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큐셀이 2014년 4월 인디애나폴리스 Maywood에 건설한 10.86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출처= 한화그룹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태양광이 주요 발전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 가지 않더라도 태양광은 가까운 미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7일 ‘태양광 시대의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이 차세대 에너지로서 기존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은 전세계 발전량의 1% 정도를 차지했다. 2020년경에는 태양광을 통해 3%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많지 않은 생산량으로 보이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폭락 현상을 세계석유생산의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셰일오일이 주도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 같은 현상이 단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유가 기조의 지속과 각국의 보조금 축소 등 환경은 태양광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태양광 자체의 경제성이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모듈가격은 지난 40년간 거의 100분의 1로 하락했다. 최근에는 폴리실리콘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판가 인하뿐 아니라, 원재료 사용량의 절감과 기술혁신의 가속화 등으로 화석연료의 발전단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맞출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적합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급속하게 유입되고 있는 것도 태양광에 대한 투자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수요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원전사고와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 등으로 일본과 중국 등이 태양광 설비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또,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풍부한 일조량에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소극적이던 국가들이 오일머니의 추가 확보, 전력 접근성 제고 등의 이유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인도 등 전력망 구축이 어려운 지역에서 에너지저장시스템(ESS)과 연계된 독립형 분산 발전시스템이 확산된다면 수요는 더 빨리 커질 수 있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양광 발전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단순히 발전원 간의 비중이 달라지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포함한다”며 “이제까지의 발전산업 생태계가 바뀌고 에너지의 수요자와 공급자와의 관계, 가격 체계, 가격수준, 에너지 시장의 효율성 등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전력산업이 유연하고 스마트하게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태양광 시장은 독일을 필두로 이탈리아, 스페인,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연평균 47%의 고속성장을 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 발전 설비의 신규 설치량은 2007년 2.8GW에서 2014년 44GW로 약 16배 늘었다.

전체 전력산업에서 태양광의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상태다. 2014년 전세계 발전설비 기준으로 3% 이하, 발전량으로는 1% 이하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태양광은 지난해 신규설비 규모에서 풍력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며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주자로 올라서기 시작했고, 성장 속도를 감안한다면 머지않아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저유가와 보조금 축소에도 주목받는 태양광

IEA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World Energy Outlook 2014’에서 태양광이 주요 발전원으로 부상해 2050년 전체 발전량 중 26%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0년 전망치인 22%보다 올려잡은 수치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락하던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유가가 급락했을 당시, 신재생에너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오일쇼크 때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증가했고,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 수요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 생산을 줄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유가가 급락하자,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 역시 하락했다.

세계 최대 풍력발전기 기업인 덴마크의 베스타스 주가는 11% 가량 빠졌고, 태양광 분야의 메이저 기업인 중국의 잉리그린에너지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태양광 산업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각국의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도 이미 수년전부터 줄어들고 있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미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고, 세계 태양광 시장의 최대 수요처였던 독일도 2010년부터 보조금을 삭감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태양광에 대한 고정가격 매입제도를 부활시켜 2013년 이후 고성장을 했지만 매년 지원 금액을 줄여 2017년에는 지원을 중단할 계획이다. 미국의 태양광 관련 세액공제제도의 지속여부도 불투명하다.

미국은 세액공제제도를 통해 태양광 발전시스템 설치비용 중 기업에 대해서는 30%, 가정용에 대해서는 2000달러 내에서 최대 30%까지 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16년 이후 세액공제제도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올해 다시 논의할 계획이며, 폐지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유가 기조의 지속과 각국의 태양광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IEA 보고서에서와 같이 태양광에 대한 전망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전세계 태양광 수요는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며 2020년에는 연간 신규 설치량이 100GW에 육박하며, 누적 설치량 기준으로 600GW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신재생에너지 분야별 투자액 중 태양광 분야는 1435억달러로 전체 투자액 중 약 46%를 차지했다.

2010년 990억달러, 2011년 1506억달러, 2012년 1397억달러, 2013년 1138억달러를 기록하며 201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2014년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IEA에서 발표한 2050년 전체 발전량 중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 26%가 현실화되는 것은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태양광 산업, 경제성 확보로 자금유입 확대

태양광은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비교해도 발전단가가 가장 높았다. 때문에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이 없으면 자생할 수 없는 발전원이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을 처음 시작한 1970년대의 태양광 모듈 가격은 와트당 70달러 수준으로, 도저히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8년 와트당 약 4달러에서 2014년 0.5달러 수준으로 약 90%나 가격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태양광의 발전단가(LCOE1 기준)는 지난 5년간 50% 이상 하락했다.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과잉이다. 중국 정부의 태양광 기업에 대한 전폭적 지원으로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나섬에 따라 2010년에는 공급과잉률이 최대 50%에 육박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폴리실리콘부터 태양광 모듈에 이르기까지 전밸류체인에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판가인하 압력이 거세졌고, 기업들도 가동률 제고와 재고비용 감축을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태양광 기업들은 지난해까지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이 같은 공급광의 위기의식은 산업 내 기술혁신을 가속시키는 동인이 되고 됐다. 기업들은 단위당 효율이나 출력을 높이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결정질 태양전지의 경우, 후면전극(Back Contact) 기술로 태양광의 흡수율을 올리거나 결정질 위에 박막을 입혀 효율을 높이는 기술 등을 채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GaAs(갈륨아세나이드) 화합물 태양전지 등 물질의 조합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빛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기술 등이 개발 중이다. 이와 더불어 이론적으로 60%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퀀텀닷(Quantum dot) 기술을 이용한 태양전지도 개발되고 있다.

비단 태양전지 기술뿐만 아니라 시스템 측면에서의 기술개발도 활발하다.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태양전지(모듈 포함)와 BOS(Balance of System)이라 부르는 인버터, 컨버터, 케이블,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BOS는 전체 원가 중 50% 이상을 차지한다.

태양광 인버터는 지난 10년간 12kg/W에서 2kg/W로 사이즈가 줄었고, 이와 함께 원가도 낮아졌다.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진화하고 있다. 일례로 날씨를 예측해 태양광 발전량을 알려주고, 전력망에 부하가 걸릴 경우 제어하는 등 태양광 발전시스템의 전체적인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한계원가를 넘어 낮아지는 태양광

이와 같은 노력이 합쳐져 태양광의 한계원가라는 개념은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가격이 급락할 당시, 한계원가는 와트당 0.5달러가 될 것이며 그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신기술의 개발과 전밸류체인에서의 원가인하 노력으로 와트당 0.4달러 이하를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시스템 내 전밸류체인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춰감에 따라 그리드패러티(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와 기존 화석에너지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균형점)에 도달한 국가들이 속속 등장한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이탈리아, 멕시코 등 주로 일조량이 풍부하고 전기요금이 높은 국가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단가는 하락하고 전기요금은 상승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그리드패러티에 도달하는 국가들의 수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발전이 경제성을 갖춘 것이다.

초기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정부 주도의 금융으로 조달됐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상업은행들은 검증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 위험부담을 지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연기금, 보험회사, 대기업 등이 투자를 시작하고 있다. 특히, 각국 정부의 금융완화정책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가 더 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그린본드, 일드코(YieldCo) 등 다양한 투자상품들도 개발되고 있다.

워렌 버핏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지난 3년 동안 10개의 태양광발전소를 지었다.

버핏은 경제성 확보가 어렵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도 아니어서 미래 가치가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지난 2011년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150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는 앞으로 1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구글과 애플 등 태양광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글은 지난 2010년부터 태양광 발전소, 풍력발전 등 17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지금까지 투자 총액은 15억달러(1조5600억원)에 이른다.

애플은 지난 2월 8억 5000만달러를 투자해 캘리포니아주 북부 몬테레이에 지어질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로부터 25년간 전력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주 메이든과 네바다주 리노의 데이타센터 인근에도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에서도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쓰촨성 산간지역에 40㎿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중국 내 판매점과 지사 등에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환경전략 컨설턴트인 앤드루 윈스턴은 “구글이나 애플이 지구를 걱정해 재생에너지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연료비 상승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고 운영비용 절감효과가 있어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자회사인 솔라시티는 각 가정에 무료로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해주는 대신 전력 사용료를 받는 모델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대기업은 물론 일반 투자금도 몰려

대기업이 개별 프로젝트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것 이외에도 자금 조달을 위한 투자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태양광 수요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우선 그린본드의 발행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린본드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됨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2012년 50억달러에 불과했던 그린본드 시장은 2013년 140억달러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350억달러로 급속히 확대됐다. 2~3%대의 낮은 이율과 4~8년의 다소 긴 만기에도 불구하고 수요는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린본드 발행은 주로 국제기구와 다자간 개발은행을 중심으로 전개됐으나,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기업들의 참여가 이뤄지며 민간기업의 비중이 30%까지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과 관계된 자산유동화 증권의 발행 역시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자산유동화 증권이 발행되면서 신재생에너지 자산을 근거로 채권 발행이 활발해 졌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자산유동화 증권시장 규모는 약 20억달러로 추산되고, 수익률은 4~6% 수준으로 연기금이나 보험회사 등 장기 투자상품이 필요한 기관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주식발행을 통한 일드코(YieldCo) 방식의 자금조달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일드코는 자산을 바탕으로 주식을 발행해 운영수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호황과 저금리로 인한 매력적인 배당수익률 때문에 일반투자자 사이에서도 수요가 높다. 2013년 NRG는 신재생에너지 자산을 분리해 NRG일드코를 상장했으며, 같은 해 NRG일드코의 주가 상승률이 100%를 넘어서는 등 우수한 자금조달 실적을 보였다.

최근에는 퍼스트솔라, 썬파워 등 미국 주요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일드코를 통한 개발사업 확대 전략을 고민 중이다. 중소 규모로 개발하는 태양광 프로젝트의 경우, 금융조달을 위해 심사 및 투자자 모집 등 비용 부담이 크지만, 일드코를 이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 신규사업개발과 자산 인수에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평가도 있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기저발전원으로의 가능성 확대

태양광 발전단가가 아무리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간헐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재생에너지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ESS와의 조합을 통해 기저발전원으로의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각국 정부는 앞서 태양광산업 육성정책을 시행했듯이 ESS에 대해서도 다양한 지원정책을 내놓고 있다.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 ESS 보급은 필수적이지만, 아직까지 가격이 너무 높아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 독일의 경우 2013년부터 태양광 발전에 연계된 ESS의 설치비용 중 3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한 일본은 안정적인 전력예비율을 확보하고 비상정전에 대비하기 위해 ESS 설치를 적극 지원 중이다. 도쿄 지역은 설치비용의 최대 2/3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사이타마현에서는 가정용 ESS에 대해 1kWh당 5만엔을 지급한다.

태양광과 ESS의 연계를 통해 정책적 지원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어 수요 저변 확대가 기대된다.

 

ESS 보급 확대에 앞장선 테슬라

지난 4월 테슬라에서 발표한 가정용 ESS ‘파워월’과 산업용 ESS ‘파워팩’은 ESS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파워월은 7kWh를 3000달러, 10kWh를 3500달러로, 파워팩은 100kWh 기준 2만 5000달러로 가격을 책정했다. 이 제품은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예약물량이 몰려 내년 중반까지 품절상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테슬라의 ESS 가격은 기존 제품의 1/7에 불과하다. 테슬라가 이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해 파나소닉과 공동으로 투자한 ‘기가팩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배터리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현재 kWh당 250달러가 넘는 배터리 가격을 100달러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유국들도 태양광으로 미래 대비

지금까지 태양광 시장을 견인해온 국가들은 독일, 일본, 중국, 미국 등 선진국이 대부분이었다. 독일과 일본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불안감에, 중국과 미국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분간 주요 수요국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등이 부상할 가능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경제성 확보와 ESS와의 조합 활성화 등 상황이 바뀌며 산유국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2014년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모로코 등을 중심으로 중동 전역에서는 총 294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가 허가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32년까지 누적 4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고, 아랍에미리트도 보조금 지급을 통해 202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7%를 태양광으로 채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아프리카도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는 전력 사용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알제리,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뿐 아니라 가나, 에티오피아, 케냐, 짐바브웨 등에서 50MW 이상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모로코는 에너지 자립도 제고를 위해 2020년까지 총 20GW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케냐의 ‘솔라머니’라는 회사에서는 태양광 램프를 생산해 등유 램프를 대체했고, 우간다의 ‘솔라나우’라는 회사는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텔레비전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태양광 발전은 견고한 전력망이 구축돼 있는 선진국에서는 또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아프리카 등 개도국이나 후진국은 필수적인 발전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출처= LG경제연구원

태양광, 미래에너지 생태계 변화의 진원

현재 누적 170GW의 발전 규모를 갖고 있는 태양광은 2020년경 600GW 규모로 설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셰일가스 채굴 기술의 혁신으로 추가로 생산된 셰일오일은 현재 하루 400만 배럴 정도로 세계 석유 수요의 4% 내외의 규모다. 4% 내외의 셰일오일 공급량의 증가가 세계 석유시장을 뒤흔드는 것에서 보듯이 에너지 시장에서는 작은 수요 혹은 공급의 변화가 엄청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석유에 비해 전력 생산은 지역별로 파편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셰일오일과 같은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면이 있겠지만 3% 안팎의 발전량이면 세계 전력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2020년까지 태양광은 400GW 이상이 추가 증설되고 풍력은 300GW 정도가 추가 증설돼 2020년까지 전세계 발전설비 증설의 50% 정도를 이 두 신재생에너지가 감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는 2026년까지 소규모 태양광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활발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양성진 책임연구원은 “‘태양광 시대’를 태양광이 전체 발전량 중 주된 발전원이 되는 시기로 보지 않고 셰일오일처럼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미로 본다면 태양광 시대의 도래는 멀지 않아 보인다”며 “특정 지역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봐도 5~10년 내 이런 시대의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발전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는 것은 단순히 발전원 간 비중이 달라지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발전원이 재생에너지로 바뀌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지금의 화석연료 및 대규모 발전소 위주의 에너지 산업 생태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전력은 일방적으로 공급자에서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공급자가 되고 공급자가 수요자가 되기도 하는 시장이 된다는 의미다.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력 생산과 공급이라는 두 가지 역할만을 하는 기업이 아닌, 전력 산업 전반의 효율적 이용을 고민하는 기업이 생존할 것”이라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의 한계 발전단가는 거의 제로가 됐기 때문에 더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제로시대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전력 산업은 좀더 유연하고 스마트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에서 별 변화가 없어 보인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사업 방식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태양광 시대’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고 에너지를 가지지 못한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에너지가 힘인 시대에 살고 있고,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세계적으로 많은 사례를 봐왔다. 미래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