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네팔 등 각지에서 지진이 여러 번 발생했다. 특히 지난 5월 30일, 일본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강진은 곧바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감지됐다. 실제로 이번 일본 지진 여파로 부산 전역에서 건물이 흔들린다는 소방서 신고전화만 200여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안전한 ‘모듈러 주택(공업화주택)’이 수요자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유럽, 미국 등 외국에서 먼저 기술 개발이 이뤄진 건축 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모듈러 주택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이 낮고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때문에 보편화되지 못했지만, 2009년 개정 주택법에 ‘공업화(모듈러)주택’이 법정 용어로 규정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오피스, 상가, 호텔 등에도 다양하게 적용돼 미래지향적 주택모델로써 주목받고 있다.

 

모듈러 주택이 뭐길래?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기본 골조, 전기배선, 온돌, 현관문 등을 대량 생산한 뒤 이를 조립한 상태로 현장에 운반해 완성하는 집이다. 모듈러 주택의 장점은 ▲신속성 ▲안전성 ▲가변성 ▲이동성 ▲친환경성 ▲층간소음 방지를 들 수 있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구조체, 배관배선, 화장실, 부엌, 가구 등 최대 80%까지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현장 시공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예컨대 5층짜리 소형 주택을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지으면 공사 기간이 6개월가량 걸리지만 모듈러 공법을 적용할 경우 30~40일이면 완성된다. 빠르면 1~2주 내에도 가능하다. 이에 투자금 회수가 빨라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내진, 내풍에도 견딜 수 있는 용접성 우수한 강재를 사용한다. 일본 시장의 경우 현재 단독주택의 5분의 1 이상이 모듈러 주택이며, 오랜 기간 그 성능을 입증해왔다. 일례로 1995년에 7.2강도의 고베지진으로 주택 완파가 10만호, 반파 11만호의 엄청난 피해를 기록했을 때 모듈러 주택들은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유는 외부적 충격을 각각의 모듈이 분산하여 감당하므로 오히려 유연성을 갖게 되는 원리다. 건물도 너무 강하면 부러지고 유연해야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모듈러 주택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포스코 A&C 관계자는 “모듈러 주택은 방이 각각 모듈로 구성돼 벽이 이중이어서 단열이 좋고, 층간소음을 없애 쾌적한 거주성이 특징”이라며 “집을 해체한 후에도 재사용이 가능하고, 일반 건축물(철근콘크리트)에 비해 건설폐기물이 36% 수준으로 친환경 건축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모듈러 건축의 다양화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모듈러 주택의 인기는 10년째 상승하고 있다. 이 가운데 괄목할만한 모듈러 주택은 국내 최초 이동형 모듈러 주택인 강남구 청담동의 ‘뮤토(MUTO) 청담’이다. 지난 2012년에 지어진 ’뮤토 청담’은 연면적 513㎡, 지상 4층 규모의 원룸형 주택 18가구로 가구별 전용 면적은 약 36㎡다. 현재 포스코 외국인 직원 숙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원룸 유닛은 천안의 모듈러 공장에서 최대 80%까지 제작해 현장 운송했고, 현장에선 크레인으로 3일 만에 조립을 끝냈다. 원룸 제작부터 준공까지 45일 만에 완공된 셈이다. 3.3㎡당 건축 비용은 440만 원 정도. 모듈러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여기서 발견된다. 마치 블록을 쌓아놓은 듯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위의 시선을 끈다. 뮤토 청담은 제6회 강남구 아름다운 건축물 공모전에서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블록을 쌓은 듯한 ‘뮤토 청담’ 외관. 출처=포스코 A&C
▲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내부 / 출처=포스코 A&C

상가에도 모듈러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커먼그라운드(COMMON GROUND)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이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복합쇼핑몰로, 40피트 컨테이너 박스 200개가 이용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커먼그라운드를 이루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는 일반 콘크리트 건축물과 달리, 사전에 제작되어 있는 컨테이너를 현장에 옮겨 조립하는 모듈러 공법으로 건축됐다.

이러한 컨테이너 건축물은 커먼그라운드가 가지는 팝업 쇼핑몰이라는 특징과도 맞닿는다. 현재 커먼그라운드 건대점은 8년의 임대기간 동안 주위의 상권을 재조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 혹은 철거될 예정인데, 모듈러 공법을 이용한 컨테이너 조립건물이어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더욱이 보통 컨테이너는 네 모서리에 기둥이 있고 그 사이에 주름진 면이 힘을 지탱하는 구조라면, 커먼그라운드의 컨테이너 박스는 6~8개의 기둥을 더해 특수 제작됐다. 커먼그라운드는 컨테이너 박스를 소재로 했지만, 소방 안전 등 일반 건축물의 기준을 통과했으며 단열재, 냉난방 시스템, 안전시설, 환기 시스템을 고루 갖추고 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매출을 아직 수치화할 단계는 아니지만 오픈 후 한 달 사이에 방문자 수가 약 3~4만명, 구매고객수는 약 1만명을 돌파했다”며 “컨테이너박스라는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젊은 감각의 세대들에게 이슈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건대 커먼그라운드의 독특한 외관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출처=코오롱인더스트리FnC

아파트에서 벗어나야 모듈러 주택이 보인다

초창기에는 일본 모듈러 업체가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3.3㎡당 건축비가 700~1000만원 이상으로 다소 비싼 편이었다. 일본 현지 공장에서 제작해 국내에 들어와 조립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14측 역시 모듈러 주택의 단점으로 ‘비싼 건축 공사비’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모듈러 건축비용은 일반 건축물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더욱이 국내 모듈업체 3곳(금강공업, 스타코, 포스코A&C)에 확인해본 결과 3.3㎡당 400만원 안팎 수준이었다. 물론 건축 자재나 환경에 따라 공사비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적은 건설폐기물, 공사기간 단축, 재활용 사용이 가능한 것까지 감안한다면 총체적 비용이 일반건축물에 비해 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내 모듈러 주택의 보편화를 막는 것일까? 모듈러 주택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아파트 생활에 길들여져 있다”며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탈(脫) 아파트’ 바람이 일어나면서 개성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듈러 주택에 대한 개별 수요는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의 모듈러 건축 관련 정책사업도 순탄치만은 않다. 공공임대주택을 모듈러 공법을 적용해 지을 예정이지만, 설립 예정 단지마다 주민들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듈러공법을 문제 삼기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이 동네에 들어오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 이유다. 더욱이 모듈러 공법 자체도 일부 주민에게는 익숙하지 않아서, 국내에서 보편화되기까지는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