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구현수씨. 그의 연봉은 5000여만 원이다. 아이가 3명이어서 학원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그를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생활비다. 주말에 할인점을 갈 때마다 지갑을 도둑맞는 기분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장바구니 물가에 놀랐다. 할인점에서 별로 산 것도 없는데 10만 원어치 구매하면 1주일을 지냈다. 우유와 두부, 떡볶이를 비롯한 먹거리 위주가 고작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에는 10만 원으로 5일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구매 금액은 13만 원 이상으로 올랐고, 올 들어서는 15만 원으로 뛰어올랐다. 구 과장이 느끼는 물가는 1년 새 무려 50%나 상승한 셈이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물가는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샐러리맨의 벌이는 제자리다. <이코노믹리뷰>는 나도 모르게 새고 있는 돈을 막고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편집자 주>


송파구에 사는 주부 신미숙씨. 그녀는 최근 전기료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느끼고 구청에서 운영하는 ‘그린코디’의 방문을 신청했다. 에너지 교육을 받은 그린코디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낭비되고 있는 대기전력의 수치를 측정, 에너지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절약 방법을 안내하는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쓰지않는 플러그 뽑았더니 전기료 ‘뚝’

신씨의 집을 방문한 그린코디는 간단한 에너지 절약 상담을 한 뒤 전원은 꺼져 있지만 플러그가 꽂힌 TV에 다가가 대기전력을 측정했다. 대기전력은 0.65와트. 단순히 플러그만 꽂아놓아도 낭비되는 전력량이 상당하다.

부엌으로 가 항상 보온으로 유지해 놓는 전기밥솥의 대기전력을 재어보니 0.7와트로 TV보다 높게 나온다. 유달리 밥솥의 대기전력이 높은 이유를 보니 에너지등급이 낮은 4등급으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 신씨는 황급히 전기밥솥의 플러그를 뽑아버렸다.

이렇게 기기의 동작과 관계없이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는 사이에 소모되는 전기 에너지를 ‘대기전력’이라고 하는데 무심코 꽂아놓은 전기 플러그로 인해 그녀도 모르는 사이 돈이 새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린코디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 김미란씨 역시 대기전력을 측정하며 멀티 탭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노래방도 평소 사용하지 않는 에어컨의 플러그를 뽑아놓은 덕분에 전기료를 월 3만원 줄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기전력 뿐 아니라 냉장고의 음식물을 줄이고 TV시청 시간을 줄이며 컴퓨터 모니터 밝기를 줄이는 등 에너지 절약을 실행하면 과연 얼만큼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

수유동에 거주하는 이미자 씨. 그녀는 약 3개월간 무려 전기 292.5Kwh, 도시가스 199.5³, 수도 13³를 감축했다. 이 감소량은 종전 사용량 대비 31.58%나 감축한 것이다. 이렇게 줄일 수 있었던 비결은 가정주부 특유의 ‘알뜰한 살림 지혜’가 숨어있다.

“콘셉트를 개별 스위치가 있는 멀티 탭으로 바꿔 사용하지 않는 코드는 쉽게 끌 수 있도록 했어요. 냉동실에 음식을 쌓아두었던 습관을 고치고 냉장고의 보관음식을 항상 정리하여 음식물의 비중을 약 75%에서 60%로 줄여 가동, 불필요한 에너지 발생을 줄였습니다.

세탁물 역시 일주일에 3번 돌리던 것을 겉옷과 속옷으로 구분 일주일에 두번 돌렸으며, 정수기에서 발생되는 폐수를 설거지물과 빨래, 청소에 이용하는 등 수도비를 아꼈다. 그 결과 이미자 씨가 절약한 에너지 요금은 전기요금 3만6510원, 도시가스 요금 15만3090원, 수도요금 9400원에 달한다.


에코마일리지 포인트로 관리비 낸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현금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서울시에서 발행하는 에코마일리지 카드도 눈여겨보자. 단말기에 카드를 댈 때마다 100원씩 적립돼 되려 돈을 버는 기분이라는 주부 왕미정 씨. 그녀는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된 ‘에코 마일리지’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에코 마일리지’ 카드는 서울시에서 전기나 가스, 수도와 같은 에너지를 절약하면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로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하면 1통행당 금액의 10%를 적립해 준다.

1 마일리지가 1원으로 대중교통 이용 시 월 최대 1만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어 월 1만 원 가량의 현금포인트가 생긴다. 교통카드 기능 이외에도 서울시 에코 마일리지 홈페이지(ecomileage.seoul.go.kr)를 방문해 전기, 수도, 도시가스 요금고지서에 나와있는 고객번호를 입력하면 매월 자신의 에너지 사용량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일리지 가입 후 6개월 동안의 에너지 사용량이 직전 2년 같은 기간 비교한 사용량에 비해 10%이상 절감하면 5만 원 상당의 친환경 제품을 주거나 마일리지를 적립해 준다.

소비자들은 적립된 마일리지로 아파트 관리비, 이동통신요금, 지방세 납부 등 자신이 필요한 곳에 현금처럼 쓸 수 있다. 그야말로 에너지 절약으로 돈을 아끼고 마일리지를 통해 돈도 버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서울시 기후대기과의 김호성 주무관은 “에코 마일리지의 실용화를 위해 지난 17일 서울시청과 우리은행, SC제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 BC카드사,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며 “마일리지 혜택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 밝혔다.


알뜰히 모은 헌옷으로 용돈충전 OK

서울 상계동에 사는 주부 최원선 씨는 봄맞이 대청소를 하며 입지 않는 오래된 옷을 정리했다. 자신의 옷은 물론 남편과 아이들의 옷과 가방, 신발 등을 정리해 보니 그 부피가 상당했다.

최 씨는 헌옷 수거함에 옷을 넣지 않고 헌옷을 매입하는 무역회사에 전화를 했다. 회사 측은 직접 옷의 무게를 달기 위해 가정 방문을 했고 무게가 50kg정도가 되자 최 씨에게 20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녀는 매년 옷과 이불, 신발 등을 정리할 때마다 헌옷 매입사를 이용해 20만 원의 용돈을 번다.

고물가 시대 중고품도 실속파들의 인기 상품이 됐다. 직장인 김성환 씨는 네이버의 중고 카페인 ‘중고나라’에서 70만 원 상당의 브랜드 노트북 신상품을 20% 할인된 금액인 56만 원에 구매했다.

스크래치가 난 상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 눈에 보이는 스크래치는 아주 작아 그야말로 신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한 격이다. 그는 새 노트북을 중고 카페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후 자신이 사용하던 중고 노트북을 다시 중고 시세인 25만 원에 올려 판매했다. 결국 그는 약 4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절약했다.

3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변정숙 주부.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뿌듯하지만 교육상 책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러나 웬만한 책은 전집으로 묶어 팔고 아이가 금방 자라 나이 대에 맞는 각 분야의 책을 갖춰놓는 것이 여간 부담이 아니다.

그녀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아동 중고책 전문 사이트. 엄마들에게 인기 있는 사이트는 ‘개똥이네’ 라는 중고책 사이트다. 이곳에서는 웅진, 프뢰벨, 몬테소리 등 엄마들이 선호하는 출판사의 책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중고 사이트 외 그녀가 아이를 데리고 자주 찾는 곳은 어린이 전문 도서관. ‘파랑새 어린이 도서관’과 ‘날마다 자라는 나무’ 등의 어린이 도서관 역시 그녀가 아이 도서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곳이다.

36살의 직장인 이근호 씨는 매일 아침 9시가 되면 소셜 커머스인 쿠팡과 티켓몬스터, 그루폰에서 보내는 오늘의 행사 상품문자를 확인한다. 품목당 24시간 내 공동구매 형식으로 판매가 이뤄지는 소셜 커머스는 최근 젊은이들에게 인기 높은 아이템.

는 며칠 전 자신의 부인과 함께 소셜 커머스에서 파격가로 할인된 제주도 호텔 여행을 다녀왔다. 2인 기준 항공권과 호텔 1박, 조식이 10만원도 되지 않는 상품으로 나왔던 것. 그는 소셜 커머스를 이용해 레스토랑은 물론, 연극이나 영화 등의 문화상품도 30~6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기고 있다.

대형마트 PB상품을 공략한다

식료품값을 줄이기 위한 주부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주택가가 밀접한 서울 화곡동에 사는 이정아 주부는 장을 볼 때마다 주변 인접해 있는 마트들을 돌아다니며 PB상품과 1+1 행사 상품을 비교한다.

기업체의 브랜드 상품보다 저렴하면서도 품질도 높아 최근 PB상품의 이용 횟수가 증가했다는 그녀는 우유가격을 비교해 보여준다. 롯데슈퍼의 와이즐랙 세이브 우유1리터에 1,590원, 1+1행사가 진행되어 2개 2,990원에 구입할 수 있다. 현재 전단상품으로 전시된 남양 맛있는 우유GT의 1리터 가격인 1,990원보다 저렴하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5대도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14일 발표한 ‘소비자 장바구니 동향 조사’에 따르면 최근 고물가로 대형마트의 PB상품 매출이 올 1~3월 전년 대비 20~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PB(private brand)’ 상품은 제조업체 브랜드보다 20~30%저렴한데다 지속적인 품질 개선으로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유가 ‘에코 드라이빙’ 깨우치다

지난 14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944.59원을 기록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정유사들이 ℓ당 100원을 낮췄지만 주유소 판매 인하가는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서울시에서 발행하는 에코마일리지 카드, 대중교통 이용시 1만 원의 현금포인트가 적립된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도 가장 비싼 주유소와 가장 싼 주유소의 가격 차이가 1ℓ당 396원이다. 이에 주유 가격이 싼 곳을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소지한 카드별로 특정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할인 혜택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분간 휘발유, 경유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업계 견해를 종합해 봤을 때, 고유가 시대에 운전자 스스로 기름값을 줄이는 것만이 주머니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일이다. 이에 기름값을 낮추고 자동차의 연비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봤다.

애초에 차량 선택 시 연비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에너지관리공단 수송에너지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공인연비가 가장 좋은 차로는 휘발유 1ℓ당 29.2km를 주행하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다. 다음으로 토요타의 렉서스 CT200h(25.4km/ℓ), 현대차의 엑센트 1.6디젤 수동변속기 모델(23.5km/ℓ)의 순으로 연비가 높다.

국내 경차 중에서는 기아차의 모닝 1.0가솔린이 오토 19㎞/ℓ, 수동 22㎞/ℓ로 높은 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도 경제성을 상징하는 모델로 손꼽힌다. 스파크는 자동변속기 기준 17km/ℓ(수동 변속기 21km/ℓ)를 실현해 고유가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 차량으로도 손색이 없다.

준중형차 중에서는 기아차의 포르테 에코플러스가 17.5km/ℓ의 높은 연비를 달성해 판매량이 늘고 있다. 현대차의 벨로스터도 15.3km/ℓ(자동변속기 기준)로 준중형차 사이에서 비교적 높은 연비를 기록한다. 그러나 대체로 전기와 가솔린 엔진을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혹은 소형 디젤 수동변속기 승용차가 높은 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소유한 차량의 기름값을 줄이는 운전습관도 숙지하면 도움이 된다. 도로 주행시 연료 소비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을 체크하는 것이 키 포인트.

한국GM 관계자에 따르면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를 삼가는 것이 좋다.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급출발 10회의 경우 100cc의 연료가, 급가속 10회의 경우 50cc의 연료가 더 소비되는 까닭에서다. 급정지 역시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유발한다.

또 공회전 상태에서는 1분당 10cc의 연료가 더 소모되므로 1분 이상 정차 시에는 엔진을 멈추는 것이 낫다. 주행 시 경제속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행속도가 연료 소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도로에서는 시속 60km,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80km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여름철 과다한 에어컨 사용은 높은 연료 소모량을 유발한다. 에어컨을 사용하면 주행 속도 변화에 따라 최대 20%의 연료 소비가 증가하는 것. 저속 주행 상태에서 에어컨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자동차에 무리를 주며 과대한 연료소모를 가져오므로 시속 40km이상의 속도로 주행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최원영 기자 uni3542@asiae.co.kr
백가혜 기자 lit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