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네티즌 사이에서 재미있게 회자되던 이야기가 있었다. 영국 <인디펜던트>가 ‘사상 최악의 실수 10가지’를 꼽은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페이스북이 브라이언 액튼과 얀 쿰의 채용을 거절한 일이다.

페이스북은 이 두 사람의 채용을 거절했지만 불과 수년 후에 이 두 사람이 만든 글로벌 최대의 스마트폰 메신저 회사인 왓츠앱 무려 20조원을 주고 인수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액튼과 함께 왓츠앱을 세운 실질 경영자인 얀 쿰은 미국 이민자 1세대다. 공산권이었던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대인이기도 하다. 정부가 보급하는 학교 노트 등을 되팔아 식료품 배급권을 샀을 만큼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6살 때 소련 해체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이민을 왔지만 미국에서도 보석점 청소부로 일하고 때로는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때우는 등 생활이 쉽지 않았다.

쿰이 관심을 가지는 건 컴퓨터뿐이었다. 18살에 중고 책을 사다가 다 보면 되파는 방식으로 혼자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1997년 다니던 대학을 중퇴한 채 절친한 친구 액튼과 함께 ‘야후’에 입사했다. 7년 후 전 세계를 여행하기 위해 퇴사한 그는 남미에서 친구들과 연락이 어렵다는 생각에 착안해 액튼과 함께 모바일 메신저 앱인 ‘왓츠앱(WhatsApp)’을 기획, 2009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왓츠앱은 쿰의 어린 시절 기억과 세계관을 담았다. 우크라이나의 감시제도가 싫었던 쿰은 왓츠앱이 그 어떤 개인정보도 수집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보낸 메시지가 2분 후에 사라지게 하는 기능도 장착했다. 또한 ‘서비스가 훌륭하면 별다른 마케팅이 없어도 된다’는 신념으로 광고를 일체 넣지 않는 대신 1년에 0.99 달러의 사용료를 받았다. 통화 및 데이터 사용료가 부담인 사람들을 고려해 ‘문자메시지’처럼 기능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의 용량을 최소로 줄였고 최근에는 음성통화 기능도 장착했다.

이런 왓츠앱은 눈이 부실 정도로 성장했다. 설립한 지 5년 만에 이용자가 4억5000만명, 7년 만에 8억명을 돌파했다. 과거에도, 현재도 페이스북보다 성장속도가 빠른 셈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직접 얀 쿰을 찾아가 제안해 인수했지만, 2014년 2월 회사를 인수한 후에도 얀 쿰의 경영과 철학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주커버그가 얀 쿰의 경영철학을 깊이 존경한다는 의미다.

왓츠앱 매각으로 45% 지분을 가진 왓츠앱 창업자 얀 쿰 최고경영자(CEO)는 단박에 85억5000만달러 정도를 거머쥐었다. 우크라이나인 이민 1세에 대학 중퇴자가 외길 인생 20년 만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낸 것이다.

자수성가 백만장자가 된 후에도 쿰의 삶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말수가 적고 그다지 사교적인 편이 못 된다. CEO로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기보다는 컴퓨터를 직접 끼고 작업을 하는 천상 프로그래머다. 하지만 사업적 비전만은 확실하다. 그는 앞으로도 왓츠앱에 광고를 실지 않을 것이며, 불필요한 사업 확장도 없을 것이라 공언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겠다는 확고한 뜻이 그에게는 최고의 경영철학이며 경영원칙이다. 오늘도 왓츠앱의 사용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