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장황하게 설명하는 글보다 간결하고 짧은 글이 쉽게 받아들여 지는 시대다. 동시에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말하기보다 가볍고 재미있는 키워드로 무장한 글이 더욱 주목을 받는 시대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는 다양한 의미로 연구대상이다. 일단 스마트워치의 필요성 및 흥행성의 척도며 애플의 미래성장동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지기도 하다. 여기에 빅데이터 및 모바일 헬스, 간편결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구축될 것이냐를 알아볼 수 있는 훌륭한 단서다. 하지만 콘텐츠를 전달하는 플랫폼적 성격에서 보면 다른해석도 가능하다. 애플워치라는 플랫폼에 탑승하기 위한 앱 사업자들의 적응이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워치 전용 앱을 개발하며 기사를 최대 3단계로만 보여준다. 종류도 3개인데, 하나는 제목만 있는 기사, 하나는 제목과 사실관계만 적은 기사, 하나는 제목과 사실관계에 기자의 시각이 들어가 있는 분석기사다. 애플워치를 가진 사람들이(모바일에 특화된 사람들이) 간단하게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에 착안해 만든 모델이다.

비슷한 사례는 많다. 가장 특징적인 사례가 SNS다. SNS는 모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역할을 수행하며 많은 정보의 빠른 소비를 전제한다. 시선을 잡아두지 않으면 도태되고 기억속에서 사라진다. 기사를 작성할 때 '제목'에 신경쓰라는 언론사 데스크의 호통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결국 모바일 시대, 간단한 콘텐츠가 대세로 부각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간단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재미도 중요하다. 피키캐스트가 대표적이다. 피키캐스트는 이용자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 12분을 넘기며 페이스북을 위협하고 있다. '콘텐츠 도둑'이라는 비판이 상존하지만 이 자체는 상당한 자산이다. 위키트리는 어떤가. "결국 저작권 개념은 사라질 것이다"는 말로 논란에 섰던 위키트리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로 이용자의 시선을 잡아두는 것에는 분명 성공했다. '내 아내가 반하는 12가지 선물은?' 등의 인사이트는 어떤가. 약간 결은 다르지만 허핑턴포스트는?

▲ 출처=피키캐스트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간단하고, 재미있고 가벼운 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 유통과 여론형성의 핵심 중 하나인 언론은 조금씩 위기에 몰리고 있다.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지만 빅데이터 과학까지 접목한 새로운 도전자의 공세에 조금씩 힘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결국 큐레이션이 답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선을 끌고 간단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한편, 정보를 큐레이션해 이를 차별화된 콘텐츠로 제작해야 한다는 의식이 언론계를 뒤덮고 있다. 결국 주류 언론계에도 형식과 내용의 파괴를 넘어 '새로운 스타'의 탄생이 도래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