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막강한 제품을 판매해도 제품의 부품을 결정할 수 없고, 심지어 제품의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불안한 성장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모바일 AP 시장이 팽창하며 사물인터넷 시대의 거대한 파도가 몰아쳐도 글로벌 제조사들이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 기업인 영국의 암(ARM)과 결별할 수 없는 이치와 비슷하다. 결국 시장의 중요한 포인트는 부품과 기술, 즉 근간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모바일 분야에서 근간에 집중한 전략을 본격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해 눈길을 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소재 등을 총망라하는 방식으로 이를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상대방에게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을 어필하며 서서히 중독시킨다는 뜻이다.

당장 반도체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지난 22일 중국에서 열린 삼성 모바일 솔루션의 뜨거운 열기가 단적인 사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배터리 등 삼성이 보유한 다양한 '모바일 주변부'는 뛰어난 기술력을 무기로 삼아 현지 업체들을 휘어잡았다는 후문이다. 고집적화를 거듭하는 반도체 경쟁력과 웨어러블 시대를 준비하는 실장면적 단축 등은 그 자체로 경쟁력이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는 자신의 경쟁력을 가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른 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과 연합해 부품의 연합화, 연결화를 바탕으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제품 중심의 경쟁력으로 실제적인 시장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한편 삼성 전자계열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모바일 부품 솔루션 패키지를 일종의 상품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부품의 솔루션화, 패키지화를 넘어 이를 자신의 생태계에 적합한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 유연함도 잡아낼 수 있다. 웨어러블 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및 소재, 디스플레이의 플랙시블 기능 등을 온전히 '삼성전자의 뜻'으로 묶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표준화에 앞장설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전략이 타이젠OS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절묘하게 만나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간을 노리는 전략으로 경쟁자를 자사의 생태계에 길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궁극적인 하드웨어 표준화까지 주도한다면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전략을 단순히 하나의 사업 경쟁력으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한 이유다.

약간 다른 말이지만 국내 자전거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해 연 5000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젊은 층이 주도하던 소비시장에 중장년층이 가세하며 3년전 3900억 원보다 무려 30% 시장이 팽창했다.

하지만 막상 국내 자전거 업체의 경쟁력은 다소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자전거의 '명가'인 독일이 그 근간인 부품사업을 휘어잡으며 일종의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목이 지적된다. 독일 자전거 부품 생산 규모는 6억1000만 유로(약9000억 원), 수출 규모는 9억6000만 유로(1조1500억 원)에 달한다.

결국 근간을 잡아내는 쪽이 시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철저한 주변부 전략에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