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일제강점기 시대의 흔적을 지우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잔재’를 청산하는 방식에서 1995년 조선총독부 철거 당시와는 결이 다른 접근법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20일 올해 4월부터 일제가 1937년 덕수궁 궁역을 축소해 그 자리에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로 지었던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을 철거하는 한편, 이를 활용한 시민광장을 전격 공개했다. 국세청 별관이 철거되면 서울시의회와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을 비롯한 세종대로 전면이 한 눈에 들어오게 된다.

또 서울시는 남산 북쪽 기슭 한국통감관저 터에 남아있던 일본 공사 하야시 곤스케 동상의 흔적을 활용해 새로운 표석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대한제국이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는 1910년 8월 29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합병 조인일은 8월 22일이다. 이에 서울시는 광복이후 파괴된 통감관저터와 곤스케의 동상 흔적을 찾아 이를 거꾸로 세운 동상을 오는 22일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이러한 행보는 상당히 세련된 행보라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할 때 상당한 논란이 일었던 점과 고려하면 더욱 의미를 가진다. 실제로 당시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두고 이를 보존해 ‘영원히 기억해야할 근대역사공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과,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치욕의 역사’를 당장 걷어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선 바 있다.

양쪽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가진 상태였기 때문에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후에도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행보는 1995년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당시 있었던 문제제기를 모두 충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로 지었던 국세청 남대문 별관 건물을 철거한 것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는 과정인 한편, 이를 시민에게 돌려주어 영원히 추억하도록 만든 신의 한 수라는 평가다.

또 일본 공사 하야시 곤스케 동상을 거꾸로 세워 보존한 것도 잔재 청산과 ‘역사적 교훈’을 모두 잡아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