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빨간 염소 보내기’라는 캠페인을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왜 염소를 아프리카에 보낼까였다. 나중에 빨간 염소가 하루에 4리터의 우유를 생산하고, 일 년에 3~4마리의 새끼를 번식하는 종이며, 어린이들에게는 신선한 우유를 그리고 가족에게는 번식한 염소의 새끼를 팔아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생계수단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기에 선택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야, 왜 이 캠페인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염려스러웠던 것은 염소가 목초를 다 먹어 치우면 어떻게 하나였는데, 염소 먹이인 모링가 나무 묘목까지 함께 보낸다고 하니 참 철두철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롯데백화점은 4월 10일부터 5월 5일까지 전국 33개 지점에서 아프리카 아동을 돕기 위한 빨간 염소 천 마리 보내기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국제 NGO인 세이브더칠드런과 협업을 통해 진행했던 이번 캠페인은 남성 캐주얼 브랜드인 빈폴, 폴로, 타미힐피거, 라코스테 등 총 18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이 캠페인은 구매 고객과 협력업체와의 매칭그랜트로 진행되었는데, 매칭그랜트란 개인이 내는 기부금만큼 기업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1:1로 매칭해서 후원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번 매칭그랜트는 고객이 기부 품목 구매와 별도로 1000원을 기부하면, 캠페인에 참여한 남성 캐주얼 브랜드에서 1000원, 그리고 롯데백화점에서 1000원을 기부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더불어 로가디스그린과 갤럭시라이프스타일, 올젠, 프레드페리 등 16개 브랜드에서는 1% + 1% 캠페인도 추가로 진행했다. 고객이 빨간 염소 프로모션 상품을 구매하면 백화점에서 판매금액의 1%를, 협력업체에서 판매금액의 1%를 모아 총 2%의 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캠페인을 위해 백화점 측은 사전에 협력업체들과 상의하여 아이템을 선정했고, 행사 동안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주오’라는 빨간 염소 캐릭터 배지가 해당 상품에 부착되어 매장에 디스플레이되었다. 행사 동안 매장 직원들은 유니폼에 빨간 염소 캐릭터가 그려진 배지를 착용했고 을지로 본점과 부산점에서는 거리 모금 부스를 추가로 설치하여 고객들의 기부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기부금은 예상보다 10% 정도 더 많이 모였으며, 상품 판매도 행사 동안 4%(최근 4개월 비교상승 12%) 증가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빨간 염소 프로모션 상품의 주 고객이 기존 백화점 고객 연령층인 30~40대가 아니라 20~30대였다는 것이다. 커즈(Cause) 마케팅 캠페인이 젊은 소비자들을 새로운 구매층으로 유도한 것이다.

이처럼 커즈(cause) 마케팅은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은 물론 새로운 구매층까지 영입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이번 롯데백화점 케이스에서 볼 수 있었다. 물론 여기에 롯데백화점의 이미지 상승은 부가적인 혜택이라고 하겠다. 이번 캠페인을 진행한 후에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커즈(Cause)의 종류에 따라 타깃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빨간 염소는 랩도 잘하고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젊은 층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기부라는 상품 그 자체에 젊은이들이 더 많이 호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 캠페인 소재의 젊음과 유쾌함이 이런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브랜드는 개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배지라고 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위하여 브랜드를 소모하는 것처럼, 기부 역시 자신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기부 캠페인 역시 제품의 특징과 타깃의 특징을 고려해서 진행해야겠다는 교훈 아닌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이번 지면을 빌어 빨간 염소 기부 프로모션 성공의 주역인 롯데백화점 윤여제 부장님과 조형순, 김지우 과장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