩을 잘 계승했다는 평가다. 전면부 인상이 강인하다. 말리부보다 날렵한 느낌이 난다. 헤드램프와 안개등은 투박한 표정이다. 남성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고품격 알로이 휠이 측면 얼굴의 ‘포인트’다. 프론트 도어에 ‘Impala’라는 글씨가 새겨졌다. 뒤쪽으로는 영양을 형상화한 로고도 박혀 있다. 뒷모습은 다소 밋밋하다. 특징이 없어 아쉽다는 지적이다. 차명도 잘 보이지 않아 존재감이 미약하다. 외관 색상은 검은색, 흰색, 은색 3종이 들어온다. 취향에 따라 선택이 가능하다.

▲ 출처=한국지엠

차체 길이는 동급 최대 수준이다. 제원상 크기는 전장 5110㎜, 전고 1495㎜, 전폭 1855㎜, 축거 2835㎜다. 현대차 그랜저보다 90㎜ 길다. 제네시스와 비교해 전장이 20㎜ 길다. 말리부보다 전장 245㎜, 전고 30㎜, 축거 98㎜가 크다. 운전석에 앉으면 공간이 넉넉해 만족스럽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안쪽에 ‘시크릿 큐브’가 있다. 버튼을 누르면 숨겨진 수납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글라스 등을 보관하기 용이해 보였다. 조수석 도어 안쪽에는 우산을 꽂아둘 수 있는 공간도 숨어 있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다. 다만 글로브 박스가 좁다는 점은 아쉽다. 대시보드에 크롬 재질을 많이 적용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트렁크는 535리터의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동급 최대 수준이다. 한쪽에서 “남자 두세 명은 거뜬히 들어가겠다”는 농담이 들려올 정도였다. 뒷좌석 폴딩도 가능하다. 짐이 많을 경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키스루는 장착되지 않았다.

 

▲ 출처=한국지엠

기본기 충실 “잘 달리고 잘 멈춘다”

운전석에 앉았다. 우선 핸드폰을 센터페시아 아래 충전 매트에 올려놨다. 임팔라는 무선 충전 기능을 갖췄다. 편리하다. 덧붙이자면 ‘액티브 쿨링 시스템’도 함께 탑재됐다. 시원한 바람이 나와 충전 중 핸드폰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기능이다. 유용하다. 쉐보레 스파크를 통해 알려진 바 있는 ‘마이링크 시스템’도 지원한다. 8인치 터치 스크린을 통해 애플 카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과 호환된다. 지도, 음악, 시리 음성명령 등을 공유한다.

GM의 3.6리터 6기통 직분사 엔진을 품었다. 캐딜락의 대형 세단 XTS에 장착된 것과 같은 제품이다. 이미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받았다는 얘기다. 최고출력 309마력, 최대토크 36.5㎏·m의 힘을 발휘한다. 하이드라매틱(Hydra-matic) 6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전륜구동 방식이다. 정지 상태에서 60마일(약 96㎞/h)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8초에 불과하다.

▲ 출처=한국지엠

핸들링이 직감적이다. 이질감 없이 원하는 대로 방향이 전환된다. 운전의 재미를 더해준다. 벨트 방식의 랙 타입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이 적용돼 민첩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한국지엠 측의 설명이다. 페달 반응도 만족스럽다.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분석이다. ‘잘 달리고 잘 멈춘다’는 표현이 적합해 보인다. 고속 주행에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서스펜션은 약간 물렁한 편이다. ‘스포츠’, ‘에코’ 등 다양한 주행모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엔진음과 풍절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소음저감을 위해 5.0㎜ 이중 접합 차음유리를 채택한 탓이다. 차체에 전반적으로 방음소재도 많이 달았다. 마이크를 통해 소음을 체크한 뒤 이를 효율적으로 줄여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이 장착됐다. 저속에서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다만 노면 소음은 생각보다 심하게 올라왔다. 공인복합연비는 9.2㎞/ℓ로 나타났다. 도심에서 7.7㎞/ℓ, 고속에서 12.0㎞/ℓ의 효율을 낸다. 시승구간에서 실연비를 체크해봤다. 약 9.0㎞/ℓ라는 결과가 계기판에 표시됐다. 성능 테스트를 위해 차를 거칠게 다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러운 수치라는 분석이다.

 

▲ 출처=한국지엠

안전·편의 업그레이드 ‘합격점’

안정성은 ‘합격점’이다. 임팔라는 차체 상부와 하부 프레임을 연결한 ‘통합형 바디 프레임’을 갖췄다. 안정된 구조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한 신차평가 프로그램 ‘안전성 종합평가 부문’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실시한 충돌테스트에서도 최고 등급 ‘만족(Good)’ 판정을 받았다. 앞차와 거리를 조절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달렸다. ‘완전 정지’ 기능까지 제공한다. 전방 레이더를 통해 잠재적인 사고 상황을 예방해주는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도 갖췄다. 기본 에어백은 10개다. 동급 준대형 차량이 6~9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는 점과 비교된다.

편의사양도 업그레이드됐다. 한국에 ‘수입’되는 차인 만큼 시장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국내 전용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다. 전동 접이식 사이드미러, 톨게이트 자동결제 시스템, 주유구 자동 잠금, 자동 감지 와이퍼, 220볼트 인버터, 뒷좌석 오디오 컨트롤, 뒷좌석 열선 시트 등은 모두 국내 판매 모델에만 장착된다. 미국형 임팔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능들이다.

‘잘 빠진 차’라는 총평이다. 국내 시장을 선도해나가기 위한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탄탄한 기본기와 세련된 디자인이 눈에 띈다. 가격은 2.5 모델이 3409만~3851만원, 3.6 모델은 4191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