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새로운 변화의 기로에 섰다. 갤럭시노트5와 갤럭시S6 엣지 플러스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을 공개하는 한편, 반도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물론 SUHD TV를 내세운 가전제품 존재감도 가다듬는 분위기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가 구축한 글로벌 ICT 경쟁자들과의 ‘전선’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이젠이 변수

삼성전자와 구글의 관계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안드로이드라는 강력한 인연의 끈으로 묶여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동맹군의 충실한 조력자로 활동하며 제조의 파트를 맡아 활약했으며, 구글은 운영체제를 전담하며 정교한 ‘합’을 맞추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독자적인 운영체제인 타이젠을 개발하기 시작하며 미묘한 파열음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차기 구글의 CEO로 내정된 선다 피차이 부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5 현장에서 “뜻이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연을 끊겠다”는 말을 남겨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 선다 피차이. 출처=GSMA

일단 삼성전자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정조준한 Z시리즈를 바탕으로 타이젠 확산에 전력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구글도 안드로이드 파편화를 막기 위해 현지 제조사들과 안드로이드원 프로젝트를 통한 저가 스마트폰 확산에 열중하고 있다. 일차적인 전선은 저가 스마트폰으로 수렴되는 Z1과 안드로이드원 프로젝트의 스마트폰이 벌이고 있지만, 향후 운영체제 전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쟁탈전으로 번질 개연성은 농후한 편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의 경우 처음부터 타이젠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지금이야 애플워치의 등장으로 워치가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시장의 1위로 부상했지만, 그 전에는 삼성전자의 타이젠이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시장에서 줄곧 1위를 달리는 상황이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의 워치가 2분기 스마트워치 운영체제 시장에서 점유율 75.5%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론적으로 타이젠은 밀려났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가 11.3%의 점유율을 차지한 지점도 새롭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탑재한 기어A를 공개할 경우 당장 구글과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운영체제의 경우, 삼성전자는 Z 시리즈를 제외한 모든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며 구글과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타이젠 확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이 지점에서 구글 안드로이드원 프로젝트와 충돌을 일으키며,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타이젠을 내세운 삼성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웨어와 함께 애플의 공세에 밀리고 있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타이젠을 추후 사물인터넷 시장의 성장동력으로 삼아 모든 가전제품에 탑재할 예정이다. 운영체제를 둘러싼 구글과의 복마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삼성전자와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묶인 인연의 끈을 완전히 끊어낼 개연성은 낮다.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지만 Z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구글도 삼성전자라는 훌륭한 동맹군을 상실할 경우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와 중저가 제조사에만 의존해 안드로이드 확산을 시도해야 한다. 이 단계까지 나아가기에는 양사 모두 잃은 것이 많은 상황이다. 일단 구글이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의 제조를 삼성전자에 맡기지 않는 선에서 당분간 적절한 ‘눈치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높다.

▲ 안드로이드 6.0. 출처=구글

삼성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

모바일 결제 솔루션에서도 양사의 미묘한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를 전면에 걸고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구글도 안드로이드페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고하고 있다. 애플의 애플페이가 시장선점효과를 누리며 영향력을 확장시키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충돌도 예고된다.

일단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의 강점으로 마그네틱과 NFC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범용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부각하는 셈이다. 하지만 갤럭시S6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삼성페이가 적용된다는 점이 변수며, 이는 역으로 범용성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디바이스 중심의 생태계 구축을 내걸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정교한 전략이 필요해보인다.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는 안드로이드의 막강한 범용성을 바탕으로 세를 불릴 전망이다. 삼성페이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만 작동하는 한계를 가졌다면, 안드로이드페이는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활용하는 모든 스마트폰에 선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마그네틱 지원이 어려워도 나름의 범용성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양사의 충돌은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의 활용에서 벌어진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용자는 삼성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를 동시에 지원받기 때문이다. 마케팅과 편의성, 기술적 진보성을 따져야 하는 문제지만 ‘안드로이드’로 묶인 양사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서로의 심장을 노리며 ‘내전’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삼성페이와 안드로이드페이 모두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기 때문에 별도의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생태계를 누가 구축하느냐에 따라 애플페이와의 전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의 최대 제조 우군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삼성페이-카드사 협약식. 출처=삼성전자

물인터넷의 ‘색’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도 양사의 복마전은 이어진다. 구글의 브릴로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지원해 기기 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며 지난해 1월 네스트를 인수하는 등 차근차근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쌓아올린 구글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당연히 오픈소스를 지향하며 브릴로를 중심으로 하는 스마트홈의 정수를 정조준하는 분위기다.

브릴로는 저사양 제품에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케이스다. 일종의 소물인터넷 개념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상용화가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취했다. 사양 자체가 가볍고 배터리 소모가 적으며 가격도 저렴해 다양한 활용적 측면에서 여지도 많다. 다양한 객체를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력한 플랫폼을 자랑한다. 브릴로를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네트워크로 묶으면 간편하고 ‘가볍게’ 사물인터넷을 구동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강점이다.

위브도 있다. 브릴로가 사물인터넷 OS라면 동시에 공개된 위브는 소통, 즉 통신계층이다.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수단으로 볼 수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센서와 디바이스가 공유된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며 크로스플랫폼 방식으로 개발자 API를 노출하며 브릴로와 위브를 감지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설정을 통해 사물인터넷 콘트롤 타워 기능을 잡아낸다. 위브가 브릴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브릴로가 OS의 역할에 충실해 전반적인 틀을 잡는다면, 위브는 연결된 각 단말기의 유무선 통신규격을 안드로이드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2019년 1150억달러(약 129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대략적으로 1년에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타이젠에서 시작된 양사의 미묘한 ‘변화’는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상당한 격차를 보여줄 전망이다.

구글이 아라 프로젝트로 불리는 새로운 스마트폰 실험에 나선 대목도 미묘하다. 제조 인프라를 구글이 품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어 눈길을 끈다. 구글은 최근 아라 프로젝트의 출시일정을 변경해 숨을 고르고 있으나, 조립식 스마트폰 제조라는 프레임을 가진 아라 프로젝트도 안드로이드 제조 동맹군인 삼성전자와의 관계변화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종합적으로, 삼성전자와 구글은 아직 완전한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당장 서로를 필요로 하는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영체제,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사물인터넷, 모바일 결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고 연속적인 행보며, 애초 안드로이드 하나로 구글과 삼성전자를 하나로 묶는 것이 이상하다고 보는 편이 맞다.

구글과 LG전자, 퀄컴과 애플

삼성전자는 독자 부품화의 길을 걸으며 엑시노스로 대표되는 다양한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후 퀄컴과의 관계가 변수로 떠올랐다.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문제로 곤경에 처한 퀄컴이 스냅드래곤 820을 핀펫공정으로 제작할 것으로 천명하며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발매한 폴더형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스냅드래곤 808을 탑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퀄컴과의 관계가 예전처럼 돈독하다고 볼 수 없지만, 최소한의 끈을 잡고있는 분위기다.

구글은 LG전자와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구글의 LG전자 인수설이 깜짝 제기되며 증권가가 출렁이기도 했다. 결국 사실무근으로 판명됐으나 구글과 LG전자가 상당히 가까워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LG전자는 구글의 프로젝션 표준 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AVN(Audio Video Navigation) 디스플레이에 자사의 기술을 탑재시키며 기술적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한편, 지난해 구글의 커넥티드 카 연합인 '오픈 오토모티브 얼라이언스(OAA)'에도 참여해 연결의 끈을 긴밀하게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LG전자의 가상현실 기기 VR for G3도 구글의 카드보드를 모티브로 만든 제품이다. 본 제품은 플라스틱으로 제작됐으며 내부에 G3를 부착하기 쉬워 사용 편의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 유료 VR앱인 ‘Robobliteration’ 데모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V3 for G3의 종이 매뉴얼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협력은 이어진다. 지난 4월 24일 LG전자는 자사의 스마트워치인 ‘LG 워치 어베인’을 국내에 출시하며 구글의 스마트워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웨어를 탑재했다. 오는 10월 공개되는 구글의 최신 레퍼런스 스마트폰인 넥서스도 LG전자가 만든다.

▲ 어베인. 출처=LG전자

애플은 iOS로 대표되는 자체 생태계를 가진 관계로, 사실상 독자적인 길을 걷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과 삼성전자의 협공을 막아내고 있으며 그 외 다양한 분야에서 애플페이처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반도체 기술 부분에서 A9을 기점으로 협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외 대만의 폭스콘과 LG전자 등 부품소재기업과의 협력은 당연히 유지할 전망이다.

사물인터넷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개발자 회의에서 처음 공개되고 올해 개발자 회의를 통해 윤곽을 드러낸 홈킷은 다양한 객체의 등장으로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홈앱이 중심이며, 이는 홈킷의 기능을 모바일로 당겨온 느낌이다. 홈앱은 홈킷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앱’이며 홈킷 단말들의 무선 탐색과 셋업 기능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가상룸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단말들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골자로 한다. 뚜렷한 자신만의 색이 분명하다.

현재 글로벌 ICT 업계는 합종연횡으로 표현할 수 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동지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친구가 되는 세상이다. 이 지점에서 다양한 협력과 대립구도가 바뀌며 모두의 이목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