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미국 주가 대폭락 사건은 리스크(위험)를 해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누적시킨 대가라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는 언제 위기로 돌변할지 모른다. '위험 가능성'을 위기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가 위기의 촉매제가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7년 미국의 경제상황과 현재가 일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의 구제금융 단기 연장안 거부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가용 유동성을 제한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결정으로 이어졌고 이에 그리스 중앙은행은 은행 영업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조치 발동을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치프라스 총리는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를 선언했다. 이에 고객들이 예금을 찾으로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 대거 몰려들면서 은행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이번주부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예상됐다.

그리스정부의 이번 조치는 일시적인 뱅크런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으나 그리스 디폴트에 이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까지 예상되면서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62% 급락한 2056.44로 출발했다. 코스닥지수는 2.43% 폭락한 773.07로 거래를 시작했다. 일본니케이지수도 전일대비 1.93% 내린 20305.97로 개장하는 등 그리스사태로 인한 시장불안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지난 1987년 10월 19일 뉴욕의 다우 존스 평균주가가 폭락한 ‘블랙먼데이’사태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블랙먼데이’를 맞기 전인 1987년 8월까지 다우존스지수는 연초대비 주가상승률이 40%를 기록했다. 당시는 누구도 이러한 대폭락 조짐을 예상하지 않았다.

‘블랙먼데이’ 발생 원인, 누구도 몰랐고 여전히 모른다

당시 전문가들은 ‘블랙먼데이’의 원인으로 당기 누적돼 온 미국 재정적자, 국제수지적자와 함께 뉴욕증시가 폭락하기 훨씬 전인 1982년부터 지속된 고주가 현상, 미국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 등도 작용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일명 ‘시스템 트레이딩’이라 불리는 자동주식거래 장치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는 선주문을 통한 기계적 매매로 ‘블랙먼데이’ 사태 당시 일부 매도세가 급격히 출회되면서 지수가 급락하자 추가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 급락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폭락의 대명사가 된 블랙먼데이는 일반적인 통계분석 방법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블랙스완’ 현상처럼 극단적으로 예외적이기에 발생가능성이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발발할 경우 엄청난 충격효과는 물론 파급효과를 가져와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 지난 2008년 이후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꾸준히 상승했다. [출처:한국거래소]

그렇다면 그리스는 ‘블랙스완’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아울러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불안감도 시장에 맴돌고 있다.

지난 1987년의 ‘블랙먼데이’ 유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 그리스 사태가 글로벌 경제 위기의 트리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