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의 MMORPG ‘테라’에 등장하는 캐릭터.


17만명 동시접속 ‘아이온’ 기록 앞질러…해외 법인도 대박행진

최근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의 대세는 단연 ‘테라’다.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남짓 됐지만 그 열기가 매우 뜨겁다.

테라는 지난 1월 11일 총 35대의 서버를 통해 공개 시범 베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날 하루 동안 테라에 접속한 사람의 숫자는 약 17만 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8년 11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26대의 서버를 통해 15만 명의 동시접속 기록을 깬 것이다. ‘아이온’의 15만 명 동시접속은 국내 MMORPG 게임 사상 최다 동시접속자 기록이었다.

엔씨소프트와 NHN이 서버 당 수용 가능 인원과 동시접속자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두 게임의 이용자 수용 규모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드러난 정황을 감안하면 테라가 아이온의 첫 날 성과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테라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엔씨소프트 ‘아이온’과 일본 AV스타 아오이 소라를 앞세운 성인용 MMORPG ‘드라고나 온라인’, 한빛소프트의 ‘삼국지천’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테라의 인기 속도를 따라오기에는 벅차 보인다. 그 정도로 테라의 인기는 대단하다.

NHN이 검색, 게임 등 각종 사업을 통해 지난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총 매출액은 1조5148억 원. 영업이익은 5998억 원, 당기순이익 4942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게임 분야의 매출 비중은 28%로, 한게임은 지난해 매출 4223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5.5% 감소한 결과이며, 해외 매출을 포함할 경우 6017억 원까지 뛰어오르지만 이 역시도 2009년의 6407억 원에 비해 약 6% 가량 하락한 수치다. 숫자로 보이는 기록은 줄었지만 NHN 게임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대세 게임’ 테라가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NHN의 게임 서비스인 한게임은 1999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게임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형태는 인터넷 웹페이지 상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 포털 서비스다.

NHN의 게임 채널링 서비스인 ‘플레이넷’은 게임시장 석권을 위한 새 무기 중의 하나다.


2001년 ‘유료화 모험’, 성공신화 씨앗

한게임의 서비스는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게임으로 론칭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회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고스톱과 테트리스 등 일부 게임은 ‘과몰입 중독 논란’을 낳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었고, 급격히 늘어나는 회원 수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많은 이용자에도 불구하고 수익모델이 없던 한게임은 2001년 업계 최초로 서비스 부분 유료화를 시도했다.

한게임은 “유료화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을 뒤집고, 유료화 첫날 1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고, 한 달 만에 7억 원을 벌어들였다. 결국 한게임의 성공적인 유료화에 힘입어 모기업 NHN은 2000년 79억 원의 적자 기업에서 2001년 53억 원의 흑자 기업으로 단숨에 전환됐다.

한 때 한게임의 고속 성장 과정에서 사행성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고스톱과 포커로 대표되는 웹보드 게임의 게임 머니를 사고파는 불법 환전상의 등장이 문제였다. 한게임은 그린게임 캠페인 등으로 이용시간 제한과 게임 머니 보유액 하향 등 건전한 게임 이용을 위한 장치를 도입했지만, 불법 환전상들로 인해 논란은 계속됐다.

이에 한게임은 사행성 굴레를 벗기 위해 퍼블리싱 전문 업체로의 대대적인 변신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웹보드 게임의 매출이 떨어지는 것도 감수하고 있다.

실제로 한게임은 ‘웹보드 게임 매출 축소와 게임 서비스 건전화’라는 혹독한 체질 개선 노력으로 2009년 3분기 이후 지속적인 매출 감소를 겪어 왔다. 그러나 올해 초 출시한 대작 ‘테라’가 꾸준히 동시접속자 수 17만 명을 기록하는 성공을 거두면서 퍼블리싱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한게임은 테라에 이어 ‘킹덤 언더 파이어2’ ‘메트로 컨플릭트’ 등의 대작을 연이어 공개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게임 개발 발빠른 행보

현재 한게임은 웹보드 게임뿐만 아니라 캐주얼, 롤플레잉 게임(RPG), 1인칭 슈팅(FPS) 게임, 스포츠 게임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340종의 게임 라인업을 구축, 회원 수 3000만 명, 최고 동시접속자 수 29만 명에 이르는 국내 최고의 온라인 게임 포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게임은 상용화 서비스 이후 안정권에 접어든 ‘테라’의 지속적인 서비스와 ‘야구9단’ ‘그랑에이지’ 등 신규 게임에 따른 올해 매출 상승을 15~20%로 기대하고 있다. 또 게임 채널링 포털 사이트인 ‘플레이넷’을 통한 이용자 유입에도 신경을 쓰고, 웹보드 게임 매출 비중을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한게임은 테라의 연 매출을 최고 100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또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 게임들의 출시가 이어지면서 내년 한게임 성장 동력의 기반도 추가적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NHN의 게임 브랜드는 한국 바깥에서도 잘 나가고 있다. 올해로 진출 11주년을 맞은 일본 한게임은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전통 게임을 온라인으로 구현하면서 현지화에 성공했다.

일본 한게임은 현지 이용자들의 특성과 취향을 반영한 200여 개의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일본 한게임의 누적 회원 수는 약 3500만 명 이상.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최고의 온라인 게임 포털로 성장했다.

미국 최초의 온라인 게임 포털인 이지닷컴은 미국 이용자들에게 가장 쉽게 어필할 수 있는 FPS 게임들을 적극 서비스해 회원 수 1200만 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NHN은 PC 게임 외에도 스마트폰 게임 시장으로 투자의 폭을 넓힐 방침이다. NHN의 게임 브랜드인 한게임은 최근 스마트폰에서도 잘 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용 사천성, 신 맞고 베타 등 한게임의 스마트폰 게임 앱에 대한 인기가 높다.

채유라 한게임 모바일사업담당 부장은 “올해 말이면 전 국민의 20%가 스마트폰을 쓰게 될 것”이라면서 “다양한 연령층이 모바일,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게임의 목표”라고 전했다.

채 부장은 최근의 모바일 게임 시장 변화에 대해 “싱글 다운로드 게임 중심의 시장이 멀티 온라인 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 부장은 “2011년 말까지 PC 게임 시장은 물론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도 선두를 유지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전략을 내놓겠다”면서 “기존의 온라인 게임 기반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도 확고한 기반을 다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백현 기자 jjeom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