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가 시계제로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리스 정부가 29일(현지시간)부터 은행의 현금인출을 중단하고 주식시장을 휴장하는 등 금융사의 영업중단 긴급명령을 발동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는 30일 돌아오는 구제금융 상환분 15억유로를 그리스 정부가 갚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가 악화된 결정적 요인은 지난 26일유로그룹(유럽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의 5개월 구제금융 연장 등의 새협상안을 그리스 정부가 오는 5일 국민투표로 가부 결정을 하겠다고 통보하면서부터다. 이와함께 그리스가 채권단에게 한달간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을 요구했지만 채권단이 거부의사를 통보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스를 제외한 유로그룹 18개 재무장관은 이 상황에서 27일 회의를 속개하며 플랜B에 대한 대비책 논의를 진행해왔다.

28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그 동안 그리스에 지원해오던 긴급유동성지원(ELA)를 현행 한도내에서 동결할 것을 결정하면서 그날 저녁 긴급금융안정위원회를 개최한 그리스 정부가 은행들의 현금인출을 중단하고 주식시장을 휴장하는 등의 사실상 자본통제 긴급명령을 발동했다. 주말에도 이어진 현금인출 상태가 ECB의 동결 결정으로  대량 현금인출을 소화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영업중단으로 이미 그리스 경제는 건너지 말아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다. 개인은 물론, 기업과 재정지출 등 모든 분야의 자금집행이 사실상 멈춘 상태여서 경제전체가 올스톱 상황을 맞게됐다.

물론 그리스의 사태 악화로 주변국가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재무상태가 불안한 나라까지 디폴트 상황이 전염될 가능성마저도 커지고 있다.

그리스 사태는 향후 어떻게 흘러갈까.

가장 유력시되는 시나리오는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는 5일까지 구제금융 상환이 유예되고,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국민투표 결과가 채권단의 새협상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날 경우 일단 긴급유동성 지원(ELA)의 한도 상향을 통해 금융시장의 정상화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 이후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사임, 그리고 조기총선, 채권단의 새협상안의 재가동 등 이런 수순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돌발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20일 돌아오는 구제금융 만기분도 엄청난 규모여서 채권단의 유예가 전제가 되지 않을 경우 실현 불가능하다. 물론 특정 회원국에 편중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있는 유럽중앙은행도 여론의 거세 비난이 큰 부담이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긴급유동성 지원으로 구제금융 새협상이 가동될때까지 금융지원을 해주고 그 이후 추가 구제금융을 통해 정상화해야만 가능한 시나리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시나리오가 유력해 보인다. 그리스 사태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고 특히 금리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 이머징 마켓에게는 큰 파문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는 글로벌 경제가 그리스 사태로 또다시 8년의 공든탑이 무너질 상황에 놓여있는 것.

또 다른 시나리오는 유럽의 그리스 포기다. 채권단은 현 정권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총선을 한다고 해도 다수당인 시리자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 치프라스가 사임한다고 해도 역시 약속이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미국 오바마 대통령간의 전화통화 내용이 주목받을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편 5일 그리스의 국민투표에 대해서는 외신의 설문조사에는 그리스 국민들이 구제금융 채권단의 새협상안에 대해 수용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카파 리서치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 새협상안에 찬성 47%, 반대 33%로 찬성쪽이 압도적이었다.

그리스 현지 주간지 프로토테마의 여론조사 결과도  57%가 새협상은 수용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29%만이 유로존 탈퇴를 지지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지난 26일 유로그룹 회의장을 떠나며 "그리스 국민이 정부의 (반대) 조언에 반해 (찬성)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유로회의는 시리자 정권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투표 결과가 수용쪽으로 나온다 해도 역시 문제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마불사냐, 아니면 그리스를 잘라내고 새로운 유로존 건설이냐, 아니면 유로존의 붕괴냐의 최대 기로에 유로존은 지금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