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과도한 미국 국내총생산(GDP) 예측치가 오히려 미국 금리인상 시점에 혼동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미 연방준비제도는 ‘2015년 하반기 금리인상’을 이미 이전부터 명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치 못한 ‘조기’ 혹은 ‘지연’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도 문제다. Fed의 출구전략계획과 그 과정을 보면 큰 틀에서 변함은 없으나 시장이 흔들린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옐런 의장은 ‘잠재적 위험’이라는 발언을 했다. 이는 다시 ‘금리인상’ 시그널을 주었다는 해석으로 바뀌며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은 지난 4월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아틀란타 연방준비은행(FRB)이 올해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을 전년대비 0.1%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때는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발표되기 전이었다. 당시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은 각각 1.1%, 0.6%로 예상하고 있었으며 주요 투자은행들은 1% 내외의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보면 아틀란타 연은과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미국 1분기 GDP 성장률 예상치는 분명 상당한 괴리가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 잠정치를 0.2%로 발표했다. 이는 분명 아틀란타 연은의 예상치를 오히려 상회하는 수치다.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며 ‘더딘 경기회복’, ‘금리인상지연’ 등의 용어를 앞세워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변함없는 Fed...흔들리는 투자은행의 판단

하지만 용어사용의 부적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011년 6월 FOMC회의록을 통해 공개한 ‘미 연준 출구전략 계획’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미 연준 출구전략 계획’은 총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중 1단계는 이미 시행됐으며 현재는 2단계에 해당하는 금리인상 준비와 본격적인 금리인상을 실시하는 시기다.

▲ 2011년 공개된 '미 연준 출구전략 계획' [출처:FOMC 의사록, 유안타증권]

중요한 것은 '미 연준 출구전략 계획'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2015년 ‘하반기’로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중 하반기는 7월에서 당해 12월까지를 말한다. 따라서 이 기간 중에 금리인상을 하는 것을 두고 ‘조기’ 혹은 ‘지연’ 등의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미국이 오는 6월 금리인상을 할 것이라 예상된다면 이는 분명 ‘조기’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올해가 아닌 내년에 미국이 금리인상을 할 경우 ‘지연’이라는 수식어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금리인상 시기가 6월에서 9월로 넘어가는 것은 지연이 아니다. 게다가 9월에서 12월로 금리인상시기가 늦춰지는 것도 마찬가지로 지연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지표의 호조 혹은 부진을 두고 투자은행들은 시기에 적절치 않은 ‘조기’ 혹은 ‘지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셈이다. 잘못된 기준으로 예측을 하고 있어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마치 투자은행들이 연준을 향해 ‘금리인상을 하지 말라’고 시위를 하는 것 같다”며 “금리를 올리면 ‘미국도 당할 것’이라며 위협하는 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금리인상이 빠르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달러의 강세는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나”며 오히려 반문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주식, 채권 등 자산의 강세는 ‘유동성’과 ‘저금리’라는 키워드로 함축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실물경제의 회복은 더디기 때문이다. 즉, 저금리 기반의 풍부한 유동성이 증시를 자산가치를 상승시키는 인위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미 달러화는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따라서 글로벌 경제 위기 등의 위험이 엄습할 경우 달러화의 가치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달러화 같은 안전자산선호는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기피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공식은 지난해부터 깨졌다. 그 중심에는 '설명할 수 없는 달러화 강세'가 있었다.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을 점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글로벌 주요국의 국채가격은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폭락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