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여름철에 사람들을 가장 괴롭히는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무더위다. 또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여름 밤의 불청객 모기다. 특히 요즘 모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생태 습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구 온난화와 난방문화의 발달로 모기들의 겨울살이가 늘어나면서 꼭 여름이 아닌 늦봄, 초겨울까지 실내에서 모기가 출몰해 사람들의 숙면을 가로막는 훼방꾼 노릇을 한다.

질병관리본부와 임상기생충학에 따르면 전 세계에 발견된 모기 종류는 3000여 종에 이르며, 우리나라에는 총 51종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돼 있다. 모기는 대개 과즙이나 식물과 죽은 동물의 수액을 섭취하지만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동물의 혈액을 영양분으로 삼기 위해 흡혈한다.

모기의 생장은 매우 빨라 집모기의 경우, 산란 알은 1~3일내 부화하고, 유충은 7~10일 기간에 4차례 탈피를 걸쳐 번데기가 된다. 번데기는 2~3일 경과기간을 거쳐 마침내 모기 성충으로 변모한다. 알에서 성충에 이르는 생장 기일이 10~14일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모기는 매년 4월 말이나 5월에 출현해 기온이 오르는 7월의 증식, 8월의 최고개체수를 거쳐 9월 하순 또는 10월에 대개 사라진다.모기의 라이프 사이클은 10~14일의 유충기간을 제외한 성충을 기준으로 암수와 종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보통 수컷은 1~3주의 단명 신세다. 반면에 암컷은 생존 조건이 좋으면 단명하고, 조건이 나쁘면 오랫동안 연명하는 특이성을 나타낸다. 즉, 암컷은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인 흡혈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적합한 사육지가 있으면 모든 알을 2~3주 내에 산란하고 생을 마감한다. 그러나 산란하기 어려운 환경일 경우엔 최대 수 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겨울나기를 한 월동 암컷은 더욱 생존기간이 길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우리가 아파트나 집 내부에서 여름이 다 지나갔는데도 종종 모기들이 밤에 출현해 잠결에 귓가에서 ‘엥~엥~’ 거리며 ‘피를 달라’고 애걸하는 모기는 분명히 산란을 못한 암컷 모기라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대기 모기가 사람 흡혈 과정에게 전염시키는 질병들은 말라리아(Malaria), 황열(Yellow fever, 급성전염성 열병), 뎅기열(Dengue fever, 가벼운 황열), 일본뇌염 등이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황열, 일본뇌염, 말라리아다.

말라리아는 대개 아프리카 지역에서 빈발하지만 해당지역을 여행하거나 거주하다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황열은 심한 두통, 근육통을 동반하며, 체온 39~40도의 고열 증세를 나타낸다. 초기 증세를 잡지 못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가 가벼운 증상을 나타내고 회복하면 완전 면역체계를 획득하며, 현재 백신이 개발돼 있는 상태다. 일본뇌염은 우리나라 방역당국이 매년 일본뇌염 모기의 발현 개체수를 발표할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고위험 질병이다. 지난 1949년 무려 5548명이 발병, 2429명이 사망할 정도로 전국적인 대유행을 치른 바 있다.

이같은 모기로부터의 피해를 막기 위한 방제 및 구제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돼 왔다.

모기 성충을 없애거나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는 방충망과 에어로졸·방충향 등 살충 및 차단제, 유문등(black light trap) 같은 방충 트랩이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살충 및 차단제는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을 최소화시킨 제품 출시가 매년 이뤄지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모기퇴치용 DIY 세트 중 시트로넬라 천액용액 및 방향초 제품. 사진=옥션

또다른 모기 퇴치 방법으로는 웰빙 재료의 살충제가 있다.

즉,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천연 허브 재료들을 사용한 제품이거나, 소비자들이 웰빙 허브 재료를 직접 구입해 천연 살충제로 만들어 활용하는 경우다.

실제로 온라인 마켓 옥션(www.auction.co.kr)의 조사에서 지난 6월 4∼10일 직접 만들어 쓰는 모기 퇴치 DIY(소비자 직접 제작) 세트 판매량이 23%나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옥션에 따르면 모기 살충제 재료로는 천연 허브 오일이 많이 사용된다. 모기·날파리 등 곤충이 싫어하는 식물인 '시트로넬라' 오일, 허브 가운데 방충·세균 억제 효과가 있는 '레몬그라스' 오일, 살균력이 강한 '유칼립투스' 오일 등이 소비자들로부터 선호받고 있다.

옥션 측은 “천연 허브 오일에 불순물이 없는 무수 에탄올과 정제수를 섞어 스프레이 용기에 담으면 인체무해한 ‘DIY 살충제’가 된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인공적인 모기 퇴치보다 주목받는 자연생태계 방법은 바로 포식동물, 즉 천적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예 모기유충을 자연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방제함으로써 개체수 발생을 억제시키는 방법이다.

임상기생충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기유충을 가장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천적동물로 어류를 손꼽는다.

현재 모기유충 방제용으로 사용되는 포식천적은 담수어류로 ‘모기어(mosquito fish)’로 학명은 Gambusia affinis이다. 모기어는 송사리와 체형이 유사한 어류로, 왕성한 번식력과 환경 적응력이 좋아서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다만, 추운 지방에서는 겨울나기가 힘들고 타 어종과 경쟁력이 강해 자칫 토종 물고기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악영향을 주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에 가장 적합한 모기 천적동물은 우리의 하천이나 논에 서식하는 송사리, 왜몰개, 미꾸리, 미꾸라지을 들 수 있다.

이들 중 송사리와 왜몰개는 공급의 문제점 및 농약과 환경변화에 약하고 서식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어서 모기방제에 이용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반면에 미꾸라지는 다른 모기 천적어종과 비교해 모기 방제에 탁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즉, 환경 적응력이 강하고 모기유충을 잡아먹는 포식력도 매우 높고, 공급도 원활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소개한다. 실제로 지난 1996년 전라남도 벌교읍 유기농법의 논에 대한 생태 조사에서 유기논에 서식하고 있는 미꾸라지의 활발한 포식활동에 힘입어 모기유충의 개체수가 인근의 화학농법의 논보다 수 배나 적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실험 결과, 미꾸라지 한 마리가 모기유충을 하루에 1100마리 이상 먹어치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모기어의 모기유충 포식력과 비교해 거의 3배 높은 수치다.

이후 국내에서는 전국 여러 보건소에서 미꾸라지를 이용한 저습지에서 모기 방제 실험 작업을 실시, 다른 대조군보다 90% 이상의 탁월한 방제효과가 거뒀다. 따라서 매년 상습적으로 모기 피해를 입은 지역이라면 전문가의 조언과 지도를 받아 인공적인 저습지를 조성해 미꾸라지가 서식할 수 있도록 해 모기유충을 사전에 방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