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DTV(왼쪽)와 LG 3DTV(오른쪽).


SG-FPR 방식 두뇌 착시 현상 응용 공통된 원리…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

최근 차세대 TV의 영상 구현 기술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국내 양대 전자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기술은 셔터 글라스(SG) 방식과 필름 패턴 편광 방식(FPR)으로 나뉜다. 두 업체는 새롭게 열릴 3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또는 차세대 TV의 표준 기술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기술은 모두 차세대 TV인 3D TV의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두 기술 중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기술이 시청하기에 편하고 뛰어난 것인가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는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두 기술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어느 기술이 우위에 있는지, 또 어느 기술이 신기술인지 판가름하기에도 아직 이르다. 3D TV 기술은 잠재적인 개발 여지가 충분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섣부른 판단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설령 이를 한쪽에 편향되게 판단한다 하더라도 큰 논란을 수반할 수 있다. 좋은 기술에 대한 판단 기준은 TV 제조회사나 언론이 아닌 소비자들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 정의와 판단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셔터 글라스 기술과 FPR 기술. 과연 이 기술들은 서로 무엇이 다르기에 이렇게 심하게 다투는 것일까? 두 기술의 명확한 차이점, 그리고 장단점을 알기 위해서는 각 기술이 지니고 있는 개념적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인지 개념 정립이 확실히 되어야 차이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경 구조·디스플레이 미묘한 차이

두 기술에 대한 정의는 꽤나 어려운 물리적 공식이나 원리가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퍽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안경에 대한 영상 투사 방식이나 과정에 있어서 약소하면서도 극명한 차이가 있다.

셔터 글라스 방식은 디스플레이에 좌우 영상을 따로 표시하고 왼쪽 영상은 왼쪽 안경이, 오른쪽 영상은 오른쪽 안경이 열려서 두 쪽의 영상을 분리해 입체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즉, TV에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을 위한 영상이 번갈아 나오면, 셔터 글라스 방식 전용 안경이 영상 신호에 반응해 빠르게 번갈아 열려 3D 영상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셔터 글라스 방식의 3D 영상 구현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안경의 유리면에 발사되는 적외선 신호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셔터 글라스 방식에서는 TV에서 왼쪽과 오른쪽 영상이 번갈아 나올 때 ‘에미터’라는 적외선 신호 발생기가 좌우 영상의 신호를 왼쪽과 오른쪽의 안경 유리면에 발사한다. 이 신호에 따라 왼쪽 영상이 투시될 때는 왼쪽 안경이, 오른쪽 영상이 나올 때는 오른쪽 안경의 셔터가 작동한다. 3D 화면은 안경의 좌우 렌즈를 번갈아 차단해 좌우 영상을 분리 전달하면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생생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FPR 방식은 TV 화면에 특수 필름을 붙이고 편광 안경을 통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영상이 다르게 보이는 방식을 말한다. 즉, TV에 붙여진 필름 때문에 한 화면에서 보이는 영상이 두 가지 모습으로 달라지고, 안경을 통해 들어오는 영상도 왼쪽과 오른쪽을 달리 하기 때문에 눈에서 영상을 인식할 때는 분리된 영상이 하나로 보이는 셈이다. 뇌는 이 영상을 3D 형식으로 인식한다. 여기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이 FPR 방식에 대한 구현 원리다. 요즘 영화관에서 쓰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셔터 글라스 방식과 FPR 방식 모두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달리하는 양안 시차를 이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안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왼쪽과 오른쪽 눈의 위치 차이를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뇌는 양쪽 눈에 들어온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입체감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뇌의 착시 현상을 응용한 셈이다.

3D 영상 구현 방식에는 ‘적청 안경 방식’이라는 것도 있다. 이 방식은 빨간색과 푸른색 셀로판 종이를 붙인 안경을 쓰는 매우 고전적이고 단순한 방식이다. 1992년 SBS TV를 통해 방영됐던 공상과학 3D만화 ‘빛돌이 우주 2만리’가 적청 안경 방식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이 만화는 주인공 빛돌이가 우주를 이동하던 순간에 한해 적청 안경을 쓰면 입체영상이 보인다는 특징을 내세웠다.

하지만 적청 안경 방식은 색상이 왜곡되고 입체감이 떨어지는 단점 때문에 자취를 감췄다. 수많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빛돌이의 여행도 이러한 단점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다만 만화는 실패했지만 문제의 적청 안경만큼은 전국적으로 많이 팔렸다는 것이 아이러니컬한 대목이다.

최후의 승자 시장에서 가려질 것

현재 셔터 글라스 방식과 FPR 방식에 있어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안경이다. 셔터 글라스는 좌·우 분리된 화면을 쪼개서 출력하지 않아 화질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번갈아가며 열리는 안경의 특성 상 깜박거림이 심해 눈의 피로를 증가시키며 센서의 부착으로 안경 자체의 무게가 늘어 착용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전기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필요하다는 문제도 갖고 있다.

부담스러운 가격도 문제였다. 평균적인 셔터 글라스 가격은 100달러(약 10만 원) 수준. 안경을 구입하는 데 4인 가족이라면 40만 원 가량 든다. 반면에 FPR 안경은 안경의 가격이 저렴하고 가벼워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셔터 글라스 안경에 비해 화면의 휘도가 밝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한 화면에 왼쪽과 오른쪽 화면을 동시에 분할해 출력하기 때문에 화질과 해상도가 셔터 글라스 방식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며, TV에 편광판을 부착하기 때문에 2D 화질까지 동시에 떨어진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기술 경쟁은 단순한 말장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기술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소비자들은 눈에 편한 기술, 생동감 있는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에 후한 점수를 줄 것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차례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