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바리파, 모건스탠리, 노무라, HSBC 등 주요 외국계 금융사들은 일제히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달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외국계 금융사들 대부분은 한국경제 침체가 비관적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해 금리인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산업생산, 수출 등 각종 경제 지표가 부진한 데다 일본, 중국, 호주 등 미국을 제외한 주변국들이 통화 완화 정책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한국도 수출 경쟁력 강화와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계 금융사들은 한은이 오는 11일 열리는 6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75%에서 1.5%로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수출 부진'과 '경제지표 하락'을 근거로 꼽았다. 엔저로 인해 추락하고 있는 수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고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BNP파리바의 마크 월튼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며 "가격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무역량이 줄어든 점을 볼 때 한국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월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10.9% 줄어 6년여 만에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고,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1.2% 줄었다.

월튼 이코노미스트는 "수출과 산업활동 지표를 봤을 때 한국의 제조업 활동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의 5월 무역흑자가 63억달러로 감소했지만 연간 흑자 규모가 1000억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는 만큼 원화 절상 압력도 금리 인하에 힘을 싣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간스탠리는 한국의 제조업 경기를 '비참한(miserable)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내수 회복의 신호가 일부 있지만, 수출 약세의 부정적 영향을 만회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노무라는 "엔화 대비 원화 강세로 인해 한국 수출이 일본에 비해 부진을 보이고 있고, 중국 수요가 계속 둔화하는 가운데 한국 수출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점도 일본보다 한국 수출에 부정적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내다봤다.

엔저 등에 따른 한국 수출 감소세가 한층 심해져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0.16원으로 마감했다. 2012년 중순만 해도 100엔당 1500원대 였던 원-엔 재정환율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이후 3년여 만에 엔화 대비 원화 값이 60%가량 절상됐다.

SC은행도 6월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으로 점치며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수준의 경제 지표 악화, 세계적인 통화 완화 추세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HSBC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내수경기 침체에 끼친 영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7월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날드 맨 HSBC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예상보다 저조한 지표로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지만, 4월과 5월의 한국 경기가 다소 개선됐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한국은행이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며 "6월이 아닌 7월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