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

재계 5위 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3주 만에 일단락되었습니다. 기독교 성경에 인류 최초의 형제로 기록돼 있는 카인과 아벨부터, 형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라이벌이었습니다. 역경이 닥칠 때는 서로에게 ‘큰 언덕’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로 질투하고 견제하는 ‘운명적인 맞수’가 바로 형제입니다. 신화에서부터 문학 작품,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형제의 갈등과 우애는 스토리의 다양한 모티프(Motif)로 활용되고 있으며, 또 브랜드 스토리에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사진=김태욱 제공

옛날 어느 마을에 우애가 두터운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 가을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서 추수를 했는데, 추수한 날 밤, 형은 새로 신접살림을 시작한 동생을 걱정하고, 동생은 식구가 많은 형을 염려했지요. 그래서 둘은 서로 몰래 볏단을 안고 가서 서로의 집 볏단에 쌓아두고 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형과 동생이 볏단을 살펴보니 줄지 않고 그대로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날 밤 또다시 형제들은 서로의 집에 볏단을 쌓아주었습니다. 사흘이 되던 날 밤, 형과 동생은 볏단을 안고 가다가 마주치게 되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알고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형제의 우애를 잘 보여주는 전래 동화입니다. 이 스토리의 모티프는 바로 형제의 우애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식품회사 농심은 약 40년 전에 이 스토리를 활용해 ‘농심라면’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포장지에 볏단을 메고 가는 두 형제의 모습을 그려 넣었습니다.

▲ 사진=김태욱 제공

또 농심라면은 광고로도 형제간의 우애를 담았습니다.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린 코미디언 ‘막둥이’ 구봉서와 ‘후라이보이’ 곽규석의 라면 광고죠. 기억나시나요?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두 코미디언이 라면을 서로 밀어주던 장면 말입니다. 라면 한 그릇을 놓고 서로 먼저 먹으라고 양보하는 장면. 농심라면의 스토리는 바로 이 형제의 우애와 형제의 감동적인 만남의 순간을 브랜드 메시지로 담았습니다.

농심뿐 아니라 식품업계에 이 ‘형제의 만남’을 모티프로 담은 스토리가 있습니다. 물론 마케팅 목적으로 작정하고 브랜드 스토리로 만든 경우는 아닙니다. 바로 치킨 브랜드 ‘오븐에 빠진 닭(오빠닭)’과 ‘오븐에 꾸운 닭(오꾸닭)’입니다.

이 두 브랜드는 ‘에땅’이라는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만들었는데요, 형제가 이 브랜드를 하나씩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스토리는 형은 오빠닭 사업을 서울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펼치고, 동생은 오꾸닭 사업을 부산에서 시작하여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서로 약속하고 중간 지점인 대전에서 만나기로 했답니다. 일종의 선의의 경쟁을 했던 거죠. 그러다가 대구에서 오빠닭과 오꾸닭이 만났다고 합니다. 형이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 얘기는 오빠닭의 한 매니저가 한 말이 소문으로 퍼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빠닭과 오꾸닭 형제의 대구 상봉은 이야기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농심라면의 ‘형제의 우애’처럼 소비자들에게는 재미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된 거죠. 아쉬운 점은 이왕이면 에땅에서 이 드라마같은 형제의 스토리를 좀 더 개발하여 활용하면 여느 마케팅 못지않은 흥미진진한 살아있는 브랜드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신화의 모티프에는 형제 갈등뿐 아니라, 아버지 찾기, 출생의 비밀, 수수께끼, 변신, 사랑과 우정 등 다양한 모티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등 각종 스토리에는 이런 모티프들이 스토리 속에 서로 어우러져 있지요. 또 농심라면이나 오빠닭, 오꾸닭처럼 브랜드 속에도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답니다. 재계의 형제의 갈등으로 형제의 우애가 그리운 이때 다시 한 번 돌이켜보는 브랜드 스토리 농심. 아마 농심도 그 스토리가 그리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