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긴 강은 대륙을 동서로 횡단하는 장강(長江 양쯔강)이다. 서부에서 시작되는 장강은 오랜 중화문명이 녹아있는 6300km의 ‘문화수로’다. 유럽의 모든 것을 합쳐도 장강을 따라 형성된 다양한 문명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장강을 용에 비유해 “용의 머리를 두들겨 꼬리까지 전하게 하라”는 어록을 남겼다. 경제 개발의 우선순위는 비록 상하이를 비롯한 동부 지역이지만 그 영향이 서부까지 이어지게 만들라는 의미다. 장강이란 거대한 용이 마침내 ‘중부굴기’ ‘서부대개발’로 꿈틀거리고 있다. 경제 유통의 대동맥 장강이 ‘황금수로’로 변신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중국 우광고속철도(사진=연합).

중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샤오캉(小康) 사회란 표현이 있다. 먹고 살 만한 중산층의 경제 생활을 의미하며, 중국 정부의 국민경제 목표이기도 하다. 즉,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가끔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정도의 사회다.

동부 지역은 이미 수많은 부자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의 생활 수준도 많이 개선되었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훌쩍 넘는 곳도 많다. 그러나 중서부는 아직 2000~3000달러를 넘지 못하는 도시들이 넘쳐난다.

중서부 지역의 경제 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 정부가 그토록 염원하는 샤오캉 사회는 맛볼 수가 없다. 거시경제의 지속성장도, 2020년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에 올라서는 것도 중서부의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그래서 중서부 개발은 국토 균형발전이란 정책적인 차원 이상의 경제적 중요성을 갖는다.

중국 정부도 중서부 개발에 당연히 적극적이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기본이며, 동부 연안의 주요 기업들을 내륙으로 유도하는 정책들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2007년부터는 중서부 지역 일부 성들의 경제성장률이 동부 지역을 앞서고 있다.

기업들의 경제활동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세금의 증가율도 중서부가 동부를 앞섰다. 지난해 동부는 21.1% 증가했지만 중부는 23.5%、서부는 29% 증가했다.

중국 인민대 경제연구소는 최근 “GDP, 소비, 투자의 중심이 동부에서 중서부로 이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두잉(杜鷹)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도 “서부대개발과 중부굴기로 지역경제 불균형 문제가 다소 개선되었고, 12.5규획 기간에 지역경제 발전은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부 내수시장은 우한(武漢)에서 시작

중국의 중부 지역은 후베이, 후난, 산시, 허난, 장시, 안후이 등 6개성을 일컫는다. 과거엔 중원을 정복해야 진정한 천하통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정치적 지역에 속했으나 1980년대 이후는 낙후된 경제지역의 대명사로 추락했다.

그러나 2006년 중부굴기(中部堀起)가 중국 정부의 국가전략으로 정식 채택되었고, 2009년엔 국무원이 ‘중부굴기 촉진계획’을 통과시키면서 경제성장에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전인대에서 내수경기의 확대정책이 결정됨에 따라 2015년까지 중부 지역의 화려한 변신이 기대된다.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이 수출 지향에서 내수 촉진으로 바뀜에 따라 거대 내수시장으로 부상하는 중부 지역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부 6개성의 면적은 중국 전체 면적의 10.7%를 차지하며 인구는 약 3억6100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약 30%에 육박하는 수치다.

중부 지역에서 경제개발 중심 지역으로 떠오르는 곳은 후베이성의 우한, 허난성의 정저우, 후난성의 창사 등이다. 우한이 먼저 글로벌 경제도시로 성장하고, 경제적 파급 효과가 주변 도시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한은 벌써 중국의 경쟁력 있는 10대 도시에 포함될 정도로 급속 발전하고 있다. 우한의 급성장에 불을 지른 것은 고속철도다. 상하이, 광저우, 후난성의 성도인 창사까지 고속철도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2009년에 개통한 우한~광저우 간 고속철도는 세계 최장 1068km의 노선을 자랑한다.

우한시에 걸려있는 두산인프라코어 간판. 중서부 개발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이다.


서부대개발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할 충칭시.


잠재력 무한 마지막 미지의 땅 서부

내륙항을 갖추고 있는 우한은 전통적으로 철강, 조선,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으며, 최근엔 국내외 기업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만의 전자업체인 폭스콘이 일찌감치 둥지를 틀었으며, 2014년까지 종업원 10만 명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이밖에 중부의 내수시장을 겨냥한 대만의 유명 식료품 회사들은 물론 NEC, 필립스 등 가전제품 회사들도 우한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인구의 30% 이상이 거주하는 중부 내륙의 소비시장이 폭발한다면 그 중심지역은 우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춘절(春節) 기간 동안 동부 지역의 회사 간부들은 서부 지역 고향으로 돌아 간 근로자들이 다시 복귀하지 않을까 노심초사의 시간을 보냈다. 결국 연휴가 끝날 무렵 회사 버스를 근로자들의 고향까지 보내 회사로 실어 나르는 눈물겨운 수송작전이 실시되었다.

근로자들 입장에선 굳이 외지로 다시 나가지 않아도 고향에서 쉽게 취업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지역 관공서들도 기차역 등에서 복귀하려는 근로자들을 고향에 남기려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인력 부족 탓이었다.

1979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선부론(先富論)에 따라 동부 연해지역 위주로 경제 발전이 진행되었지만 이젠 서부 지역 포함 전 지역을 균형적으로 개발해야 된다는 요구가 거세다.

섬서성의 셰둥강(謝東鋼) 전인대 대표는 지난 3월 전인대 기간에 ‘서부대개발촉진법’을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서부개발특별자금 설립, 중앙은행의 서부발전 지원 특별 대출정책 마련 등 구체적인 조치를 법안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작년부터 10년 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해 서부 지역의 인프라 확충, 특화산업 육성, 내수 촉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전 지역의 개혁개방이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후진타오 주석도 작년 서부대개발 10년을 되돌아보며 “서부 지역 경제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 목표 실현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부대개발의 중심축은 쓰촨성과 충칭시다. 철도, 고속도로, 공항 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진 탓에 동부연안 도시와 신장, 칭하이, 티베트 등 더 낙후된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개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충칭과 청두를 아우르는 ‘청위경제권’은 그 동안 중국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장강삼각주와 주강삼각주에 버금가는 경제 동력이 될 전망된다.


고속철 뚫리면 8시간 생활권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나 충칭은 소비 성향이 높다. 자동차 보유 대수, 백화점 매출, 가전제품 및 여성화장품 판매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전국 상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다. 일본의 이토 요카도(Ito Yokado) 청두점은 매년 세계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소비시장이 중서부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고속철도 건설이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으로 뻗어가는 고속철도는 중서부 지역의 내수 진작을 유도할 수 있는 최고의 인프라다. 대도시에서 불기 시작한 소비시장의 확산은 거리의 근접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낙후된 내륙 지역을 고속철도망으로 연결해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리우즈쥔(劉志軍) 중국 철도부장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전국을 8시간 생활권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이 작년에 선보인 고속철도 ‘허셰(和諧)’는 베이징~상하이 구간을 시속 486.1㎞로 주파해 화제가 되었다. 현재 중서부에 건설된 고속철도는 우한~광저우, 정저우~시안을 운행하는 노선 등이다.

시리즈를 마치며

살림살이 나아진 中 내수시장 한국기업들 공략 5대 포인트

지난 3주간에 걸친 ‘중국 내수시장 폭발하다’ 시리즈를 통해 중국의 소비시장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중국의 내수시장은 전문화-다양화-전국화 등 복잡세밀화 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문화콘텐츠와 여성을 위한 시장처럼 예년엔 보기 힘들었던 뉴 트렌드 마켓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은 최근의 동향이 아니다. 벌써 1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성공 실패담이 기록된 책들을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증명한다. 그러나 12.5규획 이후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시장 확대는 또 다른 성격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학습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 전략은 언제나 변신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1.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 활용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4억 명을 넘는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인터넷 광고, SNS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 최대의 온라인 비즈니스와 쇼핑몰 사이트인 ‘알리바바’와 ‘타오바오’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2. 중산층-부유층 차별화 마케팅
브랜드 제품과 럭셔리 제품의 구매층은 다르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2000~3000원으로 한끼를 해결하지만, 1백만 원짜리 식사도 아깝지 않게 쓰는 부자들도 많다. 소비시장이 점차 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3. 한류 이미지를 비즈니스에 도입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한류의 파워가 국내서 생각한 것보다 강하다. 특히 중부와 서부로 갈수록 한류 이미지가 좋다. 저작권이 확보된 연예인-콘텐츠를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의외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4. 선진-신흥도시 구별 진출
베이징에 가면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얼마나 초라한지 느끼며, 남방에 가선 자신이 가난한지 안다고 했다. 도시마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데 도시 경제력의 스펙트럼은 훨씬 다양하다.

5. 중국인이 되어야 성공한다
현지화는 익히 알려진 전략이다. 중국 직원을 채용하고 중국인 책임자를 두는 방식은 예전 전략이다. 자신이 아예 중국인 마인드로 무장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강준완 전문기자 napoli20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