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활밀착형, O2O, 모바일 퍼스트, 온디맨드, 공유경제 등의 서비스가 폭풍처럼 밀려오고 있다. 하지만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경계가 무엇인지, O2O의 정의는 무엇인지, 모바일 퍼스트는 어떤 스탠스고 온디맨드와 공유경제는 뭘 말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는 말 그대로 같다 붙이면 그만인 시대다.

결국 관건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생태계를 창출할 수 있는 확실한 프레임이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모멘텀이다. 이 지점에서 공유경제라는 패러다임을 걸고 나타난 에어비앤비에 집중해 보자. 생활밀착형, O2O, 모바일 퍼스트, 온디맨드, 공유경제 다 같다 붙여도 손색이 없는 기업이다.

▲ 출처=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 가치 255억 달러?

에어비앤비는 숙박공유 회사다. 거창한 것 없다. 노는 집이 있으면 돈 받고 다른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한다. 흔히 플랫폼 사업자로 부르지만, 더 익숙하게는 중개업자다. 중개업자라는 직업은 인류 역사에 항상 존재했으니 사실 새로울 것도 없다. 그냥 기술의 발전으로 사적 공간인 ‘집’을 중개의 대상으로 봤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는 위대하지만.

따지고 보면 공유경제도 마찬가지다. 두레와 향약도 공유경제가 아닌가. 추수를 미리 끝내 할 일이 없던 김씨가 아직 추수를 하지 못한 박씨네 집에 가서 일을 도와주고 수고비를 받으면 이것이 바로 공유경제다.

다시 에어비앤비 이야기로 돌아오면, 최근 에어비앤비는 15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255억 달러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비상장 기업이 단일 펀딩 라운드에서 15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에어비앤비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인터넷과 신용카드 인프라가 부족한 쿠바 진출도 선언했으며 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중국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물론 중국시장 진출은 현지 업체 투지아와 정면승부를 벌이기 보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세계관광기구(WTO)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중국은 세계 최대 관광대국이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인은 1억900만 명에 달하고 2013년 중국 관광객들은 해외여행으로 총 1290억 달러를 아낌없이 지불했다.

여기서 에어비앤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집을 빌려주게 만드는 중개업자가 어떻게 255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몸값의 주인공이 되었나? 연간 성장률만 90%다. 글로벌 숙박업체, 아니 호텔체인인 힐튼이 276억 달러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 브라질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로 올림픽을 앞두고 에어비앤비를 공식 파트너로 인정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붙는다. 왜 막대한 투자금액이 몰리고 사람들은 에어비앤비의 혁신을 찬양하는가? 에어비앤비의 사업적 성과와는 별개로, 사실 공유경제라는 프레임 자체가 논란인 시대다. 지난 5월 17일(현지시각) 미 규제당국은 사업자 등록 없이 하는 단기 임대업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해 에어비앤비를 정조준하기도 했으며, 이와 같은 불법논란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흉흉한 소문도 있다. 우버도 마찬가지지만, 에어비앤비도 집주인 성추문과 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여기에 에어비앤비의 미온적 대응까지 겹치며 문제가 커지고 있다.

즉 에어비앤비는 독특한 발상의 공유경제 기업이지만 불안요소도 심각한 상태며, 아직 모든 것이 뚜렷한 기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다들 투자하고 믿어준다. 눈 먼 돈인가?

▲ 출처=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의 가치, ‘충분하다’

투자자들이 바보가 아닌 것처럼(물론 바보도 있지만), 에어비앤비의 가치는 상당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왜일까? 답은 하나다. 에어비앤비는 무엇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새로운 시대의 미래다. 따지고 보면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에 방점을 찍었기에, 모바일과 O2O가 순차적으로 찾아오며 ‘더욱 편리한 세상(좋은 것인지는 모르지만)’을 추구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약속시간에 조금 늦어도 스마트폰으로 전화하거나, 메신저를 보내 일정을 조절한다. 정보도 스마트폰으로 얻고 노하우도, 공부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일일이 찾아보는 수고러움을 덜어내는 시대다.

이 지점에서 생활밀착형이라는 프레임에 기술이 붙어 사물인터넷 시대를 만든다. 초연결의 기치를 내건 사물인터넷은 모든 객체를 촘촘하게 묶어 무한한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선물한다. ‘매직’이다. 여기에 온디맨드와 공유경제가 따라오며 최소한의 번거러움까지 지워버린다.

에어비앤비는 전형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인 의식주 중 ‘주’에 해당된다. 이 공간을 기술의 발전으로 활용하게 만들어 수익을 창출한다. 여기까지 오면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것이며, 또 논란의 시작을 만드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에어비앤비는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가장 생활밀착형스럽고, O2O, 모바일 퍼스트, 온디맨드, 공유경제스럽다.

그렇다면, 왜 에어비앤비는 무엇인든 할 수 있을까? 최근 에어비앤비가 런칭한 서비스 중 ‘글로벌 트래블 매니지먼트 스위트’라는 것이 있다. 출시 24시간 만에 500개 기업이 가입한 B2B 플랫폼 사업이며 쉽게 말하자면 기업 출장을 간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서비스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의식주의 주를 가진 에어비앤비는 B2B 사업도 참 간단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냥 집을 빌려줄 때 기업과 계약하면 된다. 물론 성공 가능성 100%라는 말은 아니다.

테슬라와의 협력도 특기할만한 지점이다. 최근 전기차 충전소 ‘슈퍼차저’ 인프라를 빼곡하게 구축해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열고싶어 하는 테슬라가 미국 서부 지역 에어비앤비 고급 숙소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즉, 기본적인 인프라 사업에 있어 에어비앤비는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정수로 여겨지며 일종의 거점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에어비앤비는 모든 것이 연결된 인프라의 바다에서 거점의 역할에 충실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 숙박을 공유한다는 것에서 기인한 ‘문화적 연결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에어비앤비가 단순히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의 생활과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만드는 ‘플러스 알파’를 관광상품처럼 개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종류는 우리의 삶 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런데 ‘주’의 경우에는 이동성이 없고 무거운 아이템이라 거점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에어비앤비는 이러한 포인트를 짚어내어 어차피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테슬라와의 협업이 좋은사례다. 에어비앤비는 거점사업으로 운영되며, 테슬라의 전기차가 많이 팔릴수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바뀔 것이다. 상점도 들어서고 휴게소도 생길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고 기업들은 에어비앤비와 테슬라의 ‘땅’에 주목할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가치는 에어비앤비이기 때문에 무궁무진하다. 숙박을 알선하는 중개사업자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거점사업의, 생활밀착형의, 공유경제의 측면에서 가감없이 발휘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을 하기에 적격이며 B2B, B2C, C2C 사업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것은 덤이다. 가장 생활밀착형 스러운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진입장벽만 넘어서면 이를 거점으로 삼아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엄청난 강점이다.

물론 에어비앤비의 위험도 선명하다. 각종 폭력사고와 온디맨드 특유의 직업적 선택 요소(우버만큼 심하지는 않다)는 향후 풀어야 하는 숙제며, 국내의 코자자와 같이 에어비앤비의 장점 중 하나인 특화된 공유경제 경쟁자의 위협도 돌발변수다. 에어비앤비가 넘어야 할 산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