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전성시대다. 사실 이 자체에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업의 방식을 O2O로 정의한다면 단순히 오프라인에 머물던 우리의 관심이 온라인에 홀리듯 쏠렸고, 이 지점에서 '자, 자, 오프라인도 역시 중요하지 않아?'라고 다독이는 수준이다. 원래 중요했던 분야가 있었는데 모두가 잠시 잊고 새로운 분야에 열광했다가, '어? 그러고 보니 중요한 분야가 있었잖아! 같이 묶어 버리자'라는 발상이 O2O라는 뜻이다.

하지만 대단한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대단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강이 흐르면 나루터가 생기고 뱃사람이 등장하고 몰려드는 손님을 위한 국밥집이 생기는것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묶어버리는 순간 다양한 플러스 '알파'가 등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일이다. 이렇게 정리하자. 기술(주로 IT)의 발전으로 우리는 새로운 영역(온라인)을 알았고, 이를 기존의 영역(오프라인)과 묶으면서 더 많은 기회를 '감지'했다고.

여기에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은, 모든 방향성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흐른다던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격이다. 만약 당신이 O2O 사업을 생각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방향성을 '단방향'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당장 접어두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O2O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파도와 같기 때문이다. 시너지는 기본적으로 '화학적인 결합'이 이뤄져야 본격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O2O의 스펙트럼
O2O는 다양하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도 O2O의 영역이고 우버와 같은 공유경제 기업도 당연히 O2O다. 따지고 보면 엄연히 현실세계, 즉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우리가 온라인에서 약간의 영향만 받아도 O2O고 그 반대의 경우도 O2O다.

생생하게 비유해보자. 온라인 채팅을 하다가 상대방의 비매너에 열불이 터져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가 맥주를 마시며 화를 삭히는 것도, 일과시간에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아 기분이 좋아져 온라인 커뮤니티에 접속해 '세상은 아름다워'라는 주제로 글을 끄적이는 것도 O2O다. 꼭 사업적인 부분에서만 O2O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며 방금 말했던 사례들을 하나의 모델로 반복시키고 고취시킬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플러스 '알파'가 가능하다면 그것이 곧 O2O 사업이다. B2B나 B2C처럼 꼭 '비즈니스(B)'의 키워드를 삽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사업으로의 O2O를 주로 말하기 때문에, 근원적인 질문은 이 즈음에서 묻어두고 '비즈니스'에 집중해 보자. O2O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람냄새
O2O를 가능하게 만들려면 우선 온라인 및 오프라인 인프라가 존재해야 하며, 이를 연결할 더듬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비롯해 더듬이가 존재한다고 사람들이 알아서 사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태계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사실 이 지점이 간단하지 않았다.

옐로모바일 1분기 실적발표날, 그들은 자사의 앱들을 설명하며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때 아주 절묘한 질문이 파고들었는데, 질문의 요지는 간단했다. "생태계 만드는 것은 긍정적이나 과연 그 생태계를 사람들이 선택할 것인가?"

O2O는 온라인, 특히 모바일 시대에 등장한 패러다임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웹의 시대는 PC가 허브인 상황인데, 사람만한 크기의 PC를 들고 다니며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사실 한계가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우리는 끝없는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게 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가 아닌가.

하지만 모바일의 시대가 앱의 시대를 의미한다는 것이 필수적이다. 웹의 시대에는 포털이 콘텐츠 게이트의 역할을 수행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알려줬으나 앱의 시대는 이러한 사업자 중심의 마인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생활밀착형은 가능하지만 이제 고객들은 자신이 능동적으로 필요한 플랫폼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옐로모바일 실적발표날 나왔던 질문은 이에 대한 지적이다. '과연 옐로모바일 앱 생태계는 사람들을 유혹할 수 있는가?' 당시 옐로모바일은 '우리는 멋진 서비스이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는 복잡하고, 또 단숨에 풀기 어려운 해법이다. 그런 이유로 약간 무책임하지만 옐로모바일의 '스탠스'가 오히려 정답에 가까울 수 있다. 이 문제를 풀면 당신은 단숨에 마크 저커버그와 동등한 자리에 설 수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O2O의 가능성과 '사람냄새'를 연결하는 시도가 다수 보이고 있다. O2O의 성공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다가가는 사람냄새야 말로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가능할까?

▲ 출처=쿠팡

O2O는 정량화의 예술
결론부터 말하면 O2O에 있어 사람냄새는 마케팅적 요소로 작동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파급력은 분명히 한계를 가진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보자. 로켓맨은 기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제공한다. 다소 무뚝뚝한 택배 기사의 인식을 깬 젊고 깔끔한 젊은 로켓맨은 고객이 자연스럽게 쿠팡 앱을 열도록 만든다. 이러한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고, 언론보도를 탄다. 아주 성공적인 O2O 사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쿠팡이 O2O 사업을 전재하며 로켓맨을 중심에 두는 순간, 그들의 실험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O2O는 치밀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그 이상의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플러스 알파가 추상적인 '감동'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지속성이다. 쿠팡은 언제까지 로켓맨을 가동할 것인가. 당장의 유통 시장을 장악할 수는 있겠으나 그 이상의 전자 및 IT기술의 발전으로 반격이 가해진다면 버틸 수 있을까?

로켓맨이 감동을 줄 수 있겠지만 경쟁사는 빅데이터에 입각한 정교한 큐레이션 기능과 치밀한 수학적 계산에 입각한 단축된 배송기간을 제공한다고 생각해보자. 소비자들은 사람냄새에 의리를 지킬까? 게다가 쿠팡의 로켓맨은 불법논란에도 휘말려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사실 더욱 큰 시장에서 이 문제가 100% 해결된다는 보장이 있을까? 쿠팡맨의 업무강도는? 어쩌면 쿠팡맨은 '진짜 배송의 현실'과 만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물론 쿠팡도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쿠팡맨을 마케팅적인 부분에 활용하며, 그 이면에는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프로세스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지점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쿠팡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쿠팡의 로켓맨이 보여주는 감동을 O2O의 경쟁력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가능하나, 최종무기로는 부족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O2O는 정량화의 예술이다. 앱을 통해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가능해졌고, 사람들은 자신이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선택한다. 여기에서 공급자가 만든 생태계를 선택할 수 있으며 다양한 공급자의 생태계를 취사선별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공급자는 필연적인 '냉정한 데이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11일 배달의민족은 업계 최초로 기업 전용 배달음식 결제 서비스인 '배민 법인결제'를 출시했다. 쉽게 말하자면 사내식당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온디맨드와 우버의 추억이 아른거리지만 그보다 더욱 상생의 플랫폼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배달의민족은 푸드테크를 확장할 것이며,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다. 수수료 0%를 선언하며 생태계와 데이터의 공격적 수집을 천명한 배달의민족다운 승부수다.

▲ 출처=우아한형제들

만약 여기에서 사람냄새를 강조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마케팅적으로는 훌륭한 효과를 거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추상적인 경쟁력은 시스템을 이길 수 없다. 우리는 'O2O'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O2O 사업'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