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교복같이 입었던 아끼던 옷을 세탁기에서 꺼냈을 때, 처음과는 너무 다른 후줄근한 모습에 애써 눈물을 감췄던 기억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다. 가방이든 옷이든 소중하고 귀한 것은 무엇이든 예민하게 다뤄줘야 한다. 이제 그 범주에 속옷도 포함할 차례다.

제대로 된 속옷 관리법은 여름에 빛을 발한다. 유난히 덥고 습한 올 여름, 집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땀은 계속해서 흘렀고 몸과 가장 가까이 있는 속옷부터 축축해졌다. 그래서 여름에는 유난히 속옷을 자주 세탁하게 되는데, 제대로 세탁하고 건조하지 않으면 기능도 디자인도 금방 ‘헌 것’이 돼버린다. 새 것 같은 뽀송함과 쾌적함, 그리고 디자인을 유지하려면 예민하면서도 세심하게 다뤄줘야 한다.

속옷 관리의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세탁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다. 실은 이 단계는 비단 속옷뿐 아니라 모든 옷을 세탁할 때 해당된다. 속옷의 세탁 표시법에는 물세탁을 하는 방법, 물의 온도, 건조 및 탈수 방법 등 제품을 새 것처럼 유지해줄 귀중한 정보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반드시 세탁 전에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두 번째는 세제 선택이다. 원단에 따라 맞는 세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속옷도 탈이 난다. 중성세제가 무난하긴 하지만 부드러운 실크 란제리나 섬세한 레이스가 포함된 속옷은 반드시 부드러운 액체형 중성세제를 사용해야 한다. 약알칼리성의 합성세제는 원단 특유의 광택을 죽여, 실크 란제리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또한 화려한 프린트 속옷에 표백 성분이 포함된 세제를 사용하면 변색과 얼룩의 위험이 있다.

세제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속옷의 얼룩이나 오염물질을 지우겠다고 세제를 직접 뿌리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상처를 소독하는 데 소금물이 좋다지만 소금을 바로 상처에 뿌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여름철엔 씻겨나가지 않은 세제 찌꺼기가 땀과 섞여, 피부 트러블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세제를 완전히 녹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세제가 잘 녹는 물의 온도는 30~40℃이다. 많은 양의 세제는 원단 악화의 주범이니 반드시 적당량을 준수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바로 손세탁이다. 바쁘고 귀찮다고 세탁기에 바로 속옷을 휙 던져 넣고 세탁버튼을 누르는 것은 아끼는 속옷과 가장 빨리 이별하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속옷은 손세탁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자수나 레이스가 망가지지 않도록 뒤집어서 조물조물 세탁해줘야 한다. 하지만 손세탁을 할 수 없다면 세탁망을 이용해보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하나의 세탁망에는 보통 브래지어 2~3개 정도를 넣는 것이 적당하다. 한꺼번에 많은 속옷을 넣으면 세탁이 잘 되지 않는다. 삶는 빨래를 하면 깨끗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속옷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속옷은 면뿐 아니라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등이 섞인 합성섬유로 된 제품도 많기 때문에, 뜨거운 온도로 삶으면 원단이 손상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은 중요한 단계는 건조다. 브래지어의 경우 탈수와 손으로 비틀어 물기를 짜내는 행위는 ‘새 것’ 같은 느낌과는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타월 사이에 브래지어를 끼우고 가볍게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후 컵의 형태를 잡아주고, 직사광선을 피해 건조하면 된다. 직사광선은 제품의 변색이나 퇴색의 원인이니 주의해야 한다. 슬립이나 바디슈트 등 긴 길이의 속옷은 옷걸이에 반으로 접어 건조하는 것을 추천한다.

속옷은 마치 예민한 피부의 소유자와도 같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들이 화장품을 신중하게 고르고 세안에 신경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게 단계마다 신경을 쓰는 이유는 부드러운 피부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속옷을 소중하게, 그리고 오래 입고 싶다면 마찬가지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약간의 수고로움이 더해지면, 조금 더 새것처럼, 그리고 쾌적하게 입을 수 있다. 당신의 노력을 속옷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