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라이징 스타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로부터 1조1000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며 단순한 소셜커머스를 넘어 이커머스의 포식자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O2O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물류의 새로운 혁신을 창조하는 위대한 샛별.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단행한 대규모 투자의 배경을 두고 대체적으로 입을 모은다. ‘사실상 손정의 회장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보여주는 비전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라고. 그런데, 과연 그럴까?

▲ 출처=쿠팡

로켓배송이 혁신은 맞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한 주목을 끌었던 것은 맞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투자를 단행하며 밝힌 근거 중 분명히 로켓배송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켓배송은 단순히 상품을 빨리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O2O의 관점에서 기존의 사업체들이 해내지 못한 새로운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하지만 로켓배송은 그 자체로 대단한 혁신은 아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날것의 도전’임은 분명하며 ‘엄청난 성과’를 거두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혁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고객이 빠르게 상품을 배달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잡아내어 이를 하나의 플랫폼 서비스로 만들고 이를 O2O의 관점에서 조화롭게 엮고 있지만 사실 이는 거대한 유통의 발전 중 일부일 뿐이다.

생각해보라. 무협지에 등장하는 표국의 시대부터 현재의 택배 시스템까지, 역사적으로 모든 물류업 종사자들은 빠르고 안전하게 상품을 전달하는 것에 능력을 집중시켜 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기술의 발전을 적절하게 대입해 탄생한 것이 로켓배송이다. 이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역으로 이는 거대한 흐름일 뿐이다. 창조라기보다는 촘촘하게 잘라낼 수 없는 단절성의 연결이다.

먼저 로켓배송을 두고 벌어지는 반발에서 그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쿠팡의 로켓배송은 소송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4월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쿠팡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국토교통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유권해석까지 요청했다.

이에 국토부는 “쿠팡의 배송서비스는 택배 개념이 아닌 회사가 구매한 제품을 서비스 차원에서 배송하는 성질임으로 9800원 미만 제품에 배송비를 받는 것은 위법사항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에 쿠팡은 9800원 이상의 제품에만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으나 협회는 지난 5월 전국 21개 시·군·구청에 쿠팡 로켓배송캠프 25곳을 고발한 상태다. 올해 소송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물론 소송에 걸렸다고 로켓배송이 혁신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서 우버와의 접점을 통한 그 의미를 살피면 흥미로운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우버는 공유경제의 기치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다양한 반발에 휘말리고 있는 상태다. 로켓배송과 비슷하다.

게임을 예로 들자면,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즐기던 ‘판’에 난데없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들고 나타난 녀석이 ‘판’을 집어 삼키려 했으며 이에 기존 플레이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형국이다.

우버와 로켓배송의 우버가 다른 것이 있을까? 둘은 정체성부터 기존의 역사까지 아주 흡사하다. 그리고 이런 공통점도 있다. ‘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서비스를 ‘약간 개선하거나 발전시켰다’는 점. 기준의 설정에 따라 어렵겠지만 이걸 파괴적 혁신, 아니 그냥 혁신으로 부를 수 있을까? 충격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지만 온전하게 서비스로 정착되지 못하면 이는 혁신이 아니다. 혁신이 되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뜻이다.

여담이지만 우버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기술의 발전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는 서비스를 공유경제의 개념으로 투영시켰다는 것.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택시처럼 안전한 길로 갔으면 참 좋았을 텐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로켓배송 이야기를 해보자. 아직 로켓배송은 미완의 대기이며, 그렇다고 뚜렷한 장밋빛 전망을 가진 것도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은 혁신이지만, 만약 아이폰이 어느 순간 먹통이 되어버릴 위험이 농후하다면 이를 온전히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건 도박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그래도 쿠팡은 혁신이다. 접근법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근거가 가능하지만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근거도 나온다. 바로 쿠팡맨의 ‘따스한 정’이다.

의외로 많은 전문가들이 쿠팡맨의 따스한 정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이를 킬러 서비스, 즉 핵심비전과 일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정말 멍청한 상황판단이다. 쿠팡의 미래는 배송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냉정하게 말하자면 쿠팡맨의 희생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쿠팡맨은 상당한 급여를 받으며 나름의 직업의식으로 무장해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는 시간이 흐르면 경쟁자도 답습할 수 있는 아이템이며, 무엇보다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서비스일 뿐이다. 그 자체로 플러스 알파일 뿐이지, 새로운 비전을 겨냥하는 핵심일 수 없다.

우버의 기사들도 친절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 출처=쿠팡

쿠팡의 가치는 데이터에 있다

쿠팡의 핵심가치는 로켓배송에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중요한 아이템이며 반드시 장악해야 하는 화두지만 진짜 핵심은 바로 데이터다. 즉, ICT 인프라를 살려 O2O의 관점에서 아마존 서비스를 전개하며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연속적인 서비스의 확장성을 노리는 것이 중심이다. 모든 ICT 기업, 특히 O2O를 다루는 곳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드론을 활용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더욱 정확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중 하나가 로켓배송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에서 쿠팡은 생명력을 얻는다. 더욱 대단해진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