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이 혈류를 통해 두피에 도달하여 모낭에 있는 5-알파-환원효소를 만나면 DHT로 전환된다. 강한 활성력이 있는 DHT가 모유두 세포의 안드로겐 수용체라 불리는 단백질과 결합하면 DNA에 세포파괴 신호가 전달되어 세포파괴인자(BMP, TGF-β, DKK-1 등)가 분비되고 모모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이때 급격하게 성장기 모발을 휴지기로 전환해 모발성장주기가 짧아져 탈모가 생긴다.

탈모의 원인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두피의 5-알파-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의 활성도에 달려 있다. 두 종류의 물질이 활성화하면 DHT와 세포파괴인자가 증가해 탈모를 가속하기 때문이다.

탈모 유전자란 5-알파-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말한다. 우리 몸에는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촉진 유전자와 억제 유전자가 존재한다. 두 유전자의 상호 균형에 의해 세포는 필요한 만큼 활동하고 억제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 생명현상을 유지한다. 모발도 마찬가지다. 모발을 촉진하는 유전자가 있으면 이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있다. 모발 성장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탈모 유전자다. 모발을 성장시키거나 억제하는 유전자는 5-알파-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를 통해 조절한다.

탈모 유전자는 부모에게 물려받는다. 그렇다면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전부 대머리가 될까? 젊었을 때는 탈모가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이유는 뭘까?

탈모 유전자가 있다 해도 탈모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려면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이 있어야 한다. 탈모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으면 탈모는 발생하지 않는다. 설령 탈모 유전자가 활동하더라도 억제 유전자가 강력하게 작동하면 모발의 성장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서로 균형을 이루지는 않는다. 탈모 유전자가 강력하게 발현하거나 탈모 억제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지면 탈모가 시작된다.

탈모 유전자를 발현시키거나 탈모 억제 유전자의 기능을 떨어지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활성산소의 과잉 발생이다. 호흡을 통해 인체에 들어간 산소가 영양분을 섭취하여 만들어진 포도당을 미토콘드리아에서 분해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때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만들어진 산소를 활성산소(Active Oxygen)라 한다. 활성산소의 역할은 병원체나 이물질 등을 공격하는 소독약 역할을 수행하여 세포를 보호한다.

문제는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발생하는 경우다. 탈모도 예외는 아니다. 두피에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탈모가 발생한다. 체내에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유전자의 본체(本體)인 DNA를 공격한다. DNA는 활성산소의 작용에 의해 수소결합으로 이뤄진 연결고리의 부분을 절단하거나, 염기(鹽基)의 부분을 풀리게 하거나, 염기가 산화되어 다른 구조로 변화시킨다. 이를 ‘유전자 변이’라 한다.

두피가 자외선이나 담배, 염색약 및 각종 화학물질 등에 많이 노출될 경우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된다.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5-알파-환원효소와 안드로겐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유전자에 작동하여 탈모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