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마윈이 "알리페이를 '코리아페이'로 한국 현지화하는 방법과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것은 마 회장이 중국 외 시장으로의 서비스 확대를 최초로 언급한 일이었다.

▲ 내한 기자회견 중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지난 19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 처음으로 서울에서 한국의 언론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국에 직접 진출할 일은 없다. 알리바바가 한국에서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것은 잘 할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고 국내 진출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앞서 아시안리더십 콘퍼런스(ALC)에 참석한 그는 “오전에도 많은 얘기를 들었는데 한국에서 많은 우려가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 회장은 “한국의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협력하여 그들을 육성하는데 노력하고 싶다”며 국내 오픈 마켓 등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온갖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알리바바는 제품을 판매하는 e-커머스(e-commerce) 업체로 보이지만 다른 모든 업체들이 이커머스 업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들의 본질을 재정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 회장은 자신의 역할은 더 많은 전통적인 산업들이 온라인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알리바바 그룹의 지불결제 자회사 ‘알리페이’의 사브리나 펑(Peng) 대표도 "한국 결제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해외 사업을 확장하는 핵심 전략은 현지 사정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클라우드 컴퓨팅, 신용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 기술 지원으로 한국 기업 진출을 돕고 싶다”고 거들었다.

알리바바는 자신들의 지불 시스템 알리페이에 대해서도 “한국에는 알리페이가 필요 없다. ‘코리아페이’가 필요하다”고 속내를 더 드러냈다.

이미 한국을 찾는 요우커의 90%가 면세점 결제 시 알리페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페이가 롯데면세점 환전 수수료로 벌어들이는 수익만 한 달에 500억 원에 달한다. 다른 가맹점까지 포함하면 한 달에 2000억원 수준, 일년에 2조 원이라는 통계가 있다.

알리페이가 한국 진출을 노린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난해 6월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국 직구족을 위해 국내 모바일 지급결제업체 이니시스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요우커를 잡기 위해 국내 유통업자들이 앞다퉈 알리페이와 제휴하려는 움직임도 계속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알리페이를 부정하며 코리아페이를 만들겠다고 한다. 또 이를 위해서 현지에서 코리아페이를 담당하고 관리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싶다고 전했다. 만약 코리아페이가 만들어지면 한국 중소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는데 한국 기업이 중국 및 세계 시장에서 물건을 팔도록 돕겠다는 것이 이 주장의 근거다.

이는 그가 중국과 한국의 시장 특성 차이를 인지하고 한국 업체를 통한 현지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읽힌다. 이미 그는 3곳 정도의 한국 기업으로부터 투자의견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선불카드 중심인 반면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인터넷뱅킹 등의 다양한 인프라의 시장으로 현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또 한국 기업의 DB를 확보할 목적도 있었다.

그가 설명하는 코리아페이는 IT 기술을 통해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시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매년 한중간 전자상거래는 20-30% 이상 급증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15조 위안(약 2639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인들의 한국 상품 선호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윈의 발언은 국내 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제휴하는 방법으로 한국식 알리페이를 탑재하는 경우 국내 중소 결제대행업체의 위기가 올 것임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알리바바는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PG(지불결제시스템)업체로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위기감은 본격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카카오페이 등 국내 결제서비스는 금산분리 법안 등 제약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황이다. 

마윈은 분명 지불 결제 관련 새로운 시장도 눈 여겨 보고 있다며 “앞으로 현지에 있는 물류 기업과 협력해 한국과 중국을 너머 한국과 세계를 이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리바바가 국내에 알리페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코리아페이'를 출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 금융위원회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금융 규제당국으로서 현재 떠오르는 핀테크 산업을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지난 20일 금융위 주최 '핀테크 추진현황 및 지원방안'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코리아페이의 국내 출시 시 당국의 허가 절차에 대해 "현재 등록제이기에 지급결제대행업으로 간단히 등록 후 영업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중국인들만 대상으로 하는 현 알리페이 서비스에 대해서는 “중국인 여행객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유권해석을 통해 금융위 등록 없이도 할 수 있도록 해 현재는 등록이 안 돼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