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는 지난 4월 출시된 네이버의 관심사 기반 SNS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이미지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20대를 겨냥한 서비스로 요약된다. 다만 이미지와 관심사, 즉 해시태그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의 아류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폴라 마케팅을 추진하며 어뷰징과 자발적 열정페이를 방조하는 한편, 공짜 마케팅이라는 구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0일 시작한 공모전이다. 폴라는 ‘#대충폴라공모전’을 열며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손으로 직접 ‘폴라’라는 문구가 들어간 대자보나 광고를 만들어 대학교 특정 공간에 부착하도록 했다. 이후 그 사진을 찍어 공모전에 응모하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사람에게 상과 상금은 물론, 네이버 폴라 마케팅 인턴십 자격을 부여했다. 크리에이터 부문(핵꿀잼상-좋아요상-아까운상)과 셀렉터부문(쓸고퀄상-금손상-수고상)이다.

▲ 출처=폴라

네이버의 실수

폴라 공모전의 핵심은 누가 많은 호응을 끌어내느냐에 달려있었다. 그런데 공모전 당시 한 참여자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콘텐츠에 조회수와 댓글을 유도하는 자체 마케팅을 했다는 반발이 일었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콘텐츠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좋아요’를 누르게 만들기 위해 자발적 상품을 내걸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A씨는 자신의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스크린샷을 보내면 기프티콘을 제공했다.

다른 참여자들은 반발했다. 순수하게 좋은 콘텐츠를 뽑아야 하는 공모전에서 인위적인 마케팅을 펼친 사람을 제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폴라는 A씨에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실제로 네이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캐쥬얼한 공모전이었으며, 개별적으로 개입할 문제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공모전 좋아요를 비롯한 호응에 대한 별도의 가이드 라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네이버 측 말대로 A씨의 행동이 불법은 아니다. 나름의 능력일 수 있으며 마케팅 전략으로 이해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공모전에서 다수의 대학생들과 함께 추진하는 상황이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나름의 어뷰징을 방조했다는 점에서 폴라의, 아니 네이버의 인식에 문제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열정페이?

공모전 과정에서 A씨가 자신의 사재를 털어 나름의 마케팅을 추진한 대목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네이버의 폴라가 수여하는 상과 상금, 그리고 인턴십을 위해 열정적으로 움직였을 참가자들이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실제로 공모전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참가자들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인턴”이라는 비야냥을 통해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물론 공모전 입상을 통한 인턴십은 정식채용이 아니다. 폴라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채용은 아니다”고 분명히 확인해줬다. 하지만 지금처럼 취업난이 심각한 상태에서 거대 기업인 네이버의 폴라에서 인턴십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프리미엄을 가진다. 그런 이유로 많은 참가자들은 상과 상금도 중요하지만, 폴라의 인턴십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기회는 돈의 위력과 함께 사라졌다.

최소한 희망을 매개로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한편, 최종적으로 자체 마케팅이라는 합법적인 편법을 구사한 A씨에게 1등인 핵꿀잼상을 수여한 지점은 분명 지적받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 출처=폴라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일각에서는 폴라 공모전 사태를 두고 ‘작금의 열정페이 현상 및 대학공간의 상업화, 황금 만능주의, 비정상의 정상화 만연’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생을 인턴십이라는 미명하에 일시채용, 이를 빌미로 다양한 공짜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대기업의 횡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평가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온전히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과정과 알고리즘에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폴라는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허술한 공모전 진행으로 다수의 반발만 일으켰다. 아쉬운 지점이다.

폴라는 대학생이면서 공모전에 참여할 경우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 두었다. 기본적인 가이드 라인만 제공하고 ‘알아서 폴라를 홍보해 줘라. 우리는 마케팅 효과만 누릴테니. 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한 자는 정식은 아니지만 폴라 인턴십의 기회를 주마’라고 외쳤다는 평가다. 참고로 폴라는 인턴십의 주 연령대인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SNS다.

결국 폴라는 논란이 일자 수상자를 당초 정했던 인원보다 더 많이 뽑으며 수습했다. 이에 네이버는 "공모전 진행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며 "추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생각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