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수순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이 다시 미국 금리 인상 시기로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럽 경기 악화로 인해 금리 인상폭이 더욱 완만히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그렉시트’ 우려 재부각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 수순을 밟으면서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도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금리를 올릴만큼 글로별 경기가 안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유럽 경기가 급속도로 변동하면서 미국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이 위기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은 지난해 5월 구제금융을 졸업했으나 지난해 총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30%에 이른다. 이탈리아(132%)와 프랑스(95%) 역시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들로 꼽힌다.

이외에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디폴트 위험이 큰 국가로 분류되는 국가는 모두 9곳이다.

무디스의 등급표에서 'Caa1' 등급은 투기등급으로 평가되기 시작하는 Ba1 등급보다 6단계나 낮은 것으로 신용도가 매우 취약해 디폴트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무디스가 Caa1 등급 이하로 분류한 국가는 등급이 높은 순서부터 보면 아르헨티나(Caa1), 파키스탄(Caa1), 벨라루스(Caa1), 그리스(Caa2), 자메이카(Caa2), 벨리즈(Caa2), 쿠바(Caa2), 베네수엘라(Caa2), 우크라이나(Ca) 순이다.

이러한 글로벌 경기의 성장률 저하는 결국 미국의 수출경기에 악영향을 끼칠수도 있다.

미국의 올해 3월 상품수출(BOP) 규모는 1271억 달러로 전분기 대비 0.6% 상승했으며 4월에는 1290억 달러로 무려 1.5%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수출경기가 나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인상 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 선물 딜러들은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기존 45%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불과 이틀만에 10%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지난 주말 그리스의 은행 패쇄 조치 등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릴지 여부는 그리스 사태가 올해 미국의 성장률과 고용, 금리 인상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전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이 기준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고 권고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회복과 둔화 사이에서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인상할 경우 외환시장 요동과 달러화 강세를 촉발하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 다른 나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도 "금리 인상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금융시장에 혼란을 몰고 올 수 있다"며 "긴축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 경제가 그리스 사태로 인해 타격을 받았을 경우 기준금리 인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 존 힐센래스 전문기자는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물가상승세를 압박하고 수출과 성장, 고용에 악영향을 주면 기준금리를 올리겠다는 연준의 목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힐센래스는 그러나 "연준 관계자들이 해외 위기에 우려스러운 시선을 던지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물시장에서도 금리인상이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강하지 않다"고 전했다.

“인상시기보다 인상폭 영향”

미국 금리인상의 실질적인 시그널은 오는 7월2일에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6월 고용동향 이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동향은 통상적으로 매월 첫째주 금요일에 발표되는데 3일이 미국의 독립기념일(7월4일) 대체 휴일이어서 6월분은 2일에 발표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옐런 의장은 7월15일과 16일에 반기 한 번 있는 상하원 증언에 나선다”며 “의장은 그때까지 6월 고용지표 등 경제 동향에 관해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것이어서 연준 정책 전망에 대해 큰 단서가 증언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금리 인상시기보다 인상폭을 더욱 완만하게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0.5% 수준까지 한번에 올리는게 아니라 하단을 없애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현재 실질 기준금리 0.13% 수준인데 하단이 없어지면 0.25%로 제한돼 0.17%포인트 인상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그는 “완만하게 인상 가능성을 보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영향 받겠지만 금리인상 시점보다는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