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제주사옥을 둘러싼 뜨거운 담론이 2일 국내 ICT 업계를 강렬하게 흔들었다. 모 매체에서 다음카카오의 제주사옥이 사실상 기능을 다하게 된다는 보도를 터트린 직후, 다음카카오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옥이전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도 인력의 변화적 측면에서 뒷이야기가 다시 무성하게 흘러나온다. 정리하자면, 제주사옥은 철수하지 않지만 핵심인력은 판교사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다음카카오의 제주도 실험은 결국 실패했다는 논리다.

▲ 제주사옥. 출처=다음카카오

제주사옥의 의미

다음카카오 합병 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한국의 베델스만을 꿈꾸며 제주도로 본사를 옮겼다. 글로벌 마인드를 조직에 체화시키기 위한 승부수였다. 당시 다음은 이를 ‘즐거운 실험’으로 정의하며 새로운 IT 허브를 육성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후 2012년 스페이스닷원, 2014년 스페이스닷투 등을 건설해 규모를 계속 키워갔다.

하지만 카카오와의 합병을 기점으로 제주사옥의 위상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핵심인력이 대거 판교사옥으로 몰리며 제주사옥에는 400명의 직원만 남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남동 사옥이 최근 문을 닫고 해당 인력이 대거 판교사옥으로 몰리며, 사실상 판교사옥이 실질적인 본사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 지점에서 다음카카오는 제주사옥에 근무하는 이들에게 지급하던 항공 마일리지 제도를 올해 말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내부의 불만은 상당했으며, 사실상 제주사옥을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2일, 모 매체는 다음카카오가 제주사옥을 이전한다고 보도했다. 파장은 상당했다. 당장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다음카카오 합병 후 인력의 변화 및 이동, 그리고 항공 마일리지 폐지 등 제주사옥의 미래에 경고등을 켜는 시그널이 상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범수 의장 체제의 다음카카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음의 서비스를 무차별 종료하고 모바일 퍼스트의 기조를 강하게 추진하던 상황이었다. 모든 아귀가 들어맞는 지점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진 직후 제주도에서는 지역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려 ‘사실이 아니다’라는 긴급문자를 공지했다는 후문이다.

그 직후 다음카카오는 입장자료를 발표하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다음카카오는 본사가 제주도인 것은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 제주지역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바일 O2O 플랫폼을 구축하고 제주관광을 위한 사업을 촉진하며 제주사옥 부지 3만8000여평을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다만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조직은 동일한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제주사옥의 인력이 판교로 이동할 여지는 있으며, 반대로 판교에서 제주로 이동할 여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다음카카오

미묘한 지점

다음카카오가 해명한 것을 요약하자면, 모바일 O2O 및 제주관련 사업은 오히려 확장될 것이며, 제주사옥의 인전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인력은 같은 공간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전제로, 인력의 조정은 있을 것이라는 해명이다.

여기서 미묘한 지점이 포착된다. 바로 다음시절부터 내려오던 다음카카오의 즐거운 실험이 이대로 끝났다는 정황이다. 본사이전까지는 아니지만 핵심인력의 ‘탈 제주사옥 러시’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주장은 동일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 중 핵심적인 서비스를 추구하는 인력이 주로 판교사옥에 있기 때문에, 제주사옥에 있는 인력들이 대부분 판교로 갈 것이라는 주장과 궤를 함께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현재 다음카카오 판교사옥에 중요한 핵심인력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미디어다음 및 주요 서비스 개발자들이 모두 판교에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가 내부적으로 제주사옥 철수를 고려하고 있으나,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연막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사옥을 건설하며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즉 전략적으로는 제주사옥의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철수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으나, 세제혜택에 따른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핵심인력 이동, 제주사옥 존속이라는 면피성 행보를 계획하고 있다는 설이다.

하지만 다음카카오가 앞으로 제주사옥을 통해 추진할 계획, 즉 모바일 O2O 플랫폼 구축 및 제주지역 거점사업과 인력의 이동에 따른 제주사옥의 또 다른 여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0%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인력수준을 종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연, 즐거운 실험은 정말 끝났을까?

 

즐거운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다음카카오가 주력하고 있는 지점은 모바일 플랫폼 강화다. 쉽게 말해 카카오톡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플랫폼을 삽입해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O2O 전략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무기를 발판으로 삼아 추후 물류 및 배송에 대한 사업적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다음카카오의 입장자료 중 1번에 위치한 모바일 O2O 플랫폼 구축은 현재 다음카카오의 절대적인 지상과제라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이유로 다음카카오가 갑자기 플랫폼 핵심 인력들을 제주도로 내려보낼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여지는 있다. 자세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모바일 O2O 플랫폼은 핵심중의 핵심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의 다음카카오 입장에서 모바일 O2O 플랫폼과 다음의 핵심인력이 판교사옥에 몰리는 기회비용을 따지면, 당연히 모바일 O2O 플랫폼이 더 가치가 있다. 제주지역 거점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지점도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전망이다. 하나는 제주에 뿌리를 내린 정체성을 잊지 않고 나름의 지역 경제적 파급효과를 지속하겠다는 다소 정치적인 의도와, 또 다른 하나는 O2O 실험을 거듭하기에 제주도가 상당히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생활밀착형과 교통 인프라, 관광은 그 자체로 밀접한 교집합을 가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제주도 권역을 담당하는 부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남기기도 한다. 탈 제주사옥 러시를 전망하는 쪽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필수적인 인원만 남길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반대편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주사옥 인력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누가 맞을까?

당연히 정답은 없지만, 다음카카오가 창조경제혁신센터 제주도 권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확실하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최근 다음카카오의 오피셜 댓글 기능이 정부의 뜻에 부합하기 위함이라는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세무조사라는 핵폰탄 급 변수도 다음카카오를 휘감고 있다.

이 지점에서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테크노파크 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자리에 김범수 의장과 이석우 공동대표까지 모습을 드러내는 진풍경을 연출한 바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다음카카오는 창조경제를 앞세운 정부의 정책에 최대한 부합하며 이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서 탈 제주사옥 러시를 이해하면 두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인력만 남겨두고 핵심인력이 판교로 떠날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그렇기 때문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가능성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수준의 인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무엇이 맞을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자를 택하기에는 다음카카오가 다소 위축되어 있다.

물론 다음카카오가 제주사옥을 접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 이러한 분석들이 해피엔딩을 강제하는 속편한 시나리오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의 즐거운 실험은 다음카카오 스스로가 종료를 선언하는 순간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모바일 O2O와 제주도가 가지는 상징을 통해 가능성을 걸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당장 다음카카오가 제주사옥 인력의 대부분을 판교사옥으로 불러들이거나, 아예 제주사옥을 폐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까지,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