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30%씩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위조, 모조 상품(이하 짝퉁) 시장, 급기야 출시되지도 않은 상품들이 중국 짝퉁 시장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짝퉁 상품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그 확산 속도와 기술력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불법’이기에 근절시켜야 할 화두이지만, 일면 중국 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무시할 수 없는 경제력을 갖고 있는 짝퉁시장. ‘불법’이라고 외면하기엔 모방을 통한 기술 발전을 촉진시켜 ‘선진국으로 가는 필연적인 과정’이라는 옹호론자의 항변이 있고, 내버려 두기엔 민간기업의 피해 규모가 연간 17조 원 이상에 이르며 그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에서는 버릴 수도, 취할 수도 없는 짝퉁 시장의 ‘빛과 그림자’를 알아보고 중국 짝퉁 시장의 현재와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진화하는 짝퉁 기술의 모습을 조명해 본다.

진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기위해 경기도 파주 아울렛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한 의류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안영준 기자).


중국 짝퉁 시장에 출시되지도 않은 ‘아이폰 미니’가 떴다. 얼마 전 중국 상하이로 출장을 간 김모씨. 그는 상하이 룸바이 지역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유명 짝퉁 시장 통양상사에서 애플사의 아이폰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가 놀란 이유는 단순 아이폰 위조품에 그친 것이 아닌 아직 출시된 적 없이 소문만 무성한 ‘아이폰 미니’와 ‘아이폰 4 화이트’ 모델까지 버젓이 나와 약 1000위안(16만 5000원)에 판매가 되고 있었던 것. 아이폰 뿐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위조상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일례로 지난 1일 미국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는 가짜 ‘말보로’ 담배를 판매한 소매업체 8곳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태국 수도 방콕에서는 가짜 포르쉐와 페라리가 도로를 누비고 있으며 미국 항공우주국 (NASA)마저 짝퉁 원자재를 사들여 물의를 빚었다.

실제로 암시장(Black market) 전문조사 사이트인 '하보스코프 닷컴'에 따르면, 전 세계 짝퉁 시장은 매년 20~30%씩 성장해 지난해에는 6,300억 달러 정도에 달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짝퉁 시장은 규모가 연간 2,00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고급 브랜드에 치중됐던 짝퉁 품목이 이제는 화장지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자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단속에 나섰다.

세계시장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역시, 5조 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중국 GDP의 최소 20% 정도가 짝퉁 경제와 연결돼 있을 것이라는 잠정적인 통계가 있을 정도다.

한국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검찰에서 2011년 1월부터 3월까지 적발한 위조상품 관계자만 무려 1,330명에 이르고 관세청에서 단속한 짝퉁 상품 적발 규모는 2007년 6800억 원에서 매년 3000억 원씩 늘어 지난해 1조50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렇다면 짝퉁 상품의 유통 경로는 어떻게 될까? 지난3월 세관은 중국에서 70억 원의 짝퉁 물건을 밀수한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물건을 배송해주면 50만 원을 주겠다”고 광고해 택시기사, 인테리어 일용직자 등을 중간 배송책으로 이용 70억 원대의 명품 짝퉁 물건을 국내에 반입하려 했다.

배송책이었던 사람들은 자신이 짝퉁 제품을 배송하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특허청 관계자는 위조품 단속이 힘든 이유에 대해 위의 사례처럼 “제조와 유통 단계가 대부분 점 조직 형태를 띠고 있으며 대부분 현금 거래나 대포통장을 사용해 계좌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또한 인터넷이 성행하며 “온라인 마켓이 지적재산권 보호가 취약한 국가가 위조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입수하는 통로가 됐다”고 말한다.

여행객들이 입국전 세관 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일자리 창출 효과에 팔장낀 중국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짝퉁과의 전쟁을 벌인바 있다. 이때 중국은 짝퉁 상품을 수거해 산처럼 쌓아놓은 다음 포크레인으로 박살을 내버리는 퍼포먼스까지 보이며 짝퉁과의 전쟁을 치르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였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10년간 일간지의 중국특파원을 지냈던 홍순도 럭키강건 부사장은 그의 저서 ‘짝퉁전쟁’에서 짝퉁 상품을 단속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뭔가 모르게 부족한 점’이 있다고 말한다.

전국 공안들이 타는 순찰차조차 마티스 짝퉁인 QQ임을 지적하는 그는 중국이 대외적으로는 짝퉁 척결의 의지를 다지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묵인하는 자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짝퉁에 대해 거부반응이 없는 중국인들의 정서와 지방경제에 타격을 줄지 모른다는 정부의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짝퉁 경제 규모가 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는데 이를 척결할 경우 야기되는 사회적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게다가 “짝퉁 경제가 중국 정부의 골칫거리인 실업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시켜 준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짝퉁 생필품의 보급기지인 원저우의 경우 짝퉁이 무려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최소 500만 개에서 최대 2000만 개의 일자리가 짝퉁에 의지하고 있다는 계산은 결국 중국 정부가 사회 전반의 짝퉁 범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코치(COACH)백을 25만 원에 해외 대행 구매 사이트를 통해 구입했다.

정품가 격이 50만~60만 원대 가방이고 정기할인 등도 있어 ‘재고상품을 저렴하게 판매 하나’ 싶어 구매한 그녀는 한국에 도착한 제품을 보는 순간 보기에도 엉성한 바느질에 정품이 아님을 알게 됐다.

이처럼 소위 ‘뜬다’ 싶으면 어김없이 유통되는 짝퉁 제품들. 이젠 수출업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진출해 짝퉁이 나오지 않으면 인기가 없는 것으로 치부될 정도’라는 웃지못할 얘기도 돌고 있다.

정품을 생산하고 장인의 손길로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이룩한 제품을 무단 도용한다는 것은 분명 지양될 부분이지만 ‘명품을 모방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기술의 발전은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짝퉁 옹호론자의 의견이다.


인천공항본부세관에서 압수한 짝퉁 명품가방과 시계(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짝퉁은 브랜드파워 바로미터

뿐만 아니라 아이폰이나 윈도 7 같은 IT업종의 독점에 저항하는 하나의 대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독과점 위치에 있어 달리 다른 제품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없는 소비자들은 저렴한 짝퉁 제품을 사용하며 독점에 저항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간 17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입는 민간기업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최근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브랜드 ‘MCM’의 ㈜성주디앤디 마케팅 관계자는 “불법 복제 제품의 유통은 명백한 불법” 이라고 말하며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MCM'은 자사의 ‘짝퉁’ 상품을 만들어 판매한 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긴 바 있다. 이처럼 법정인 소송 이외에도 상품에 위조 방지 시스템을 만들어 복제를 방지하는 경우도 있다.

3중 캡으로 역회전 방지 기어를 통해 진품 여부를 알 수 있는 위스키 임페리얼의 ‘ 트리플 키퍼’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위조시스템이 상품에 도입되면 자연스레 상품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이치, 그 부담은 소비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 짝퉁이 미치는 경제적 효과다. 얼마 전 샤넬 시계 총괄이사인 니콜라 보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 짝퉁은 감히 베끼고 싶다는 생각조차 못하도록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짝퉁을 사는 고객은 지갑이 얇은 잠재적인 고객” 이라는 말을 해 주목을 끌은 바 있다.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계륵(鷄肋:닭갈비), 그야말로 짝퉁 제품을 바라보는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최원영uni354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