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박재성 기자

팬덤 현상은 이제 더 이상 단편적이지 않다. 스펙트럼이 빠른 속도로 넓어지는 양상이다. 개별 현상의 결이 다 달라 온전히 전체 모습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찰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팬덤 현상에 예민한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안종배 한세대 교수를 만난 이유다. 그에게 물었다. 팬덤이 왜 중요하며, 향후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가에 대하여.

‘팬덤’을 이야기할 때 쟁점은

안종배 교수(이하 안): 팬덤은 기본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집단을 의미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팬덤 문화가 있는 반면 배타적이고 맹목적인 팬덤이 사회적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부정적 측면을 어떻게 순방향으로 이끌어 갈지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최근 주목하고 있는 팬덤 사례는

안: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의 사례다. 그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하고서 팬덤을 형성하게 된다. 이 사례를 주목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팬덤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10대에 치중됐겠지만 김영만 팬덤은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넓은 연령 분포를 보인다. 둘째는 장르·영역의 다양화다. 예전엔 팬덤의 대상이 연예인에 치중됐다면, 김영만 사례는 그 대상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정치인부터 특정 브랜드나 콘텐츠까지 다양한 대상에 대한 팬덤이 등장하고 있다.

◆ 긍정적인 측면이 돋보이는 사례는

안: 소녀시대 팬덤이 돋보인다. 그들은 ‘소녀시대 숲’을 조성 중이다. 멤버 이름을 단 숲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비롯해 기부와 같은 사회에 긍정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연예인 팬덤이 많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은 물론 팬덤 대상의 인기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다. 이런 현상은 늘어날수록 좋다.

▲ 사진=박재성 기자

◆ 반대로 악영향이 도드라지는 경우는

안: 아이돌 엑소 팬덤과 빅뱅 팬덤의 갈등을 들 수 있겠다. 선의의 경쟁보다는 지나친 비난과 협박이 이어지면서 서로가 다치고 있다. 팬덤을 겨냥한 지나친 상업주의도 문제가 된다. 예컨대 최근 팬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100만 원이 넘는 이어폰이 등장해 문제가 되지 않았는가. 정치인 팬덤의 경우도 부정적인 측면을 노출하곤 한다. 선거철만 되면 상대 후보자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경우가 많았다.

◆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가 팬덤에 끼친 영향은

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기본 속성은 참여, 공유, 개방이다. 이러한 특성이 팬덤과 연결됐다. 우선 수동적인 팬덤이 능동적으로 변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팬덤이 스스로 행사도 준비하고, 기부 활동도 계획한다. 소셜 미디어가 이런 활동을 쉽게 만들었다. 또 확산 속도 엄청나게 빨라진 것도 특징이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확산이 빨라져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활발한 팬덤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유언비어나 사생활 유포의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덤은 이제 단순 추종자가 아니라 문화권력이 되고 있다. 따라서 팬덤이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 기업이 팬덤을 이용하려고 드는데

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팬덤 생기는 근본 원인은 인간의 욕구 때문이다. 그 욕구 중 하나가 ‘소속감’이다. 팬덤 활동은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구현해준다. 마케팅이란 인간의 욕구를 활용하는 것인데, 기업 입장에서 팬덤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면 자산이 될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팬덤은 자발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에 가담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건강한 팬덤을 잘 이용하면 성공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셈이다.

◆ 기업이 팬덤을 잘 활용하려면

안: 팬덤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콘텐츠다. 최근 해외에서 콘텐츠 마케팅이 화두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제품·서비스와 연계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둘째는 커뮤니티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지원해줘야 팬덤이 활성화된다. 이 두 가지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약한 부분이다. 공감 가능한 콘텐츠는 없고 커뮤니티 지원은 부재한다.

◆ 팬덤의 미래 모습은

안: 결국 중요한 것은 ‘욕구’다. 지금은 팬덤이 ‘소속감’을 충족해준다면 그 다음 단계는 ‘성취감’이 될 듯하다. 소속감을 충분히 느낀 팬덤은 이제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수동적인 수동자가 아니라 스스로 문화를 창조해나가는 역할에 대한 욕구가 생긴 것이다. 또 한 가지 변화는 팬덤의 도덕성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메시지의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순간의 실수에 따라 팬덤이 스타를 키우기보다는 동반 추락할 여지가 생겨난 셈이다. 따라서 팬덤의 일원은 도덕적 잣대를 의식해 팬덤 대상의 지속 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부분인지를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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