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대가 초연결에 방점을 찍어 성큼 다가왔다. 물론 실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나 뚜렷한 성장동력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나 조금씩 대세로 굳어지기 위한 정지작업 정도는 쉽게 포착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6년만에 처음으로 출하량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에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을 새로운 스마트 생태계는 어디로 정해질 것인가?

이 지점에서 분명히 해야할 대목은 사물인터넷의 속성이다. 사물인터넷은 모든 것을 연결하는 초연결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필연적으로 클러스터링의 과정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즉 특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계의 측면에서 각자의 발전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빌딩청소를 위한 로봇 청소기 네트워크와 핵미사일을 제어하는 국방 네트워크를 초연결 시대라는 이유로 통합시키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전제로 세분화된 사물인터넷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 출처=삼성전자

허브가 무엇인가? 어디가 유리한가?
사물인터넷은 필연적으로 스마트홈의 시대로 가닥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물론 각 통신사, 구글과 애플, 샤오미 등도 모두 사물인터넷을 위해 다각적인 사업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점에서 각자의 회사가 가진 경쟁력을 파악하려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콘트롤 타워, 바로 허브다.

편의상 허브라고 명명했지만 이름은 각자 다르다. 스마트홈을 구동시키는 총체적 콘트롤 타워로 이해하면 된다. TV채널을 돌리는 리모컨을 상상해도 좋다. 그리고 허브의 존재를 알면 각자가 추구하는 스마트홈의 청사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스마트홈의 허브는 단연 TV다. 타이젠OS와 웹OS가 단적인 증거다. 양 제조사는 TV를 중심에 둔 스마트홈 시대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 지점에서 '왜 스마트폰이 아닐까? 갤럭시 시리즈와 G시리즈라는 엄청난 브랜드가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들이 스마트폰보다 가전제품 중심의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TV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다.

여기서 양사의 행보를 보자. 삼성전자는 SUHD TV에 타이젠OS를 탑재한 상태에서 올해 TV부문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노리고 있다. 타이젠OS를 탑재한 스마트TV를 최소 3000만대 이상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으며 아예 '삼성전자가 만드는 모든 가전제품에 순차적으로 타이젠OS를 탑재시킬 것'이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은 올해 초 CES 2015에서 "5년 안에 모든 삼성기기에는 사물인터넷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획도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다. 물론 최근 타이젠OS 소식이 잠잠하긴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도에 저가형 스마트폰 Z1을 출시하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여기에 스마트싱스, 콰이어트사이드 인수를 바탕으로 확보한 솔루션을 심는데 열중인 모습이다. 안드로이드OS와의 종속성을 거부한 삼성전자의 행보에 귀추가 쏠리는 분위기다.

연동 부분에도 신경쓰고 있다. 타이젠OS에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레이스테이션 나우(Platstation Now)’를 활용해 수백 개의 ‘플레이스테이션 3’ 콘솔 게임을 비롯해 댄스 게임 콘텐츠인 ‘저스트 댄스 나우(Just Dance Now)’도 이용이 가능하게 열어둔 대목이 극적이다.

LG전자도 비슷한 흐름이다. 웹OS(2.0)와 홈챗 등으로 스마트TV 중심의 생태계를 준비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 및 휘발성 이용성 등을 면밀히 파악해 사물인터넷과 스마트TV 경쟁력을 이분화시킨 대목도 엿보인다. 결국 총체적인 스마트홈 경쟁력을 각개격파하는 방식으로 확장시킨다는 뜻이다.

▲ 출처=LG전자

반면 애플은 아직 미정이다. 1년 전만해도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애플TV와 같은 스마트TV가 허브의 자리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부분은 없다. 지난해 6월 애플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자사의 스마트홈인 홈킷을 일부 공개했으나 "아이폰과 연동이 가능한 공통 프로토콜을 사용할 것"이라는 단서 외에는 주어진 것이 없다.

물론 청사진을 그릴 여지는 있다. 애플이 홈킷을 위해 다수의 동맹군을 포섭했다는 발표를 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 먼저 최소한 허브가 무엇이든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강력한 제조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솔루션을 지원하는 동맹군의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수직계열화는 가능성이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허브인데, 최근 외신의 보도를 보면 애플TV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같은 킬러 디바이스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애플페이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디바이스 중심의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강점이 있는 애플이 스스로의 강점을 내세울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시리를 활용한 애플의 홈킷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는 6월 애플개발자회의에서 공개될 확률이 높지만, 일각에서는 공개를 가을로 미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프트웨어 안정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다. 주변부는 완성이 됐으나 핵심 플랫폼이 아직 미정이고, 많은 소스코드를 사용하기에 최적화에 시일이 소요된다는 다소 힘 빠지는 소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다.

이 지점에서 중국의 샤오미를 보자. 최근 샤오미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와 특허문제가 샤오미의 성장동력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중국 정부라는 막강한 '배경'을 가진 샤오미가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대목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실적이 나쁘다고 가능성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푸드테크와 위치기반, 온디맨드 사업의 잠재력을 모두 무시하고 국내 배달통 업계에게 "광고비를 많이 썼네? 너희 망하겠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 출처=샤오미

자, 샤오미에 다시 집중하면, 샤오미의 스마트홈 허브는 애플과 달리 명확하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레이쥔 샤오미 CEO는 지난 3월 16일 "우리의 스마트홈 전략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즉 박리다매로 수익성 고려하지 않고 스마트폰(혹은 패드)를 시장에 뿌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점유율은 높지만 망해가고 있네"라고 지적할 때 자신들의 단말기로 사물인터넷의 단초를 여는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샤오미의 혼합전략이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제조능력에 전통적 강점이 없지만 다양한 가전제품을 출시하며 이를 강행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TV는 스마트홈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그렇다면 애플은? 애플은 제조 동맹군 확보로 홈킷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방금 말했던 이유로 샤오미는 애플과도 다른 길을 걷고있는 셈이다.

카피캣 본능으로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력을 따라가더니, 스마트홈에 이르러 "우리는 가전제품 회사다"고 외치며 사업다각화를 통해 스마트홈을 준비하는 한편, 또 카피캣 본능으로 제조의 수직계열화를 시도한다. 그런데 허브는 제조사처럼 TV가 아닌 스마트폰이다.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처럼 전혀 다른 측면에서 나름의 스마트홈(일단 사물인터넷) 전략을 그리는 정말 다양한 주인공들이 있지만 통신사와 구글을 확인하는 선에서 정리해보자. 통신사들은 제조 인프라 대신 말 그대로 네트워크 경쟁력에 방점을 찍은 솔루션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들에게도 허브는 있지만 지금까지와의 허브와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공기와 같은 허브'다.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향이 다르다.

먼저 SK텔레콤의 모비우스.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하는 모비우스는 구글의 스마트홈 전략과 비슷하다. 센서가 탑재된 사물인터넷 기기와 콘트롤 타워의 명령을 수행하는 앱을 연결하는 지점에 집중한다.

그리고 KT는 유선 및 IPTV와 통합된 플랫폼을 추구하며, 속도에 방점을 찍어 이를 원말하게 구동시키는 알고리즘을 목표로 한다. IPTV의 강자답게 스마트TV와 연결되는 뉘앙스가 강하다. 일각에서 제조사 스마트홈 전략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거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LG유플러스는  지웨이브 얼라이언스의 무선 통신 표준을 기반으로 삼아 가스밸브원격제어 장치 ‘U+ 가스락’과 스마트폰을 통한 CCTV 및 가전 원격 제어 등이 가능한 ‘맘카’등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AP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인증을 통해 주도권까지 노려본다는 복안이며, LG전자와의 시너지 가능성도 열려있다.

구글의 스마트홈은 통신사의 그림과 비슷하다. 연결을 방점에 찍어 당연한 말이지만 제조 동맹군을 묶어내는 방식이다.

허브만 있나? 공간도 있다
결국 각자가 노리는 스마트홈은 각자의 허브로 그 성격을 추론할 수 있다. 장단점은 있다. 스마트홈의 절대명제는 '24시간 편리하게 사용하고 항상 전력이 지원되야 한다'이기 때문에, 허브가 TV냐, 스마트폰이냐는 중요한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간에 따라 스마트홈을 정의할 수 있다. 주방, 거실, 서재, 침실 등으로 세분화된 경계로 각자의 스마트홈 솔루션이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통합될 수 있고 분리되어 발전을 이룩할 수 있지만, 최소한 초기에는 다양한 세분화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분명히 있다.

여기서 한 설문조사를 보자. 2013년 가구공룡 이케아는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거실에서의 활동은 TV시청, 휴식, 엔터테인먼트 등 3가지에 불과했지만 주방에서는 약 45%가 요리 외에도 소셜 활동, 취미활동, 휴식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물인터넷에 관심이 많은 이케아다운 행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이케아는 '사물인터넷, 특히 스마트홈의 미래는 주방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서두에서 말했듯 사물인터넷의 발전방향이 클러스터링 형식으로 추진된다고 가정하면, 그 기폭제가 어디냐에 따라 스마트홈의 방향성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방이라면 어떤 허브가 유리한가? 거실이라면? 외부라면? 여기서 경계가 확장된다고 가정하자. 스마트홈이 아니라 스마트시티라면? 스마트국가라면? 스마트세계라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사실 스마트홈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금의 사물인터넷 담론은 사실 스마트홈이 아니라 '사물인터넷 클러스터링'의 영역을 먼저 규정해야 한다. 이후 어떤 허브가 유리하며, 어떤 방식이 이윤을 남기고 사람을 끌어올 수 있으며, 어디까지의 경계가 가장 적절한 성공을 보장하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어져야 한다.

물론 각자의 기업이 뚜렷한 무기를 들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이미 내부적으로 확고한 판단이 서있을 확률이 높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며, 그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최소한 시작은 좁은 지점에서 제한된 무기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방금 설명한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브와 경계, 구현의 방식과 방향성은 물론 철학마저 제각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좁고 제한적인 지점에서 넓게 퍼져가는 것. 이어진 선점. 패스트팔로워의 환상에 젖어 말 뿐인 개방성을 걷어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