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채널에서 판매 중인 암보험의 보험료 지수가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에 공시된 14개 생명보험사의 45개 암보험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개 상품 대부분이 대면-비(非)대면 채널 판매 가격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면 판매는 설계사를 통한 가입이고, 비대면은 온라인(CM)·텔레마케팅(TM)·홈쇼핑 등으로 소비자가 직접 암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말한다.

상품 가격 수준은 '보험료지수'를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다. 보험료지수는 보험사가 장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립하는 보험료 대비 가입자의 실제 부담 보험료의 비율이다.

100%를 넘는 부분은 설계사 수당·판매촉진비·점포운영비·직원급여·수금비용 등 보험영업에 필요한 사업비이다. 이 지수가 크면 클 수록 사업비로 쓰이는 돈이 많은 것이다.

▲ 자료:컨슈머리서치

예를 들어 가입자는 월 보험료로 20만원을 내지만, 보험사가 10만원만 실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아두고 나머지 10만원을 사업비로 사용한다면 이 상품의 보험료지수는 200%인 셈이다.

이번 조사 대상 가운데 40개 상품의 경우 대면-비대면 가입 채널 차이와 상관없이 보험료, 만기환급금, 보험료지수가 같아, 보험료가 책정될 때 할인요소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를 만나서 가입하거나, 온라인 등에서 소비자가 스스로 가입하거나 차이를 두지 않고 같은 사업비가 책정됐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온라인보험은 직접 설계하기 때문에 저렴한 사업비를 매긴다. 이에 해당되는 보험사는 KDB생명, 미래에셋생명, 현대라이프, 동양생명 등이다.

대면-비대면상품의 보험료 지수가 크게 차이나지 않자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설계사 수당이나 점포 운영비 등이 거의 들지 않는 온라인(비대면) 보험 특성상 설계사를 통해 계약하는 상품과 같은 사업비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온라인 가입자는 보험료 납부나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설계사의 행정적 지원 등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데도 같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며 "그럼에도 막연히 비대면 채널 상품의 보험료가 저렴할 것으로 생각하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는만큼 꼼꼼히 비교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컨슈머리서치는 실제로 대면과 비대면 생명보험 상품 운영에 필요한 보험사의 사업비가 동일한지 여부도 금융당국이 들여다봐야한다고 촉구했다.

컨슈머리서치의 이같은 지적에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텔레마케팅(TM) 등을 통한 비대면 가입 비용과 설계사의 대면 모집 수수료의 차이를 보여줄만한 자료가 없다"며 "현재 보험요율 자율화 정책에 따라 사업비 부과를 금융사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적극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과거 금감원은 위험률차손실이 확대됨에도 사업비차이익으로 이를 보전하는 영업행태를 방지토록 상품개발시 비대면채널 상품에 대한 합리적인 사업비 부가 등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