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웹서비스의 최후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오후 4시. 야후코리아 모든 직원이 영문도 모른 채 회의실에 모였다. 아시아태평양 본부 로즈 차오 수석부사장이 나타났다. 옆에 보디가드를 대동했다.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올해 연말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180여명의 직원에게는 스스로 일자리를 찾아가라 했다.

올 것이 왔다. 야후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었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은 있었다. 인터넷·모바일 인프라가 막강한 테스트 마켓인 한국 시장을 야후가 포기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틀린 예측이었다. 야후는 야후코리아 직원들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로 “6개월분 급여를 주겠다”고 통보했다. 미국 기업 야후는 이처럼 비정하게 철수했다.

2012년 12월 31일이 마지막이었다. 국내 1세대 웹서비스 야후코리아는 문을 닫았다. 한때 국내 최고 포털사이트 자리를 꿰찼던 만큼 그 충격이 컸다. 1997년 출범한 야후코리아는 2000년대 초반에 전성기를 구가하며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을 80%까지 차지했다. 하루 페이지뷰는 2000만에 달할 정도였다.

이후에도 기세가 죽지 않았다. 1999년 도입한 무료 전자우편 서비스로 호응을 이끌어낸 야후코리아는 이후 어린이가 쓰는 인터넷 ‘야후 꾸러기’, 지역 기반 검색 서비스 ‘야후 거기’, UCC 서비스 ‘야미’ 등 독자 서비스를 출시하며 명성을 이어가려 했다. 결국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80%의 영광과 0.25%짜리 말년

왜 한국 사업을 접었을까. 야후가 공식 발표한 내용이다. “1997년부터 야후코리아는 고품질 편집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성공적인 검색 광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운영은 지난 몇 년간 야후의 비즈니스 성장을 어렵게 하는 도전과제에 직면해왔다." 명료한 이유로 보이진 않는다.

0.25%라는 수치에 답이 있다. 80%까지 치솟았던 검색시장 점유율은 말년에 0.25%까지 떨어졌다. 처음엔 네이버와 다음에 밀리더니 엠파스나 네이트와 겨루는 처지가 됐고, 나중엔 파란에도 밀렸다. 해외에서는 구글에 크게 밀려 위기가 찾아왔다.

자존심을 구겼지만 수익모델은 건재했다. 야후코리아는 설립 이후 말년까지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철수하기 직전 해엔 400억원가량의 매출과 25%의 영업이익율을 기록했다. 야후코리아가 본사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지사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속사정은 있는 법이다. 광고 비즈니스 플랫폼 오버추어를 봐야 진실이 보인다. 당시 오버추어가 야후코리아 실적을 지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간 다음과 클릭 횟수당 광고비를 지불하는 CPC(Cost Per Click) 계약을 맺어 약 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다음과의 계약이 끝나면서 적자를 메울 수단이 사라졌다. 철수는 수순이었다.

정설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야후코리아 전 직원은 블로그에 다른 의견을 담은 글을 올렸다. “야후가 한국을 떠난 가장 큰 책임은 편한 것만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자신을 편하게 해주기만 하는 기업의 맞춤형 상품만을 소비하는 수동적 소비자가 되기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다양한 상품들을 사용하면서 보다 국제적인 시야를 갖추려는 능동적 소비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소수 의견도 존재한다. 하나는 야후코리아가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이미지가 ‘아저씨들 전용 포털’로 굳어져 신규 이용자 유입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는 대만 출신 자오 부사장이 야후대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권력을 활용해 의도적으로 야후코리아를 철수시켰다는 설이다.

 

IT판 쏠림의 경제학

IT 시장은 냉혹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그대로 시장을 집어삼켰다. 야후코리아를 비롯해 파란, 엠파스, 네이트 등에게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서비스가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는 구조가 굳어졌다.

극심한 쏠림 현상이다. 초기에 시장이 열렸을 때 나타나는 다양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의 장점을 포섭해 독주하는 체제다. 여러 서비스가 금방 정리되기를 반복했다. 길고도 짧은 IT의 역사가 알려준 비즈니스 방정식이다.

이는 현재진행형 논리다. 예를 들어 최근 주목받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은 어떨까. 우버가 호응을 얻자 유사 서비스가 쏟아졌다. 카카오택시, 리모택시, T맵택시, 백기사 등 다양한 것들이 탄생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IT 시장 특유의 쏠림의 경제학이 또 다시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독주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나머지는 정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견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야후는 구글에 크게 밀린 상태다. 둘은 닮았으면서도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 검색엔진과 포털에서 비롯되는 차이다. 구글이 검색엔진 기능에 충실하다면 야후는 백화점식 포털을 추구한다.

구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용자를 다른 사이트로 소개해주는 것이다. 검색엔진 기술을 고도로 발전시켜 검색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구글의 미션이다. 반면 야후는 독자적인 콘텐츠를 확충해 이용자를 포털에 가두려 했다. 체류시간을 늘려야 광고 영업도 수월해진다는 계산에서다.

시대는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의 철학> 저자 마키노 다케후미는 웹사이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검색엔진 수요가 늘어났으며 자체 콘텐츠로 이용자의 발을 묶어두려는 포털의 시도는 점차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차이가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면서 실적에서 명암도 갈렸다.

 

위기의 국내 포털

다음카카오·네이버도 구글보다는 야후코리아 모델에 가깝다. 이들은 착실히 콘텐츠를 확충하고 있다. ‘네이버랜드’를 꿈꾸는 네이버는 이용자가 자사 웹페이지에서 모든 욕구를 해결 가능하게 한다는 게 기업의 미션이다. 다음카카오도 모든 것을 완비한 플랫폼을 꿈꾼다.

다른 사이트로 이용자를 이어주는 구글과는 차이가 큰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렇다고 구글과 다르기 때문에 야후코리아처럼 몰락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지금껏 구글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계속 위기론이 대두되는 만큼 개방과 폐쇄의 기로에서 운명을 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쏠림은 순식간이다.

IT 서비스 시장은 급변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스낵 콘텐츠를 제공하는 피키캐스트 등이 신흥 트래픽 도둑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포털이라는 관문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것도 포털업체에겐 나쁜 소식이다.

플랫폼 장악도 절대적이지 않은 형편이다. 최근 게임업계엔 탈-카카오 현상이 불고 있다. 다음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야만 흥행이 가능하다는 ‘절대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진실은, IT 업계에서 한시적 쏠림이 있을지는 몰라도 독과점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