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한국농업경제학회 학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송원제 기자)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 국가들은 다시 ‘식량안보’ 전략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해외 농업개발은 최근 식량자원 확보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소위 ‘뜨는’ 사업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반론이 크다.

국내 농업 보호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강한데다, 60년대부터 시작됐던 해외 농업개발의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간 경험도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용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제곡물유통회사를 통해 공급받으면 되지 왜 굳이 해외에 나가 힘들게 농업개발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러나 2008년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뼈저리게 절감한 우리는 식량안보 위기의 대안으로 결코 해외 농업개발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국내 생산만으로는 국내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에 반론의 여지가 없듯이 말이죠”

김 연구위원은 해외 농업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또 하나의 근거로 ‘농산물 수출’의 비강제성을 들었다. 국제 교역에 있어 농산물 수출에는 의무조항이 없다. 자원이기주의가 발동할 경우를 위한 대비책도 염두해 두어야 하는 까닭이다.

식량 수급에 문제가 야기될 경우 사회 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농업개발은 안보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항간의 우려와는 달리 해외 농업사업의 주요 작물은 국내에서 자급이 어려운 콩, 옥수수, 밀 등이기 때문에 국내 생산농가에 우려도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농업개발 사업에는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 의지가 요원하다고 단언한다. 특히 리스크가 큰 해외사업은 규모화·전문화가 필수 요건이기에 자금력과 전문 경영 노하우를 갖춘 대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이 나서 농기계, 비료, 농약 등 자재 준비에서부터 수확, 가공, 저장,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략적인 통제가 가능하도록 일종의 계열화를 이뤄야 해외 농업개발의 선진화가 가능합니다.”

최근 정부의 국제곡물유통회사 설립 추진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전 세계 곡물 유통물량의 60~70%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곡물가가 지속 상승세를 타고 있어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인수 프리미엄이 낮은 업체를 선택하여 국제곡물유통회사 설립을 위한 M&A를 전략적으로 성공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에서 M&A 등의 전문가를 대거 영입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팀 조직을 유연하고 탄력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비전-전략-실행프로그램과 같은 일관된 정책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해외 농업개발은 기업의 이윤추구식 진출은 신식민주의라는 비판이 있다. 더구나 자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농지 확보 문제에 있어 현지에서 분쟁이 나면 투자한 기업이 손해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연구위원이 안전한 투자보장을 위해 국가 정부간 협의체제 구축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이유다. 해외 농업개발에 대한 전문가 풀(pool) 구축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과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