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의 용광로라 불리는 미국에서도 맨해튼을 걷다보면 정말 다양한 문화에 각양각색들의 사람을 볼 수 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도 있지만 이들의 숫자는 월등히 적고 부모나 조부모세대, 혹은 본인이 가까이는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멀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다양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만큼 흥미로운 것이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반려견들이다.

뉴욕에서는 반려견이 없는 집이 드물다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집집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아침이면 산책을 시키는 주인들로 거리마다 강아지들과 출근 준비를 한 정장 차림의 행렬을 길거리에서 볼 수 있다.

출근 인파가 사라지고 나면 노인들이 하나둘씩 개를 끌고 산책에 나선다.

노인들과 같이 산책하는 개들도 역시 나이가 많은 경우가 종종 있어 주인도 천천히 걷고 개도 뒤에서 느릿하게 따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애완견 전용 유모차에 개를 태우고 걷는 사람들 중 상당수도 노인인 경우가 많다.

오후에는 한 명이 여러 마리의 개를 함께 데리고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십중팔구 독워커(Dog Walker)다.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개를 산책시킬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이 독워커를 고용해 낮 시간 동안 집에 무료하게 혼자 남아있는 개들이 공원이나 거리를 산책하도록 하는 것이다.

저녁이면 다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정장을 입은 주인들이 개들을 데리고 산책에 나선다.

워낙 개를 키우는 인구가 많다 보니 공공장소에서도 개가 출입 금지되는 곳이 거의 없다.

맨해튼의 허파인 센트럴파크에는 주말이면 조깅하는 주인들과 함께 뛰는 개들로 가득하고 물을 마실 수 있는 식수대 아래에는 개들을 위한 물그릇도 마련되어 있다.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일부 은행의 경우에는 은행 안으로 개들이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광고문을 내건 것도 모자라 개들을 위한 물그릇과 간식거리 등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애플 매장에서도 주인들이 분주하게 새로 나온 애플 와치나 휴대폰을 확인하는 사이 매장에 마련된 물을 마시며 쉬는 견공들을 볼 수 있다.

 

강변을 따라 있는 공원 산책로 옆에는 개들이 다른 개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애완견 공원도 마련되어 있다. 개를 동반하지 않은 사람은 입장할 수가 없도록 되어 있어서 개들이 외부인의 방해 없이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레스토랑에는 애완견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지만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할 경우 식당의 영역으로 구분된 울타리 밖에 개가 앉을 경우에는 주인과 함께 있는 것이 묵인되고 있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는 주인과 함께 차에 올라타는 개를 발견하는 것이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개들은 산책을 하고 밖에 나오는 일이 많아서 쉽게 눈에 띄지만 고양이는 대부분 실내에만 있기 때문에 사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싱글 인구의 비중이 높은 뉴욕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개 대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무척 많아서 개와 고양이를 합쳐 계산하면 미국인의 대다수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셈이 된다.

미국인들은 항상 반려동물을 키워왔지만 특히 70년대 이후 반려동물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70년대에는 6700만명이 반려동물을 보유했지만 2012년에는 무려 1억64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이는 전체 미국 인구 중 62%가 최소한 1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체 반려견의 숫자는 8330만마리이며 반려묘는 9560만마리로 고양이의 숫자가 조금 더 많다. 반려견의 20%와 반려묘의 26%는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된다고 한다.

연간 주인들이 반려견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평균 231달러이고 반려묘를 위해 사용하는 비용은 193달러이다.

반려동물이 가족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뉴욕주 상원에서는 야외좌석에 앉을 경우 레스토랑에도 개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것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머지않아 레스토랑에서도 개 짖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맨해튼 컬처기행

영화 '맨 인 블랙' 본부는 브루클린-배터리 터널 환기건물

미국 비정부 비밀조직인 맨 인 블랙(Man In Black)은 지구에 정착한 외계인을 찾아내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들 외계인들은 지구인과 똑같은 옷차림에 행동을 해 일반인들은 알아내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

NYPD(뉴욕경찰)인 제임스는 용의자를 추격하다가 이 사람이 지구인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이에 MIB의 요원 K가 나타나 제임스를 요원 J로 고용하게 된다.

요원J가 요원이 되기 위한 시험을 보기 위해 방문한 MIB의 본부는 거대한 빌딩에 육중하게 보이는 철문이 달려 있어 MIB의 비밀스러움을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영화에 나온 MIB의 본부는 브루클린-배터리 터널의 환기를 위한 건물이다.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수중으로 해서 연결하는 이 터널은 1940년 공사가 시작되어 1950년부터 일반에 개방됐다. 현재도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교통난을 덜어주는 데 일조하는 이 터널은 차량 1대당 8달러의 통행료가 부과된다.

터널의 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맨해튼과 브루클린, 가버너스 아일랜드 등에 빌딩이 4곳이 있는데 매 90초마다 전체 터널의 공기가 완전히 통풍되도록 한다.

<맨 인 블랙>에서 사용된 빌딩은 맨해튼에 위치한 곳으로 처음 MIB가 창설될 당시를 나타내기 위해 1950년대에 완공된 이 빌딩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