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

영국의 작은 도시 벨파스트, 어느 날 조니는 삼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떨어져 얼굴을 심하게 다쳤다. 당시의 모든 바퀴는 무쇠로 투박하게 만들어졌거나 나무바퀴에 무쇠를 씌운 것으로 작은 돌멩이에 부딪히기만 해도 마구 흔들렸다. 사랑하는 아들의 상처를 보며 안전한 타이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던롭이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무쇠 대신 고무를 입힌 타이어였다. (중략) 축구공을 안고 있는 아들의 모습에서 던롭은 기발한 착상을 얻는다. 삼륜 자전거 고무바퀴에 공기를 넣어 탄력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 것. 곧 실험에 착수했다. 축구공에 씌워진 단단한 가죽처럼 고무호스 위에 두껍고 질긴 고무를 입혀보았다. 이것이 최초의 타이어. <던롭타이어 홈페이지에서>

 

1888년 존 던롭(John Dunlop)이 발견한 던롭타이어의 탄생 스토리입니다. 아이의 상처를 본 아빠의 ‘위대한 불만족’은 현재의 타이어, 바로 축구공처럼 공기를 넣은 고무 타이어의 탄생을 이끌었습니다.

‘위대한 불만족’이 만든 브랜드 스토리는 패션 분야에 유독 많습니다. 코코 샤넬로 불리는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이 탄생시킨 샤넬 패션 역시 ‘위대한 불만족’에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파리에서는 옷자락이 땅에 끌리는 ‘트레인’이나 무릎 부분 통이 좁은 ‘허블 스커트’에 원피스, 코르셋 등 답답한 속옷과 장식으로 활동하기에 너무 불편했죠. 이때 샤넬은 원피스를 투피스, 쓰리피스로 구성했고, 장식을 제거하여 심플한 스타일의 슈트를 디자인했죠. 이 샤넬 슈트로 여성들의 움직임이 편해졌고, 걸을 때의 불편함도 없어졌습니다.

헤어 패션 분야의 비달 사순(Vidal Sassoon)이 탄생시킨 보브 컷(Bob Cut)도 1960년대 여성 근로자들의 불만족을 해결한 사례입니다. 그의 보브 컷으로 인해 여성들은 긴 머리를 손질하고 세팅하는 데 걸리던 시간과 번거로움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세련되고 아름다워서 여성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직장 여성이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김영휴 씨크릿우먼(SSecret Woman)도 그런 ‘위대한 불만족’에서 탄생했습니다. 김영휴 CEO가 전업주부 12년 차 무렵, ‘과연 나다운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소크라테스가 말했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생각나서, 자아 성찰을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에게 무수히 많은 왜(Why)를 던지게 되었고, 조금씩 자신을 알기 위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차츰 자신의 본성에 귀 기울였더니, 비로소 자신을 알게 되었고,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답니다. 이러한 고민에서 헤어웨어(Hairwear)라는 패션 아이템이 나왔고, 지금의 씨크릿우먼이 되었답니다.

▲ 김영휴 씨크릿우먼 대표. 사진=김태욱, 씨크릿우먼

김영휴 대표의 ‘위대한 불만족’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고, 이 불만족이 행운을 주는 헤어웨어 씨크릿우먼을 가져다준 겁니다. 그래서 그는 씨크릿우먼이야말로 행운의 시작이라 강조합니다. 김 대표는 “헤어웨어 씨크릿우먼을 머리에 입으면 아름다움과 잃어버린 자신감이 생기고, 젊음이 충전된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며, 또 “행복하니 좋은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서 고객에게 더 가슴 뛰는 스타일을 선물하는 게 사명”이라고 강조합니다.

불만족, 불평, 결핍은 스토리의 시작입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기본 구조는 ‘갈등과 해결’입니다. 바로 불만족, 불평, 결핍이 갈등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해결’이 반드시 따라와야 하는데, 그 해결의 핵심이 바로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됩니다. 존 던롭이 아이가 다치는 것이 안타까워 개발한 안전한 공기주입식 고무 타이어, 꽉 조이는 코르셋에서 여성들을 벗어나게 한 샤넬 슈트, 치렁치렁한 긴 머리의 불편함을 싹둑 잘라버린 비달 사순의 보브컷, 볼품없는 머리칼에 자신감과 행운을 함께 선물하는 헤어웨어 씨크릿우먼은 그 불만족을 해결하는 핵심 요소였습니다.

지우개 달린 연필, 스팀이 나오는 스팀청소기는 어떨까요? 이들 역시 지우개를 자주 잃어버렸던 가난한 화가 지망생 하이만과 무릎 꿇고 걸레질하는 것이 힘들었던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한경희 주부가 탄생시킨 ‘위대한 불만족’에서 나온 스토리입니다. 이제, 우리도 브랜드 스토리 개발을 위해 ‘불만족’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이 불만족이 브랜드와 썸을 탈 때 비로소 ‘위대한 불만족 스토리’가 탄생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