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가 오면 유난히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압구정 한식점 개화옥의 된장국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텁텁한 된장찌개에 말은 국수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된장 육수와 즐기는 쫄깃한 면요리’라 정의하고 있다.

얼큰한 맛이 맴도는 맑은 된장 국물, 얇게 썬 감자와 호박으로 구수함이 더하고 쫄깃하면서도 찰진 굵은 면발이 식감을 더하며 마지막 뒤돌아설 때 입 안에 맴도는 짭짤한 뒷 맛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특히 해장용으로 그만인 얼큰하고 시원하면서도 담백한 맛의 된장국수는 비만 오면 간절하게 찾게되는 ‘개화옥’의 인기메뉴다.

압구정 갤러리아 맞은 편 세븐일레븐 골목에서 우회전을 하면 나오는 작은 골목, 그리 깨끗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이 후미진 골목에 키 작은 소나무와 앤틱한 벽돌, 그리고 통 유리로 된 소박하면서도 세련됨이 묻어나는 불고기 전문점 ‘개화옥’이 있다. 간판에는 ‘불고기 전문점 개화옥’이라 쓰여있지만 불고기란 음식만으로 이곳을 단정짓기엔 뭔가 아쉽다. 이곳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음식은 주전부리로 먹을 수 있는 찐 고구마와 옥수수, 찐 마늘이다.

메뉴:점심세트, 불고기 정식/23,000원, 보쌈정식/ 23,000원, 차돌박이 정식/20,000원 그 외 단품메뉴, 등심구이, 버섯구이를 곁들인 떡갈비, 이북순대, 직화로 슬쩍 구운 주리살 등, 가격은 2만~3만 원대, 운영시간:24시간 연중무휴 위치 압구정 갤러리아 맞은편 세븐일레븐 골목 진입, 첫 번째 골목에서 우회전, 문의 : 02)549-1459


놋그릇에 담긴 쫀득쫀득하고 탱글탱글한 옥수수를 한알 한알 입안에 넣고 메뉴판을 보다보면 그 맛깔스런 음식이름에 감탄이 나온다. ‘직화로 슬쩍 구운 꾸리살’, ‘깻잎에 싸서 먹는 아롱사태 편육’ 등 이름만으로도 이미 그 맛을 본 듯 하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제주 흑돼지 편육에 굴을 넣고 무친 보쌈과 과일즙으로 살짝 양념해 구운 차돌박이와 야채무침, 그리고 수분과 양념을 최대한 절제해 육류 특유의 향미를 즐길 수 있는 개성식 불고기다.

방짜(유기) 불판에 구운 불고기는 직화구이로 바비큐 특유의 향이 배어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새콤달콤한 김치말이 국수도 인기가 높아지는데 불고기를 먹은 후 고기의 육즙이 입 안에 남은 상태에서 김치말이 국물을 마시면 그 새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에 절로 감탄이 나올 것이다.

사실 개화옥의 음식은 양념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에 외관상으로볼 때 화려한 한식요리는 아니다. 되려 소박하고 투박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그 소박하고 투박한 그 느낌이 묘하게 멋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 비밀은 음식이 담긴 도기(陶器)에 있다. 이곳의 음식들은 옹기장이로 유명한 이현배 선생의 작품과 도예가 이윤신 작가의 작품에 소담스레 담겨 나온다.

도기 하나하나가 작품들이다 보니 된장을 담는 작은 옹기 하나의 가격만도 4만 원선. 조금 크다 싶으면 7만원을 훌쩍 넘겨버린다. 음식의 맛을 살리고 손님의 건강을 고려해 친환경 도기를 사용한 김선희 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엿보인다.

개화옥은 특히 와인마니아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주인장 역시 와인을 좋아하다 보니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와인 50여종을 갖추고 있고, 가격 또한 와인 수입사와의 직거래로 3만~8만 원대의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와인과 한식 메뉴들의 궁합이 절묘하게 맞기에 와인애호가들은 이곳을 즐겨찾는다.

게다가 한번 찾아온 손님을 용케도 알아보고 기억해 주는 개화옥의 김선희 사장의 친화력은 개화옥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단골을 넘어 가족이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있다. 아늑하면서도 모던한 인테리어와 정성스런 손길이 김치와 된장 하나에도 묻어나는 웰빙 음식, 그리고 손님을 알아보고 반겨주는 주인장, 이렇게 어우러진 삼박자는 미식가들에게 ‘숨겨져 있는 나만의 맛집’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개화옥은 지난해 6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2호점을 오픈했다. 1, 2층 규모로 압구정에 비해 상당히 넓은 가로수점은 개화옥 마니아에게 ‘개화옥 그랜드점’이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역시 개화옥 마니아들은 그들의 사랑방인 아늑한 압구정점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고 있다.

나를 반기는 주인장 친화력 또 다른 개화옥 매력포인트

압구정 개화옥을 추천하는 이유는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된장국수와 양념을 최소화한 담백한 음식, 유명 옹기작가의 작품 등 인상적인 요인들이 몇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김선희 사장의 친화력. 고객들을 알아봐 주고 반겨주는 주인장 덕분에 단골집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맛 양념을 최대한 배제하기 때문에 슴슴하다 느낄 수 있는 요리도 있으나 대체적으로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럽다. 분위기 아늑하고 격조 있으면서도 오픈된 캐주얼한 분위기. 특히 와인애호가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좋아하는 와인을 가져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서비스 스태프는 약간 무뚝뚝한 경향이 있으나 대체적으로 친절하다. 사장님과 친해지면 더 없이 즐거운 아지트가 될 곳이다. 누구랑 갈까 평일 저녁이라면 친분을 쌓고 싶은 직장동료나 비즈니스 관계자, 주말 오후라면 가족이나 연인과 가기 좋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