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가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누적 콜수는 500만건을 넘겼고 확보한 택시기사만 11만명, 승객회원도 300만 명에 달한다. O2O 전략의 승리라는 찬사가 이어진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카카오택시의 성공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과 같은 진정한 혁신과 거리가 멀다. 냉정하게 말해 우버의 부침으로 편한 이동수단의 수요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3대 주주인 중국의 텐센트가 디다콰이디를 통해 막강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에 가능한 승부수로 여겨진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하는 초연결 경쟁력도 생활밀착형 서비스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수수료가 없다는 점도 기존 택시기사 확보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말해, 이런 요소들을 빠짐없이 잡아냈다는 점이 혁신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택시를 넘어 대리운전을 비롯해 운송 서비스 전반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1순위는 대리운전이 유력하다. 여기에서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 출처=다음카카오

택시와 대리운전은 상황이 다르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통해 콜택시 업계를 장악했다. 하지만 이는 다음카카오가 엄청난 출혈경쟁을 불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수수료를 받지도 않으면서, 변변한 수익모델도 없이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만으로 사업을 벌였기에 카카오택시는 성공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을 통해 이용자를 밀접하게 잠아당기고, 택시기사를 수수료를 없애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동원했다. 말 그대로 다 퍼준 셈이다. 장악을 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다.

하지만 대리운전은 상황이 약간 다를 전망이다. 사실 다음카카오는 택시분야는 우버학습 효과로 몸을 잔뜩 낮추며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게다가 경쟁자도 나비콜, T맵 등 주로 대기업 계열사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협화음도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대리운전은 대부분 영세업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다음카카오는 대리운전 시장에 뛰어들며 수수료를 받을 생각을 조금씩 내비치고 있다.

여기에서 우버논쟁을 떠올려 보자. 우버는 분명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우버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파열음을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라서? 아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정말 냉정히 말해 기존 택시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버가 개인용 차량은 물론, 택시기사들에게도 사업 파트너의 역할을 부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우버 기자회견당시 그렇게 많은 택시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들고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공유경제고, 기술이고, 다 필요없다. 다수를 이루는 직업군의 밥그릇이 걸리면 무조건 파열음이다. 그것도 다수가 골목상권이라는 프레임과 만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우버는 공유경제라는 프레임을 내걸고 이에 대한 정교한 핸들링을 하지 못했기에 타격을 받은 것이고, 카카오택시는 밥그릇을 빼앗지 않고 오히려 챙겨주는 조건으로 몸을 낮췄기에 시장 장악이 가능했다.

이런 관점에서 대리운전 시장에 다음카카오가 진입한다고 하자. 만약 영세기업 전부를 모두 인수합병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대리운전 회사들을 모두 존속시키며 카카오택시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하면 전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수수료 부분에 있어 기존 회사들이 타격을 입는다면 우버논쟁은 또 한번 벌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 출처=다음카카오

골목상권은 지켜야 한다. 하지만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시행되는 것은 전통시장과 같은 골목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관념에서 출발한다.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소비자의 선택권, 더 나아가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다면 어떨까?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지점에서 다음카카오의 대리운전 시장 진출을 보자.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편리하게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리를 박탈해야 하는가? 다음카카오가 이러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당연히 퇴출되면 그만이다.

게다가 다음카카오가 낮은 수수료와 운전자 보험 가입 등을 통해 대리운전 기사를 흡수하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이고 대승적인 효과를 가져올 여지가 있다. 골목상권이라는 방패막이를 세워 대기업의 좋은 서비스를 막아내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뜻이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영세업체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과, 기형적으로 성장한 생태계를 골목상권 보호라는 패러다임으로 무조건 보호하는 것은 엄연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솔루션이 따로 있다. 그리고 시장의 선택에 맞기면 된다.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다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수수료를 ‘얼마나’ 책정해 ‘어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어떻게’ 대리운전 기사와 소비자에게 혜택을 전달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사업을 ‘정교하게’ 생각하면 그만이다. 막무가내식 힘의 논리로 골목상권을 차지한다면 마땅히 제재를 해야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기에 현재 대리운전 업계는 문제가 많다.

지난 5월 jTBC는 대리운전 시장의 애환을 생생하게 조명하는 기사로 눈길을 끌었다. 배차 취소 벌금에 콜 센터에 내는 수수료, 보험료, 교통비까지 부담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애환이 절절했다는 평가다. 이 지점에서 다음카카오가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해 시장을 장악한다면, 누가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다음카카오는 시장에서 성공하고, 또 이를 위한 방안으로 소비자와 공급자의 체계를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골목상권을 내세워 코스프레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jTBC의 보도는 일부 대리운전 업체의 면면일 뿐, 대다수의 대리운전 업체들은 모두 운전기사와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고 믿는다. 당당히 경쟁하면 그만이다. 여기에서 힘의 논리가 발생되면 그때 제재를 가해도 늦지 않다.

O2O는 빅데이터와 위치기반서비스의 접점이며, 모바일 시대의 첨병이다. 이를 기억하고 다음카카오의 운송 서비스를 평가해야 한다. 어설픈 코스프레는 그만하자. 택시기사들이 우버를 대하는 태도와 카카오택시를 대하는 자세가 180도 다른 것은 밥 그릇 때문이고, 그 밥 그릇의 크기를 정하고 전달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룰만 정해지면 전혀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