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리스는 막판 협상을 남겨놓게 됐다. 쉽게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았지만 그리스 협상은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4일(현지시간) 유로그룹 재무장관 협의체 멤버들의 모습은 많은 내용을 검토하고 들어왔음에도 대외적으로는 아닌 듯 말을 아끼며 회의를 1시간만에 결렬하는 막판 액션을 보였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최근 유로그룹 회의는 1시간이상 길게 끌어본 적이 없다.

채권단의 추가적인 요구가 있었다.  그리스의 새협상안에 만족을 표시하던 전날까지의 표정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막판 밀고 당기기 차원이라고 해석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시장은 혹시 모를 만에 하나에 불안감을 보였다.

25일 오후 1시에 다시 만나서 결판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결판이 정상회의의 의제가 될 듯하다. 물론 만에 하나 결판이 나지 않는다면 오는 30일의 구제금융 상환금은 디폴트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이날 채권단이 그리스에 재요구한 내용은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양측의 가장 큰 이견은 기초재정수지 달성 수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채권단은 연금과 관련 된 부분의 삭감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의 역제안서에는 이와관련 조기 퇴직 제한과 현행 62세로 되어있는 정년을 2022년까지 67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노인복지 수당을 줄이자는 의도다.

채권단은 또 음식점 등 자영업자의 부가가치세를 그리스의 제안(13%)보다 훨씬 높은 23%로 올려야 한다는 채권단의 기존입장을 고집했다. 또한 법인세도 현행 26%에서 28%로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방비 예산 삭감규모도 그리스가 제안한 2억유로가 아닌 그 두배인 4억유로를 제안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일단 국제 채권단의 이같은 반응에 대해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리스가 내놓은 새 협상안을 일부 채권단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반응은 전례없는 일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채권단의 이러한 전례 없는 입장에는 합의를 원하지 않거나 그리스의 특정 이익을 위해 기여하거나 하는 두가지의 입장이 숨어 있다"고 말하고  "채권단의 이같은 거부는 기존 아일랜드나 포르투갈 등과의 구제금융 협상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의혹까지 제기했다.

24일 뉴욕증시는 그리스 우려가 결국은 호전된 경제지표들을 몰아내고 하락세로 이끌었다. 그리스 불안심리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나며 금리를 끌어내렸다. 이영향으로 달러가치도 하락했다.

장중에는 유명한 기업 사냥꾼인 아이칸이 트위터에 시장이 과도하게 과열됐다고 발언한 것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이칸의 과열 발언은 단골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귀담아 듣고 있는 모습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 확정치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지만 소용이 없었다. 또한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끌고가는 소비지출 역시 예상보다 훨씬 좋아지면서 소비가 경기회복을 앞당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9월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모두가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다우지수는 178.00포인트(0.98%) 하락한 1만7966.07로 마쳤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15.62포인트(0.74%) 내린 2108.58로 마감했다.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던 나스닥 종합지수도 37.68포인트(0.73%) 떨어진 5122.41로 마쳤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모두 시장 기대치 이상이었다. 1분기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0.2%로 확정발표 됐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수정치인 -0.7% 보다 상향된 것이고 월가 전망치 -0.2%와 부합하는 것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 개선은 무엇보다 소비지출의 큰폭 개선이 주효했다. 기업재고 증가세도 큰 힘을 보탰다. 미국 경제활동의 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지난달 1.8% 증가에서 2.1%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개인저축이 7202억달러로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소비지출은 2분기에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역시 긍정적 경기전망을 나나태는 기업재고도 수정치인 950억달러에서 995억달러로 상향됐다.

수출과 수입 지표들도 예상치보다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수출은 당초 7.6% 감소에서 5.9% 감소로 조정됐고 수입은 5.6% 증가에서 7.1%증가로 늘어났다.

부동산 지표인 주택 건설 자재 등 지출은 5% 증가에서 6.5% 증가로 늘어났다. 민간부문 투자 또한 0.7% 증가에서 2.4% 증가로 상향됐다. 기업투자는 2% 줄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큰폭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 2분기에도 계속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난 몇개월간 달러강세의 영향으로 기업실적이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장담하기는 어렵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정제유인 휘발유의 재고가 크게 늘었다는 보도로 하락세를 보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74달러(1.21%) 하락한 60.27달러를 기록했다.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 역시 배럴당 0.96달러(1.5%) 떨어진 63.49달러로 마감했다.

달러 가치는 그리스 우려로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폭 하락했다.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0.11% 떨어진 95.30으로 마쳤고 달러/유로 환율은 0.32% 오른 1.1205를, 엔/달러 환율은 0.11% 하락한 123.80엔을 기록했다.

금값은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 영향으로 나흘째 하락하며 지난 6월5일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3.7달러(0.3%) 하락한 1172.9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