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명예회장은 17일 오후 5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2월로 예정된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 자리에서 출마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현재 FIFA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려면 차기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서도 조직을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111년 동안 8명의 회장이 배출됐는데 사실상 모두 유럽 출신"이라면서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FIFA는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계속성도 중요하지만 변화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명예회장은 각각 44억 명과 12억 명이 거주 중인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비유럽 대륙들을 열거하면서 자신이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주요도시들이 유럽 축구 구단들과 견줄 수 있는 구단을 보유하게 된다면 세계축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보라는 등의 설득력있는 메시지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정 명예회장은 FIFA의 성공적인 변신을 위한 8가지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 내용은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 간의 ‘견제와 균형’ 강화 ▲총회를 열린 토론의 장으로 변경 ▲회장직 임기 제한 ▲재정의 투명성 제고 ▲회장의 급여, 보너스, 제반 비용 공개 ▲각국 협회에 제공하는 재정지원프로그램(FAP)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분배 및 증대 ▲FIFA내 여성 대표성 제고 ▲여자월드컵 상금의 상향조정 등이다. 대부분 혁신적인 내용이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이 당선되더라도 4년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조직의 지도자가 스스로를 조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조직은 부패하기 시작한다"면서 "FIFA 회장이 된다면 4년 임기 한 번만 회장직을 맡을 것이다. FIFA를 4년 안에 바꿀 수 있다. 세계의 모든 축구팬들에게 약속한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이 출마하는 FIFA 회장 선거는 내년 2월26일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진행된다. 현재 플라티니 회장과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 '하얀 펠레'로 통하던 코임브라 지코(62·브라질),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55)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