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

 “수, 헬, 리, 베, 붕, 탄, 질, 산, 플, 네, 나, 마, 알, 규, 인, 황, 염, 아, 칼, 칼. 이게 원소 기호 20번까지인데요, 그중 황도 있어요. 16번에요, 아빠.”

지난 복(伏)날, 복달임으로 서울 강남에 있는 유황오리 식당에서 유황오리 요리를 먹던 고등학생 둘째 아이가 원소 기호를 줄줄 외우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한 번쯤 읊조렸을 것입니다. 원소 기호 20번까지를 첫 글자만 따서 ‘수헬리베붕탄질.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붕소, 탄소, 질소’ 하고 외우던 시절이 기억나죠? 필자의 둘째 말처럼 그중에 유황오리에 있는 황(S)이 있었네요.

생각해 보니, 우리 주위에서 접하는 상품 중에 이런 원소 기호와 ‘썸 타며’ 스토리를 만든 브랜드들이 꽤 있네요. 그중 원소 기호 1번 수소(H)를 유난히 강조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수소수의 수소(H₂)가 풍부한 ‘하이수소수(Hi Susosu)’입니다. 하이수소수는 물에 수소가스를 용존(溶存)하는 방식으로 경상북도 의성의 천연수에 가압설비로 수소 가스를 담아내는 조금 색다른 음용수입니다.

이런 수소수를 마시는 이유는 바로 노화와 질병의 원인인 활성산소 때문입니다. 우리 몸속에 있는 산소 중 2~3%는 활성산소인데요, 그중 나쁜 활성산소는 우리 몸속에 남아 체내 세포를 공격합니다. 이 때문에 노화와 질병이 생기곤 하지요. 그래서 연로한 어른들은 당근, 귤, 호박, 쌈배추, 파프리카 등 베타카로틴이 많이 든 녹황색 채소를 자주 섭취하거나 항산화제를 접하곤 합니다.

그런데 활성산소의 천적이 바로 이 수소입니다. 수소는 나쁜 활성산소와 결합하여 물로 변하여 체외로 빠져나갑니다. 수소 섭취에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수소수를 마시는 것입니다. 물론 여름철에 수박, 참외, 자두 같은 제철 과일을 먹는 것도 항산화 작용에 좋습니다.

▲ 하이수소수 제품. 사진=한국수소수

수소뿐 아니라 원소 기호 8번인 산소(O₂)를 강조한 소주도 있습니다. 산소가 3배 많은 소주, 그래서 ‘숙취 해소가 30분 빠르다’고 강조하는 산소(O₂)소주 ‘오투린(O2린)’입니다. 오투린을 생산하는 충청지역 대표기업 맥키스컴퍼니는 청정지역 숲 속에서 포집한 산소를 3차에 걸쳐 용존시키는 특허기술로 친환경 웰빙 소주 오투린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숙취에 약한 애주가들은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떨지요.

더운 여름철, 서울지하철 홍대역이나 강남역 부근에서 인기를 누리는 원소 기호도 있죠. 바로 원소 기호 7번 질소(N)와 썸을 탄 질소 아이스크림입니다. 이 아이스크림은 저온의 액화질소로 우유를 급속 냉각시켜 만들어서 입자가 매우 작아 식감이 매우 부드럽답니다. 무더위 속에 홍대역, 강남역에 간다면 이 부드럽고 시원한 질소 아이스크림도 한번 먹어보면 어떨까요. 지난해, 과자 포장에 질소를 담아 논란이 되곤 했는데 그 질소와는 차원이 조금 다르답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원소 기호와 스토리텔링을 이룬 브랜드도 있습니다. 컨설팅회사 소디움파트너스인데요, 여기서 소디움(Sodiun)은 원소 기호 11번 나트륨(Na)이죠. 아마 회사명에 나트륨인 소금을 담은 것은 성서에서 의미하는 ‘빛과 소금’ 같은 소중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라 추측해 봅니다.

원소 기호 1번 수소(H), 7번 질소(N), 8번 산소(O), 11번 나트륨(Na), 16번 황(S)과 스토리를 엮은 하이수소수, 질소아이스크림, 오투린, 소디움파트너스, 유황오리. 이 원소 기호들은 단순히 브랜드 스토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 브랜드와 제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에 맞는 스토리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하이수소수는 항산화를 통한 건강을, 오투린은 빠른 숙취해소를, 소디움파트너스는 소금 같은 컨설팅 서비스를 약속하고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그 원소 기호 스토리를 오롯이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수, 헬, 리, 베, 붕, 탄, 질, 산, 플, 네, 나, 마, 알, 규, 인, 황, 염, 아, 칼, 칼.

한번 따라해 보세요. 그리고 이 중에 혹시 여러분이 담당하는 브랜드와 썸을 만들 수 있는 원소 기호가 있는지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너무 덥다고요? 그럼, 냉장고 속 시원한 하이수소수나 질소 아이스크림이라도, 아니면 시원한 오투린 한 잔 하면서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