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5년 7월 두산 그룹 총수에 추대된 박용만 회장은 당시 기자 간담회에서 맥주 사업 재진출설을 묻는 기자들에게 “안 한다”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러면서 “매킨지에서 늙은 회사는 도전정신이 안 생기기 때문에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바꾸라고 조언했다”고 부연설명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의 자문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자신이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CEO였던 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파트너였던 매킨지와 인연이 매우 깊다.

두산그룹의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핵심 경영진도 다름 아닌 매킨지 출신인 제임스 비모스키(61) 부회장이다. 두산그룹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인 비모스키 부회장은 매킨지 경영컨설턴트 24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매킨지에서 나와 말레이시아 서던뱅크 수석 부행장을 거쳐 뒤 지난 2006년 두산에 합류했다.

이같은 상호간 끈끈한 믿음과 인연이 다시 박용만 회장과 매킨지를 이어주는 기회로 찾아왔다.

다름아닌 박 회장이 단체 수장으로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매킨지에 용역의뢰했기 때문이다.

29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6월 초부터 매킨지와 공동으로 한국기업의 올바른 사회적 역할에 대한 연구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대한상의-매킨지 공동연구를 거쳐 한국기업문화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마련, 국내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상, 반기업 정서 해소책 등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대한상의는 설명했다.

대한상의와 매킨지의 공동작업은 박 회장의 추천으로 성사된 것이다.

매킨지와 오랜 인연과 그동안 구축한 신뢰가 대한상의의 프로젝트에도 작용한 셈이다. 박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진행해 온 두산그룹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면서 매킨지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아, 오비맥주 등 소비재 부문 계열사의 매각, 한국중공업·밥캣 등 제조 중심의 M&A를 성사시켰다.

박용만 회장의 매킨지에 대한 각별한 신뢰가 이번 대한상의의 한국기업문화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공동작업에서 어떤 결실로 나타날지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