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의 봉양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채념한 첫 세대. 불운의 주인공은 베이비붐 세대다.

서울에 거주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약 153만명. 서울 인구의 14.8%를 차지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10월 한 달 간 시내 2만 가구(15세 이상 4만7,01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0 서울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베이비붐 세대 4명 중 3명은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준비 비율은 75.8%로 이전 세대(1955년 이전 출생) 58.5%, 이후 세대(1963년 이후 출생) 54.4%보다 높게 나타났다.

노후대비 방법은 보험, 국민·공무원·교원연금, 은행저축, 개인연금, 부동산 투자 순이었다.

노후대비 방법으로 부동산이 제일 마지막순 이었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노후 대비= 보험’이라는 생각은 <이코노믹리뷰>가 지난달 26일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노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묻는 질문에 ‘보험’ 26.5%, ‘자녀’ 16.5%, ‘빠른 준비’ 15.1%, ‘불안’ 9.9%, ‘부동산’ 8.3% 순으로 응답했다.

하지만, 현재 노후대비 상품에 가입되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서울시 조사와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의 33.2%만이 노후대비 상품에 가입하고 있었고, 66.8%는 노후대비 상품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여유자금 부족 등으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 나라의 공식 은퇴나이와 실제 은퇴나이를 조사한 표를 보니 한국 남자는 60세가 공식적인 퇴직연령이지만 평균 71.2세까지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는 공식 은퇴 나이는 58.7세, 실제 은퇴 나이는 60세이고 이탈리아는 57세(공식 은퇴 나이) 60.8세(실제 은퇴 나이)였다. 30개국을 조사했는데 여성과 남성 모두 한국은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많은 나이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은퇴 후 노후대비 수준은 조사 결과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적 연금은 아직 본격적인 수급단계에 진입하지 않았고 퇴직연금은 도입단계에 있어 대체율이 낮은 상황이다. 한국의 장수 리스크는 0.87로 미국(0.37) 일본(0.35) 영국(0.33)에 비해 월등히 높다.

고령층일수록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장수 리스크는 더욱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베이비붐 세대 은퇴를 계기로 경제적, 사회적 충격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기업-국가 간 3각 은퇴설계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코노믹리뷰>가 진행한 ‘한국인의 노후대비 실태 조사’는 한국인 개인이 생각하는 노후대비에 대해 점검하고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Q&A를 통해 노후대비와 관련 궁금한 부분을 한 번 더 짚어보고 성공사례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이학명 기자 mrm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