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규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석사, 숭실대에서 국제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과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대구광역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현재 한국산업단지공단 제6대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상생과 협력처럼 요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화두이자 절실한 말도 찾기 쉽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와 사, 중앙과 지방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상생협력을 통한 공존과 공영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문제는 정작 현실에서는 상생협력의 이상적 가치가 자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과 대학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무한기술경쟁의 시대에서 어느 누구도 산학협력의 중요성과 효과를 의심하는 이는 없다. 대학과 기업은 여러 측면에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이다. 원활하게만 작동된다면 ‘윈-윈 게임’이 되는 관계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대학마다 산학협력단과 기술이전조직을 만들고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광역경제권인재양성사업, 산학협력전담교수제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산학협력은 오히려 ‘오작교’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애타게 찾기만 한 모양새는 아니었는지? 기업은 당장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숙련된 인력을 원하지만 대학은 상아탑의 근본에 충실한 인재를 길러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인력수급의 미스매치가 생기는 이유다. 기술협력도 마찬가지. 각자의 지향점이 틀리니 공통된 목표 실현이 쉬울 리 없다. 기술교류사업의 내용도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지속적인 네트워크 형성이나 협력도 어려웠다.

이와 같은 부조화가 발생한 원인의 하나가 산업현장과 대학이 물리적으로 단절된 데서 비롯된 바가 크다. 공간상으로 서로 떨어져 있다 보니 지속적인 협력관계 형성이 어렵고 ‘교육-연구·개발(R&D)-고용’으로 이어지는 산학협력의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던 것이다.

기술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신산업은 속속 등장하는 데 정작 현장에 해당기술을 갖춘 젊은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신성장동력 산업일수록 더하다. 스마트폰 열풍 속에 정작 개발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도 처지는 비슷하다. 기술의 발전속도에 비해 전문인력 육성이 뒤처지는 것이다.

산업현장과 교육이 함께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올해부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학융합지구 사업은 현장중심의 산학협력을 유도하고 일자리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산업단지에 대학 캠퍼스와 연구소가 들어서게 되면 우선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데 유리하다. 대학은 좋은 생산파트너를 만나고 기업은 가까운 곳에서 기술과 인력의 수혜를 받을 수 있으니 진정한 상생이 이루어질 것이요, 자연스레 산업단지 내의 산학협력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현장인력에 대한 재교육 또한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유능한 기술자라 하더라도 빠르게 변화하는 최신기술을 습득하고 유지하는 것은 본인이나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인 일이다. 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대학에서 마련한 재교육 프로그램이야말로 기업인과 근로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최근 신청이 마감된 산학융합지구 사업에 많은 대학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실천 노력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