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앞장 속 대기업 가세… 기업 브랜드 제고 한 몫

“우리도 골프단 만들어 볼까?” 골프가 마케팅 수단으로 효과가 입증되면서 기업들의 골프단 창단이 말그대로 ‘러시’를 이룬다. 적게는 서너명에서 최대 20여명을 거느리며 그 수도 어림잡아 40개에 육박한다. 금융사를 비롯해 ‘골프’를 소비하는 계층에 소구하는 기업, 심지어 대형마트까지 구단창단에 나섰다.

■골프단 창단 ‘러시’
올 들어 새로 생긴 곳만해도 한화를 비롯해 한국인삼공사, 웅진코웨이, KB금융그룹, 발트하임, 우리투자증권, 롯데마트 등이 있다.

기존의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하이마트, 비씨카드, SK텔레콤, 토마토저축은행 등 유명 선수들을 영입해 이미 세력을 키워놓은 구단도 부지기수다. 골프단을 구성하거나 선수 개개인과 후원계약만 체결하는 두 가지 형태다.

업종별로 따지면 금융권이 단연 눈에 띈다. 하나와 신한은 선수 지원과 더불어 LPGA하나은행챔피언십과 신한동해오픈 등 매머드급 대회까지 개최할 정도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엄마골퍼' 한희원(34)과 양희영(23)을 내세워 새로 팀을 꾸렸다.

우리투자증권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간판스타 배상문(25)과 강경남(28)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골프단을 11일 창단했다.

제2금융권은 이미 소속 선수들의 활약에 톡톡히 덕을 본 토마토저축은행이 윤슬아(24)를 새 식구로 맞았고, 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박희정(31)과 박현진(21)을 새로 영입해 판을 키웠다. 다만 2006년 창단한 삼화저축은행이 지난해 이정민(19) 등 슈퍼루키를 배출했지만 최근 영업정지명령을 받아 뿔뿔이 흩어진 상태다.

이밖에 미래에셋이 신지애(23)에 이어 미국 선수인 브리타니 린시컴과 계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설사도 있다. 호반건설과 요진건설이 이미 골프단을 운영 중이고 올해는 케이이비디앤씨에서 자사의 타운하우스 브랜드 ‘발트하임’을 걸고 문현희(28) 등을 새 식구로 맞았다. KT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수퍼땅콩’ 김미현(34)과 이미나(30)에 이어 이정민, 장하나(19)와 지난 7일 새로 계약했다.

■왜 골프인가?
야구나 축구처럼 선수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다른 종목에 비해 골프는 개인종목이라 상대적으로 비용과 관리가 편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물론 선수 후원의 1차적 효과는 미디어노출이다. 모자와 옷, 캐디백 등에 스폰서 로고를 새기게 되는데 정적인 운동인 골프의 특성상 일단 화면에 잡히면 다른 종목에 비해 노출시간이 길다. 선두권에라도 들면 몇 갑절이나 길어지기 때문에 '이름있는' 선수를 찾기 위한 물밑작업도 거세다.

남자 투어 규모가 훨씬 큰 미국이나 일본 등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여자 선수를 후원하려는 기업이 더 많은 독특한 현상을 빚고 있다. 골프를 비즈니스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프로암이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조가 돼 하는 행사로 골프단을 가진 기업으로서는 관계사 임직원이나 VIP고객을 초청해 프로와 함께 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손쉽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한 관계자는 “장타로 주눅들게 하는 남자프로보다는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여자프로를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금융권의 경우 실제 VIP초청 프로암 이후 예치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지난해 여자 프로가 참가한 프로암대회는 48회나 되지만 남자프로암대회는 겨우 4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수들의 성적에 따라 계약금은 천차만별. 세계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신지애는 연간 10억원에 성적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는 최고 몸값을 자랑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인의 경우 2000만~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상금순위 30위권이면 신인이라도 1억원 선을 요구한다는 후문이다. 이미 검증된 선수는 물론 곱절로 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승을 거둔 양수진(20ㆍ넵스)이 계약을 연장하면서 3억원을 받았다는 소문이고, 유소연(21ㆍ한화) 역시 거액의 몸값을 받고 하이마트에서 이적했다.

손은정 아시아경제 기자 ej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