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투자하는 루비족을 잡기위한 마케팅 전쟁이 한창이다. 사진은 VVIP시니어 고객에게 가장 먼저 신상품을 선 보이는 주얼리브랜드 반클리프아펠의 론칭행사 현장.


그루밍족에서 루비족까지 우리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새로운 소비집단으로 부상하는 新 인류의 모습이다. 남성이 미(美)에 관심을 가지며 이들을 타겟으로 한 미국 의류시장이 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호모워커스족이 생기며 워킹화 열풍이 불었다. 신인류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케팅 시장에 대해 알아보았다.

남성 쇼퍼들의 위상이 높아졌다

소비시장에서 남성 쇼퍼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2006년 4700억원에 불과했던 남성 화장품의 시장 규모가 2009년 6800억원으로 증가, 매년 평균 15%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1년에는 그 규모가 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증명하듯 남성 쇼퍼들을 겨냥한 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헤어제품 기업인 (주)일진 코스메틱은 배우 정우성을 앞세워 남성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우성과 기획, 제작, 판매, 마케팅, 광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공동으로 진행해 개발된 브랜드는 ‘무슈제이(Monsieur J)’, 남성을 나타내는 무슈와 정우성의 J를 합친 표현이다.

그런가 하면 신원 역시 올 가을 시즌에 맞춰 신규 남성복 브랜드 ‘ 반 하트 옴므’를 출시한다. 그 외에도 리엔케이에서는 옴므 모이스춰라이징 스킨 및 로션 등 기초제품을 출시했다.

그렇다면 남성들은 주로 어디에 소비를 할까? 우선 미용에 신경을 쓰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화장품, 헤어, 피부관리 등 뷰티 상품 군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사실 아직까지 화장하는 남자에 대해서는 약간 변태스러운 의혹의 시선을 던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때문에 화장품 업계는 조심스럽고 안전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현빈’이나 ‘권상우’ 등 선호하는 이미지의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앞세워 도시남자의 내추럴 메이크업으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남성들이 뷰티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면 두 번째는 의상, 즉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11년 남성복 시장규모가 여성복을 앞지를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52.8%, 2009년 하반기 53%, 2010년 상반기 53.7% 등으로 꾸준히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경기 호조와 구매 소비자 증가로 남성복 시장은 전년 대비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용적인 것을 중요시 여기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요즘 그루밍족의 모습이다.

중년여성 ‘자기 사랑’눈을 뜨다

루비족, 그들은 더 이상 가족을 위한 소비에 집중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한 소비에 관심을 갖게 된 중년 여성들은 이제 주얼리, 패션, 화장품, 예술 분야에서 중요한 마케팅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50대 이상의 매출이 매년 두자릿 수 이상으로 늘고 있는데 롯데 백화점이 롯데카드와 롯데멤버스카드를 분석한 결과 40~60대 대상 영캐주얼 의류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넘게 성장했다. 이는 젊음을 추구하는 루비족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쥬얼리 업계 역시 중년여성을 위한 마케팅에 신경을 쓰고 있다.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인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은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중년의 VVIP 고객을 각종 런칭 행사나 프리뷰 이벤트에 초대해 가장 먼저 신상품을 만날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한다. 또한 매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시니어 여성들과의 세일즈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그들과 직접 소통하는 실무자 교육에도 정성을 쏟는데 예를 들면 예술품 경매, 투자 포트폴리오, 퍼스널 이미지 메이킹 등이 그것이다.

박수진 마케팅 차장은 “ 실무자 교육을 통해 시니어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매니저들이 고객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그들이 소장한 제품까지 미리 파악해 일대일 맞춤 제안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이젠 집은 가족들의 놀이터

밖에서 하던 활동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성향을 말하는 인스피리언스 (Insperience). ‘집안’을 뜻하는 ‘indoor’와 경험을 뜻하는 ‘experience’의 합성어로 밖에서 즐기던 경험을 집에서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집 안에 최첨단 홈 시어터, 체육관 시설, 최첨단 에스프레소 머신 등을 갖춰 놓고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집 안을 운동, 게임, 음악, 영화 등 새로운 여가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스파 욕조, 홈바 부엌 등이 모두 인스피리언스족의 영향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집 밖에 나갈 이유가 없다는 그들에게 집은 여가를 위해 마땅히 ‘개척’해야만 할 놀이터다.

최근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3D 영상을 TV에서 볼 수 있는 3D TV, 와인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와인온도를 집 안에서도 즐길 수 있는 와인셀러(냉장고),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쿠르트 제조기나 붕어빵 제조기 등 역시 인스피리언스족을 위한 상품이라 할 수 있겠다.

역시 인스피리언스족을 위한 마케팅 역시 치열하다. 한 예로 덴마크의 명품 오디오 전문업체인 뱅앤올룹슨(Bang&Olufsen)의 경우 신사동에 아시아 최대규모의 제품전시관을 마련, 매장 방문객 누구나 명품 홈시어터를 체험할 수 있는 베오리빙룸과 제품 구매 전 제품을 설치해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홈데모 서비스, 신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가 제품 점검을 해주는 비포 서비스 등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고가의 명품브랜드로 차별화 했던 뱅앤올룹슨의 이러한 오픈마케팅은 한국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보고 아시아 최대 매장을 한국에 오픈한 것과 상통한다. 닐센 CEO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뱅앤올룹슨의 글로벌 매출이 절반으로 줄 때에도 한국 매출은 10% 넘게 성장했다.

닐센 CEO는 “한국에서 고품격 라이프스타일에 가치를 두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며 “고객이 AS신청을 하지 않아도 찾아가는 서비스 등 기존 AS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느리게 걷기를 좋아하는 호모워커스 족 등 걷기열풍을 타고 워킹화 시장이 700억원대로 급성한 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국내 기능화 시장은 2007년 1000억원, 2009년 3000억원에서 걷기 열풍이 일었던 2010년에는 6000억원대로 성장했다.
그 중 워킹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년 40~50%대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워킹화 시장은 7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다. 워킹화는 등산화보다 가벼우면서도 충격을 흡수해 주고 발을 교정해 주는 기능적인 측면이 있어 최근 호모워커스 족, 즉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