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셔츠 스폰서’가 대세… EPL 맨유 기본이 1년에 350억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먼저 프로스포츠의 시대가 열렸다. 우리보다 먼저 프로스포츠 문화를 받아들인 만큼, 마케팅 수준에서도 우리보다 앞선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프로스포츠의 종주국인 미국은 5개의 프로스포츠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프로스포츠 리그로 불리는 메이저리그 야구(MLB)와 ‘슈퍼볼’로 유명한 풋볼 리그(NFL),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신드롬을 일으켰던 프로농구(NBA)와 아이스하키 리그(NHL) 등이 있다.

홍명보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잉글랜드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뛰었던 메이저리그 사커(MLS)도 있지만 위의 4개 리그보다는 인기가 덜한 편이다.

세계 최초의 프로스포츠 리그인 메이저리그는 1860년대에 시작됐다. 야구는 1860년대 무렵 미국 전역에 걸쳐 대중적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이를 계기로 1869년 세계 최초의 프로야구단인 신시내티 레드스타킹스가 창단됐다.

레드스타킹스의 창단은 메이저리그의 시작이자 미국 프로스포츠의 가장 첫 뿌리로 보고 있다. 레드스타킹스의 창단 이후 많은 아마추어 팀들이 프로로 전향하면서 프로야구의 1871년 세계 최초의 프로야구연맹인 전미직업야구선수연합이 설립됐다.

1876년 세인트루이스와 루이스빌 등지의 야구단 대표들의 모임에서 현재의 내셔널리그인 프로야구클럽 내셔널리그가 창설되었다. 지금처럼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양대 공동 리그 체제로 운영이 된 것은 1901년부터의 일이다.

밀러파크·터너필드 등이 대표적

메이저리그는 미국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세계적인 스포츠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기장 명칭 사용권’이다. 메이저리그 중계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밀러 파크’나 ‘PNC 파크’ ‘터너 필드’ 등이 대표적인 명칭 사용권 거래의 사례다.

우리나라의 경우 ‘잠실야구장’ ‘인천 문학야구장’ ‘수원월드컵경기장’처럼 경기장의 명칭에 지역 이름을 붙이고 있다. 간혹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별칭)’나 ‘퍼플 아레나(대전월드컵경기장의 별칭)’처럼 별도의 애칭이 붙여지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팬들이 만든 별명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돈을 주고 경기장 이름을 구입한 최초의 기업은 ‘버드와이저’라는 맥주 브랜드로 유명한 ‘앤호이저-부시’다. 이 회사는 1953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고 홈구장 이름을 ‘버드와이저 스타디움’으로 바꿨다.

1966년 세인트루이스에 새 경기장이 생기자 이 회사는 다시 계약을 맺고 경기장 이름을 ‘부시 스타디움’으로 바꿨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당시 메이저리그 신기록이었던 70호 홈런을 쏘아올린 곳이 바로 여기다.

미국은 이렇듯 경기장의 이름을 돈을 주고 거래한다. 거래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가장 비싼 금액에 경기장 이름이 낙찰된 곳은 로스앤젤레스다. 최고가 금액은 7억 달러(한화 약 7866억 원).

로스앤젤레스 시는 NFL 팀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 내 보험회사인 ‘파머스 인슈어런스’와 30년간 7억 달러에 계약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는 LA 연고 풋볼 구단주에게 30년간 매해 2333만 달러(한화 약 262억 원)를 내고 풋볼 경기장에 이름을 빌려 쓰는 형식이다.

이 경기장의 이름은 30년간 ‘파머스 인슈어런스 스타디움’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명칭 사용권을 따내면 경기장 곳곳은 해당 기업 브랜드로 도배가 된다. TV 중계는 물론 사소한 대화를 통해서도 브랜드의 명칭이 입으로 전해진다.

물론 계약금은 경기장 소유주가 다 챙기는 것이 아니다. 지역 연고 도시에 명칭 사용권 등을 포함한 독점적 마케팅 권리의 대가를 지급한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 농구팀인 올랜도 매직은 ‘암웨이 글로벌’과 10년간 총 40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올랜도 매직 구단은 암웨이 글로벌로부터 연간 400만 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매직 구단이 400만 달러를 모두 삼키는 것이 아니다. 구단은 올랜도 시에 매년 275만 달러를 내고 125만 달러만 갖는다. 이 돈은 관객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 보수비용으로 충당하고 일부는 지역 사회에 환원하기도 한다.

이는 프로스포츠를 자신만의 부를 위한 수단이 아닌 지역 사회의 균등한 부를 창출하기 위한 사회적 공기(公器)로 활용하겠다는 미국식 문화가 함유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셔츠 스폰서’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유럽프로축구. 미국에서 가장 비싼 이름값을 자랑하는 LA ‘파머스 인슈어런스 스타디움'.


셔츠 기업로고 ‘걸어 다니는 광고판’

유럽을 상징하는 스포츠는 단연 축구다. 잉글랜드에서 생겨나 세계 대부분의 나라로 퍼진 축구는 유럽 스포츠 마케팅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이 경기장의 이름을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한다면 유럽은 선수들이 입고 뛰는 유니폼을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녹색 그라운드에 22명의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있는 셈이다. 이를 ‘셔츠 스폰서’ 또는 ‘저지(Jersey) 스폰서’라고 부른다.

유럽식 셔츠 스폰서는 1973년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아인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가 처음으로 도입한 이래 프로축구 구단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셔츠 스폰서로 최고액을 받는 곳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구단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샤)다. 바르샤는 지난해 말 5년간 1억5000만 유로(한화 2270억 원)를 받고 카타르 파운데이션과 계약을 맺었다.

2011~2012년 시즌 유니폼에 이름을 다는 대가로 카타르 파운데이션으로부터 연 400억 원이 넘는 돈을 받는 셈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미국 보험사 에이온(Aon)으로부터 4년간 1억3000만 달러를 받고 있다.

연간 3117만 달러(한화 350억 원)다. 맨유는 유니폼을 공급하는 나이키로부터도 3000만 달러 이상 받는다. 맨유가 에이온과 나이키로부터 받은 금액만 연 6600만 달러다. 나이키로부터는 맨유 유니폼 판매 이익의 50%까지 받고 있다. 리버풀도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로부터 연간 350억 원을 받고 유니폼에 회사 이름을 달았다.

유독 유럽 축구에 많이 등장하는 광고 브랜드에는 스포츠 베팅 사이트들이 많다. 축구와 도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바르샤의 라이벌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구단으로 꼽히는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인 비윈닷컴(bwin.com)으로부터 연간 2000만 유로(한화 300억 원) 이상을 받고 있다.

셔츠 스폰서 금액은 팀의 인지도와 성적이 좋아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셔츠 스폰서 가치가 가장 높은 구단은 경제 전문 주간지 <포브스>에서 선정하는 가장 비싼 구단 순위와 동일하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